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 장애 유발 고관절 손상, '카더라'만 믿고 방치했다간…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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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관절 수술 경과와 위험성]
관절염·골절에는 인공관절 대체
반영구적 부품으로 수명도 향상
질환 수술, 일상 생활 제한 없어

골절 사망 주원인은 폐렴·혈전
수술 후 통증 개선·사망률 낮춰
"주치의 믿고 객관적 판단 필요"

동의의료원 박원로 정형외과 주임과장이 고관절 수술을 하고 있다. 동의의료원 제공 동의의료원 박원로 정형외과 주임과장이 고관절 수술을 하고 있다. 동의의료원 제공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은 고관절이 심하게 손상되고 일상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통증이 생긴 경우 손상된 연골과 일부 뼈를 제거하고 인공관절물로 대체하는 수술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고관절 인공관절 치환술 환자 수는 2만 7557명으로, 2018년 2만 4653명에 비해 증가 추세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환자들이 유독 고관절 수술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어떤 경우 수술이 필요할까

동의의료원 정형외과 박원로 주임과장은 "많은 환자가 다른 관절보다도 고관절 수술이 큰 수술이라고 생각하고 '누구는 수술을 하고 못 걷는다더라' '누구는 수술하고 돌아가셨다더라'라는 식으로 질문을 한다"면서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이 지나친 두려움을 갖지 않고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관절은 골반과 허벅지뼈를 연결해 주는 큰 엉덩이 관절로, 하반신 움직임에 핵심 역할을 한다. 고관절이 손상되면 서고 걷는 기본적인 활동이 어려워 삶의 질이 떨어진다. 무릎이나 어깨 같은 다른 관절과 달리 수술적 방법의 선택지가 많지 않다. 관절 내시경으로 해결이 가능한 질환도 일부 있지만 매우 제한적이다.

보행에 지장이 많은 관절염, 대퇴골두 골괴사, 대퇴경부 골절은 인공관절 수술이 표준적 치료다. 대퇴골두 골괴사는 허벅지뼈인 대퇴골의 머리 부분에 피가 통하지 않아 조직이 괴사해서 발생한다. 대퇴경부 골절은 대퇴골두와 대퇴골을 이어 주는 부분이 부러진 것으로, 골다공증 환자가 넘어졌을 때 발생하는 대표적인 골절이다. 관절염은 대부분 골괴사나 골절 등 일차적 질환이나 변형에 의해 관절연골이 마모돼 발생한다.

인공관절의 수명은 어떨까. 박원로 과장은 "과거 폴리에틸렌 재질의 베어링(인공관절 사이에 들어가는 부품)은 마모돼 재치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략 2000년 이후에 나온 강화 폴리에틸렌은 내마모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면서 "요즘은 반영구적이라고 할 수 있는 세라믹 재질의 베어링도 선택할 수 있어 필요한 경우 30대에게도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을 권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우측 고관절 관절염으로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은 78세 환자의 수술 전(왼쪽)후 엑스레이 사진. 수술 시간은 1시간이 소요됐다. 동의의료원 제공 우측 고관절 관절염으로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은 78세 환자의 수술 전(왼쪽)후 엑스레이 사진. 수술 시간은 1시간이 소요됐다. 동의의료원 제공
우측 대퇴골 전자간(경부 아래 커다란 뼈 돌출부 사이) 골절로 지지대를 이용해 대퇴부를 고정하는 수술을 받은 82세 환자의 수술 전(왼쪽)후 엑스레이 사진. 수술 시간은 30분. 동의의료원 제공 우측 대퇴골 전자간(경부 아래 커다란 뼈 돌출부 사이) 골절로 지지대를 이용해 대퇴부를 고정하는 수술을 받은 82세 환자의 수술 전(왼쪽)후 엑스레이 사진. 수술 시간은 30분. 동의의료원 제공

■골절이 더 위험한 건 맞지만

고관절 질환, 그리고 고관절 골절과 같은 외상의 경우 고관절 수술 과정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경과와 위험성은 다르다.

관절염이나 골괴사 같은 질환으로 수술을 할 때는 다른 정형외과 수술과 비교해도 예후가 좋은 편이다. 박원로 주임과장은 "수술 시간은 피부의 절개부터 봉합까지 한 시간 내외가 걸리고,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1~2일 정도에 목발 보행을 시작해 걸어서 화장실을 갈 수 있는 정도가 된다"고 설명했다. 수술 후 통증 조절 방법도 보편화돼 대부분은 수술 첫날에도 잠을 설칠 정도의 통증은 없다. 수술 후에도 일상 생활에 큰 제한은 없다. 농구, 축구나 전력 질주 같은 격렬한 운동은 피하는 게 좋지만 골프나 가벼운 등산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고관절 골절로 인한 인공관절 수술은 질환으로 인한 수술보다는 더 위험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여러 논문에 따르면 노인성 고관절 골절 후 1년 내 사망률은 20% 내외로 알려진다. 단, 이때 사망률은 수술 여부를 따로 조사하지 않은 통계가 대부분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골절 후 수술을 하지 않은 경우 1년 내 사망률은 70%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다. 골절의 경우에도 수술이 사망률을 낮춘다는 의미다.

사망 원인 또한 수술 중 사망보다는 폐렴이나 혈관이 막혀 생기는 내과적 합병증이 대부분이다. 박원로 과장은 "고관절 골절 환자는 대부분 통증이 심해 앉거나 돌아눕는 체위 변경이나 화장실에 가는 정도의 이동도 불가능하다. 꼼짝도 할 수 없고 기침도 제대로 하지 못하니 혈전이 생겨 혈관이 막히고 폐렴이 잘 온다. 특히 기저질환이 있는 노인은 이런 합병증이 발생하면 이겨 내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막연한 두려움으로 수술을 하지 않고 누워만 있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닐 수 있다고 조언한다. 수술을 해서 침상 밖으로 나올 수 있다면 내과적 합병증도 줄일 수 있다. 수술을 하면 통증이 급격히 개선돼 적어도 수술 다음 날부터는 앉거나 돌아눕고 휠체어로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수술 시간은 인공관절 치환술은 1시간 내외, 골유합(뼈가 다시 붙는 것)을 위한 내고정술은 30분 내외가 걸린다.

동의의료원 박원로 주임과장은 "고관절 수술은 통증을 조절하고 사망률을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 꼭 필요하다"면서 "정형외과 주치의가 고관절 수술을 권유한다면 주변의 '카더라'는 말보다는 정확한 사실에 입각해 판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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