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쇄신도 감동도 없는 여야 ‘밥그릇 공천’ 볼썽사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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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시스템 공천”, 헛구호 그쳐
민생 살리는 인물·비전 제시해야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 장비담당사무원 교육에서 선거사무원들이 사전투표 장비 사용을 실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 장비담당사무원 교육에서 선거사무원들이 사전투표 장비 사용을 실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4·10 총선 후보자 공천과 관련해 여당 국민의힘과 제1 야당 더불어민주당의 모습이 몹시도 볼썽사납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강조하는 ‘과감한 혁신’을 보여 주지 못한다. 공천 작업이 70% 이상 이뤄진 지금까지 컷오프된 현역 지역구 의원은 한 명도 없고, 대통령실 출신과 ‘윤핵관’ 인사 상당수가 낙점을 받았다. 민주당에선 비명-친명 사이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으며 공천에 난맥상을 보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당 안팎의 불공정 논란에도 오불관언이다. 양당이 공히 내세우는 ‘투명 공천’이나 ‘시스템 공천’은 헛구호에 그친다. 이러고서도 유권자에게 표를 달라고 하니, 탄식만 나올 따름이다.

국민의힘은 공천 잡음이 적은 듯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현역 탈락자가 없으니 겉으로만 조용하게 보일 뿐이다. 국민의힘은 당초 하위 10%에 대해 컷오프하기로 했지만, 재배치 요청에 응하면 공천을 주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 때문에 김해을 등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인적 쇄신 약속이 무색해졌다. ‘윤핵관’ 불출마는 장제원 의원 한 명에 그쳤고, 지역구 현역 교체율도 역대 최저다. 부산의 경우 4명이 교체됐지만, 강제 교체가 아니라 당사자의 불출마 선언과 지역구 조정의 결과일 뿐이다. 상당수 친윤 인사들이 단수공천을 받은 것도 국민 기대치에는 맞지 않는 모습이다.

‘이재명 사당화’ 논란이 거세지면서 민주당의 공천 갈등과 내분은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해 국회에서의 ‘이재명 체포 동의안 표결’에 찬성한 의원들이 불이익을 받았다는 주장과 함께 경선 여론조사 업체 부정 선정 의혹도 불거졌다. 실제로 지금까지 보인 공천 결과 친명계 의원들은 대부분 단수공천을 받은 반면, 비명계는 경선을 치러야 하거나 아예 배제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비아냥이 나올 법도 하게 된 것이다. 비명계 인사들의 불만과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탈당 행보도 잇따르고 있지만,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적극적인 수습 의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번 총선에 앞서 거대 양당 모두 원칙과 상식에 부합하는 공천 쇄신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지금 양당의 모습에서 그런 다짐의 흔적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오로지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소위 ‘밥그릇 공천’에 연연하는 구태만 재연하고 있을 따름이다. 안팎으로 위기에 처한 민생을 살리기 위한 큰 비전이나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는 당 차원의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양당 사이 멸시와 적의, 아집과 불통만 느껴진다. 쇄신도 없고 감동도 없는 거대 양당의 이런 공천 양상은 결국 국민을 무시하고 우롱하는 처사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고서도 이기는 선거는 동서고금에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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