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안청 신설’ 의견 접근에도 중대재해법 유예 불발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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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안전보건청 2년 후 개청
정부·여당, 야 제안 전격 수용
민주 “맞바꿀 조건 아냐” 거부
민노총 ‘환영’ 중소업계 ‘반발’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가 열린 1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정의당과 노동계 관계자들이 회의장으로 향하는 의원들을 향해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가 열린 1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정의당과 노동계 관계자들이 회의장으로 향하는 의원들을 향해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적용 확대 2년 유예가 결국 불발됐다. 정부·여당이 전날 야당의 핵심 요구 조건인 산업안전보건청(산안청) 신설을 조건부 수용하겠다는 협상안을 전격 제시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최종 거부하면서 1일 국회 본회의에 개정안이 상정되지 못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후 기자들에게 “민주당은 산업현장에서 노동자의 생명, 안전이 더 우선한다는 기본 가치에 더 충실하기로 했다”며 “정부·여당 제안을 거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전날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중처법 적용 대상을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전면 확대하는 규정 시행을 2년 유예하고, 산안청을 신설하되 2년 후 개청하는 협상안을 제시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산업안전보건청 대신 ‘산업안전보건지원청’이라는 명칭으로 단속·조사 대신 예방·지원 역할에 중점을 두는 기구를 두자고 민주당에 제안했다.

당초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해당 안에 대해 수용 가능성을 내비쳤고, 이날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처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민주당은 그동안 확대 시행 유예의 전제로 산안청 신설을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여야 협상이 결렬되면서 개정안의 본회의 처리도 무산됐다.

중처법은 사업장에서 사망 등 노동자의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 법이다. 2022년 1월 27일 5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했고, 지난달 27일부터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확대 적용됐다. 그러나 50인 미만 중소기업들과 소상공인들은 법 시행을 앞두고 “중소 제조·건설업체의 80% 이상이 중처법을 준비하지 못했고, 소상공인들은 자신들이 법 적용 대상인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83만 곳이 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한순간에 예비 범법자로 전락했다”고 확대 적용 유예를 강하게 촉구해 왔다. 이와 관련, 법 시행 나흘 뒤인 지난달 31일 부산 기장군의 폐알루미늄 수거·처리업체에서 노동자 A(37) 씨가 화물 하역 중에 사고로 숨지면서 중처법 적용을 처음으로 받는 일도 일어났다.

국민의힘 윤 원내대표는 이날 법 개정이 불발된 데 대해 “민주당의 협상 최종 조건을 수용한다는 전향적 자세로 협상안을 제시했는데도, 민주당은 끝내 걷어찼다”며 “선거를 앞두고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양대노총의 눈치를 보느라 민생 현장을 외면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중유예를 촉구했는데 민주당이 끝내 외면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현장 근로자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산안청이 필요하다는 데는 변함없지만, 법안 시행 유예와 산안청을 맞바꾸지 않겠다는 것이 의총 결과”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산업안전보건청은 정치 거래의 수단이 아니다. 제대로 된 논의를 통한 설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부산경남금형공업협동조합 이수균 이사장은 “중소기업 상당수가 공장 문 닫는 게 더 낫다는 말을 한다”며 “실제로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중처법에 대비할 여력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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