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금아의 그림책방] 다름을 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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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여우가 오리를 낳았아요> 중 한 장면. 리틀브레인 제공 그림책 <여우가 오리를 낳았아요> 중 한 장면. 리틀브레인 제공

못된 고양이, 배고픈 여우, 순진한 병아리와 새끼 오리가 가족이 된다면 어떨까. ‘포유류 부모와 조류 아기’ 색다른 가족의 탄생은 백희나 작가의 <삐약이 엄마>(책읽는곰)에서 만날 수 있다. 악명 높은 고양이 ‘니양이’는 닭장에 놓인 달걀을 꿀꺽한다. 그런데 이 달걀이 소화되는 대신 부화한다. “아이고 배야!”하며 화장실에 달려간 고양이. 힘을 주어 변을 봤는데 작고 노란 병아리가 튀어나왔다. 충격에 빠진 것도 잠시, 고양이는 품을 파고드는 병아리에 푹 빠진다. 자식 사랑 지극한 ‘삐약이 엄마’가 된 니양이의 변신이 미소를 부른다.

고양이가 병아리를 낳았다면 여우는 오리를 품었다. <여우가 오리를 낳았어요>(리틀브레인)는 대만 출신 순칭펑과 난쥔 작가가 만든 그림책이다. 먹을 것을 찾던 여우가 오리알을 발견했다. 군침을 흘리던 여우의 머리를 스친 생각. ‘오리알을 먹는 게 나을까, 오리를 먹는 게 나을까?’ 맛있는 오리고기를 먹기 위해 알 품기에 매진하는 여우의 모습이 재미난다. 애지중지 돌보던 알의 껍데기를 깨고 오리가 태어난 날. 여우는 먹잇감 대신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는, 좋은 친구 같은 아들을 얻게 됐다.(그림)

<상자 속으로 들어간 여우>(한울림어린이)에는 늙은 여우와 토끼들이 등장한다. 안트예 담 작가는 이웃 또는 친구의 모습으로 같이 어울리고 다름을 품는 관계를 보여준다. 토끼의 숲에 여우가 나타난다. 긴장했던 토끼들은 늙어서 고기를 먹지 못한다는 여우와 점점 친해진다. 토끼들은 여우가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여우에게 소리 없이 움직이는 법도 배웠다. 여우가 죽음의 상자 속으로 들어간 뒤 토끼들은 진심으로 애도했다.

고양이와 여우는 병아리와 아기 오리를 만나며 달라졌다. 기존 생활 방식을 내려놓고, 누군가를 품는 삶의 의미를 알게 됐다. 토끼들은 늙은 여우와 어울리며 다른 동물의 존재 방식을 이해했다. 토끼의 숲 가운데 세워진 ‘여우 할아버지’ 묘비가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다름을 품는 마음에서 생각과 행동의 변화가 시작된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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