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의료기관부터 군 병원까지 가용 자원 총동원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정부·부산시 대책은

부산의료원 등 4곳 진료시간 연장
준중증 환자 종합병원 분산 치료
장기화 땐 초진 비대면 진료 허용
응급·수술실 공백 메울지는 의문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이 20일 현장점검을 위해 청주 충북대병원 응급실에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이 20일 현장점검을 위해 청주 충북대병원 응급실에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20일 사직서를 내고 집단행동에 들어가면서 정부도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비상진료 체제 가동에 들어갔다. 정부는 일단 공공 의료기관과 군 병원을 비롯한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대응에 나서기로 했으나 사태 장기화 시 의료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보건복지부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이날 제12차 회의를 열어 의사 집단행동과 관련한 비상진료체계를 점검하고, 각 의료기관에서 유연한 인력관리 등을 통해 필수진료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을 하기로 했다.

우선 권역·전문응급의료센터 등의 응급의료 행위, 응급의료 전문의 진찰료 수가 등도 한시적으로 100% 인상한다. ‘입원 환자 비상진료 정책지원금’도 신설해 전공의를 대신해 입원 환자를 진료하는 전문의에게 추가로 보상한다. 권역외상센터의 인력과 시설, 장비는 응급실의 비외상 진료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입원전담 전문의 업무 범위도 확대해 당초 허용된 병동이 아닌 다른 병동 입원 환자까지 진료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한다. 인턴이 필수 진료과에서 수련 중 응급실·중환자실에 투입되더라도 해당 기간을 필수 진료과 수련으로 인정하는 등 수련 이수 기준도 완화하기로 했다.

의료대란이 가시화하면서 비상진료체계도 전면 가동된다. 정부는 중증 응급환자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국군수도병원과 국군대전병원 등 전국 12개 국군병원 응급실을 민간에 개방했다. 부산의료원을 비롯해 지방의료원과 적십자병원 등 공공병원 97곳은 민간병원에서 환자를 받아 응급수술을 진행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춘다. 평일 진료 시간을 오후 8시까지로 늘리고, 주말과 공휴일에도 진료하기로 했다.

전국 응급의료기관 간 신속한 이송·전원 체제도 가동된다. 보건복지부는 소방청과 함께 중증·응급환자는 권역응급의료센터 등 대형병원으로, 경증·비응급환자는 지역 응급의료기관이나 인근 병의원으로 이송할 계획이다. 전국 대형병원들도 자체 비상진료대책을 실행, 응급·중증 수술과 중환자실, 투석실, 심뇌혈관 센터 등 필수의료 위주로 운영하기로 했다.

정부는 의원급 동네 의료기관까지 진료 공백이 확산하는 경우에는 구·군 보건소의 연장 의료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 운영에 차질을 빚는 병원에는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공중보건의사(공보의)와 군의관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의사 집단행동 장기화에 대비해 비대면 진료 카드까지 내밀었다. 모든 종별 의료기관에서 초진과 재진 환자 관계없이 비대면 진료가 허용될 전망이다. 복지부는 또 ‘비상진료대책상황실’을 확대 운영한다.의사들의 집단행동 기간에 문을 여는 병원은 복지부 콜센터와 응급의료포털(www.e-gen.or.kr)에서 안내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비교적 병증이 가벼우신 분들은 전공의가 빠져나가 혼란스러운 대형 병원들 대신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병의원을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부산시도 비상진료대책을 마련하고 지난 6일부터 비상진료대책상황실 운영에 들어갔다. 부산의료원과 부산보훈병원·동남권원자력의학원·부산대병원 등 공공의료기관 4곳은 진료 시간을 연장하게 된다. 또 대학병원에서 수술이나 진료가 미뤄지는 준중증 환자는 부산 지역 25곳의 종합병원에 분산해 치료하기로 했다.

이 같은 비상체계의 효력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과거 의사 파업 사례를 감안하면 대형병원의 수술, 입원, 외래진료, 중환자실 운영 능력이 평소보다 30~50%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전공의 몫까지 떠안은 교수와 전임의 등의 피로가 누적돼 의료시스템이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