[김건수의 지금 여기] 통합의 정책? 분열의 정치!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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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수도권 확장론 일파만파
설익은 정책에 당 안에서도 갈등
정부와 여당도 엇박자 불안불안

전국에 메가시티 조성 반대급부
수도권 확장 논리 정당화 우려
지역 이기주의 자극, 분열 조장

지난 7일 경기도 하남시 거리에 서울 편입을 촉구하는 정당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경기도 하남시 거리에 서울 편입을 촉구하는 정당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파장이 거세다. 여당발 ‘김포시 서울 편입’ 이슈를 말하는 것이다. 온 나라가 벌집 쑤신 듯 시끄럽다. 그래서 알 수 있다. 저 논의가 겉으론 통합의 언어지만 사실은 분열의 언어라는 걸.

정부와 여당의 엇박자가 우선 이해 안 된다. ‘김포 서울 편입론’이 제기된 시기는 정부가 제1차 지방시대 종합계획을 발표한 때와 겹친다. ‘지방자치 및 균형발전의 날 기념식’을 열어 지방정책의 방향을 밝히고 중요성을 강조한 게 그 다음날이다. 한쪽에서는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겠다는데, 한쪽에선 수도권을 더 확장하겠다 한다. 양쪽의 교감이 있었다면 국민에 대한 기만, 소통이 없었다면 당정의 깊은 분열을 의미한다. 이 중차대한 사안을 두고 당정이 따로 놀다니 무슨 영문인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있다. 설익은 아마추어적 발상이라는 사실이다. 김포 시민의 61.9%가 서울 편입을 반대하고 있다. 당내에서조차 의견이 충돌한다. 반발하는 여당 소속 수도권 지자체장들이 적지 않다. 그렇거나 말거나, 김포 서울 편입론은 한술 더 떠 ‘메가시티 서울’로 확장할 태세다. 서울은 이미 세계적 메트로폴리스이고 거대도시인데 또 ‘메가 서울’이라니! 반대 여론을 의식한 여당 대표는 ‘당근’ 정책까지 흘렸다. 비수도권에도 메가시티 조성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부울경 지역의 아픈 과거를 돌이켜본다. 메가시티 논의가 한창일 때, 수도권과 정치권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소멸 위기에 빠진 지방 처지에서 메가시티는 생사의 문제였다. 힘을 합쳐서 난관을 극복해 보려는 지역의 발버둥이었다. 부울경 메가시티 논의는 그 중요성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다. 당시 수도권 언론은 대부분 단신으로 처리했다. 그렇게 홀대받았고 곡절 끝에 좌초한 부울경 메가시티가 9개월 만에 다시 거론된다. 기쁜 일인가? 그럴 리가 없다. 지방이 죽고 사는 문제마저 수도권 의제를 기폭제 삼아야 겨우 관심을 끌 수 있다는 것, 지역으로서는 실로 서글픈 일이다.

이것만 봐도 김포 서울 편입론은 참 나쁜 정책임을 알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할 논리는 무수히 많다. 가장 심각한 해악을 꼽으라면, 분열과 갈등의 조장이다. 김포가 서울과 맞닿은 곳은 아주 일부다. 생활권역을 따져 서울 편입이 필요하다면 구리·하남·광명·과천 등이 더 급하다. 결국 다른 도시들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그 의도가 불순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전체 도시계획이나 주민 의견수렴 등의 절차는 뒷전으로 밀리고, 정치적 관점에서 사안이 결정되는 이것이 정상인가.

수도권 안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전국의 도시들이 덩달아 들썩이고 있다. 부울경 메가시티는 지금 좌초 책임을 놓고 갑론을박 중이다. 책임을 따지는 일이 무의미하다는 뜻이 아니다. 수도권 확장론이 쳐놓은 분열의 그물망에 지역이 걸려드는 게 두려운 것이다. 이 역시 부울경만의 일은 아닐 테다. 분열의 불꽃이 타 지역으로 옮겨붙을 수 있다. 지역 갈등의 또 다른 불씨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이번 이슈의 두 번째 폐해는 수도권 확장 논리를 정당화하려는 노림수다. 나라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망국적 수도권 일극주의는 지역에서 줄기차게 비판해 온 타깃이다. 이번 이슈가 전국에 메가시티를 던져주고 더 큰 ‘메가 서울’이라는 큰 그림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사태는 심각해진다. 메가 서울과 전국의 메가시티가 같이 간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인지는 일단 차치하자. 문제는 수도권 확장에 대한 비판 논리가 무화되거나 최소한 암묵적 동조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일부 언론들은 ‘메가 서울을 오히려 지역에서 더 환영한다’는 식으로 보도한다. 수도 없이 강조해 왔듯이, 지역 메가시티의 핵심은 수도권 확장을 억제하고 국토를 균형 개발하는 데 있다. 이런 본질을 놓친다면 그것은 수도권 확장의 ‘들러리’일 뿐이다.

이번 이슈의 또 다른 나쁜 점은 지역 이기주의를 부추긴다는 데 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리도…” “지역에 ‘특별한’ 혜택이 주어진다는데…” 같은 말들이 자꾸 들린다. ‘우리만 살면 된다’는 식의 이기적 욕망을 이용하는 정책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지역으로서는 수도권 중심주의를 비판하는 논리가 또 다른 지역 패권주의로 빠지는 걸 경계해야 한다. 지역 균형발전의 진정한 의미는 다 함께 잘살자는 것이다. 수도권 일극주의를 해체하지 않고서는 이 나라의 미래는 없다는 사실. 이는 균형발전의 기본 원칙과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집권 세력은 우리 국민들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국민들은 집권 세력이 내놓은 정책들을 또 어떻게 보고 있을까. 여러 가지 생각과 질문이 교차하는 요즘이다. 총선에서 시민들이, 국민들이 지혜롭게 응답하리라 믿는다.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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