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병원 환자 오픈런 “한 명 퇴원해야 한 명 입원 가능”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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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갈등 이번 주 최대 고비

대학병원 병상 가동률 20% 이상 줄어
2차 병원은 100% 육박 접수대 북새통
레지던트 4년 차·전임의 이탈도 현실화
부산대병원 인턴 52명 임용 포기 선언

26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정부는 전공의가 29일까지 복귀하면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26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정부는 전공의가 29일까지 복귀하면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전공의 이탈 1주일째인 26일 부산에서도 의료대란이 이어지고 있다. 주요 대학병원 병상 가동률, 응급실 가동률이 크게 떨어졌다. 부산대병원, 동아대병원, 부산백병원 등은 전공의 이탈 전과 비교하면 병상 가동률은 20% 이상, 응급실 가동률도 20~30% 이상씩 줄었다. 전임의와 교수가 응급실에서 씨름하는 사이 환자들은 당장 진료를 볼 수 있는 2차 병원으로 몰려가고 있다.

■“한 명 퇴원해야 한 명 입원 가능”

“평소라면 병상 총 299개 중 10~15%는 여유가 있는데 90% 안팎으로 유지되던 병상 가동률이 지금은 98% 이상으로 뛰었습니다. 병상 가동률 자체가 의미 없는 특수상황입니다. 환자 한 명이 퇴원해야 한 명이 입원 가능한 상황이니까요.”

이날 부산 서구 서대신동 부산삼육병원에서 만난 병원 관계자 말이다. 이 병원은 2차 병원이다. 부산 서구에 위치한 부산대병원, 동아대병원, 고신대병원 등 대학병원이 전공의 이탈로 제 기능을 못 하자 환자들이 부산삼육병원으로 몰리고 있다.

이날 오전 부산삼육병원 원무부에는 접수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대기 의자는 사람들로 가득 차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다음 접수번호를 알리는 ‘딩동’ 소리도 연신 울렸다. 접수가 채 끝나기도 전인데 내과, 신경과 등 각 진료실 앞에는 이미 십여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진료 순번을 알려주는 모니터 화면에는 대기 환자 이름이 빽빽했다.

이 병원에선 오전 3시간 동안 접수 번호가 500번대를 넘어섰다. 병원 관계자는 “평소 월요일 오전은 300번대, 많아도 400번 안팎에서 접수가 마감되는데 오늘은 훨씬 많다”고 전했다.

환자들도 애가 타고 있다. 부산삼육병원에 따르면 보통 환자가 입원 의뢰를 하면 늦어도 당일 입원이 가능하지만, 현재는 하루 이틀씩 지연되고 있다. 입원 대기실에서 만난 강신구(79) 씨는 “요로결석 때문에 1월 초 부산대병원을 방문했더니 50일 정도를 기다리라고 해서 이달 27일로 겨우 수술 날짜를 잡았다. 그런데 파업 때문에 3월 12일로 또 밀린다고 해서 결국 삼육병원으로 왔다”며 “아픈 사람 입장에서는 수술이 하루라도 늦어지면 그 스트레스는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다”고 토로했다.

■레지던트 4년 차·전임의 이탈도 현실화

전국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1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 23일 기준 전국 100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1만 34명이 사직서를 냈다. 전체의 80.5% 수준이다. 사직서를 내지 않은 약 20%에 해당하는 전공의는 대부분 레지던트 3, 4년 차로 파악된다.

전공의 계약은 연 단위로 보통 2월 말까지이고 3월이면 갱신하는데, 곧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는 3, 4년 차 입장에서는 계약 종료를 앞두고 있어 사직서를 낼 유인이 크게 없다는 분석이다. 이들 역시 정부 의대 증원 정책에 항의하기 위해 재계약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기조를 세우고 있다.

인턴과 레지던트를 마치고 병원과 계약하는 전임의들도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어 비상이다. 보통 임상강사, 펠로우 등으로 불리는 전임의는 진료와 수술 등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전공의와 전임의가 모두 병원을 떠난다면 대학병원에 교수밖에 남지 않는다. 지금도 전임의와 교수가 3주 치 당직을 전공의 대신 서는 방식으로 버티는데 남은 전공의와 전임의마저 병원을 떠난다면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부산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평소에도 30여 명의 전임의 중 5명 정도만 남고 커리어를 위해 서울 다른 병원으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기는 하다”며 “하지만 떠난 자리를 새 전임의가 채우는 식으로 병원이 돌아갔는데 이들이 한꺼번에 떠나면 큰 차질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인턴 역시 임용을 집단 포기하고 있다. 부산대병원에 따르면 다음 달 1일로 입사할 예정인 부산대병원 신임 인턴 57명 중 52명이 임용 포기서를 제출했다. 아직 부산 내 다른 병원까지 인턴 임용 포기가 확산하고 있지는 않지만 향후 장담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백병원은 인턴 내정자가 39명, 동아대병원 인턴 내정자는 33명이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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