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장 허물고 통학로 넓히는데…있는 땅도 팔아버린 울산교육청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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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원거리 배정으로 집단 민원 야기
통학버스 긴급 배정…뒷북 대책 ‘급급’
학교 공공토지도 2년 전 공매로 팔아
학교 측 “주차장으로 쓰자” 요구 거부
현재 통학버스 주차공간도 없어 ‘쩔쩔’
근시안적 교육 행정에 학생 불편 가중

울산시교육청은 최근 이화중학교 원거리 배정으로 집단 민원이 불거지자 긴급하게 통학버스를 배정하고 진출입로 확장 공사를 벌였다. 원래 이곳에는 실외농구장이 있었지만 통학버스가 드나들 공간이 좁아 모두 철거한 상태다. 권승혁 기자 울산시교육청은 최근 이화중학교 원거리 배정으로 집단 민원이 불거지자 긴급하게 통학버스를 배정하고 진출입로 확장 공사를 벌였다. 원래 이곳에는 실외농구장이 있었지만 통학버스가 드나들 공간이 좁아 모두 철거한 상태다. 권승혁 기자

울산시교육청이 올들어 중학교 원거리 배정으로 집단 민원을 일으킨 것도 모자라 이 학교 주차장으로 사용 가능한 공공토지마저 팔아버린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 학교는 현재 부랴부랴 통학버스를 도입, 멀쩡한 농구장까지 철거하고 진입로 확장공사를 벌였다. 시교육청의 근시안적이고 부실한 행정이 학부모와 학생 불편만 가중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지난 27일 울산시 북구 중산동 이화중학교 정문 쪽에 진입로를 넓히는 공사가 가까스로 마무리됐다. 신입생 입학을 불과 일주일가량 남겨뒀기 때문이다. 진입로와 연결된 왕복 8차선 산업로에는 각종 화물차가 쉴 새 없이 지나다녔다.

올해 이화중에 배정된 신입생은 174명. 현 2학년 학생이 91명인 것을 고려하면 신입생이 두 배가량 늘었다. 인근 농소중학교가 지난해 1월부터 그린스마트미래학교 개축 공사에 들어간 영향이 컸다. 농소중에 가야 할 신입생 상당수를 이화중이 떠안은 것이다.

학부모들은 크게 반발했다. 이화중은 울산에서 경주 방향 산업로인 7번 국도에 있어 화물차 통행이 잦다. 시내버스는 20~40분 간격으로 다니는 데다, 등하교 때는 왕복 8차선의 도로를 건너야 하는 위험도 뒤따른다.

시교육청은 뒤늦게 예산 2억 원을 들여 3월부터 통학버스 3대를 운영하겠다며 지난달 9일부터 이달 27일까지 긴급하게 진출입로 확장 공사를 했다.

학생 원거리 배정의 원인이 된 농소중학교 홈페이지에는 이미 2022년 10월에 개축 공사 일정이 상세히 소개돼 있었다. 시교육청이 학생 배정 문제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뒷북 대책에 급급했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시교육청의 근시안적인 행정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화중학교가 주차장으로 염두에 둔 공공토지를 2년 전 팔아버린 사실도 확인됐다. 시기상으로 농소중 개축 일정이 나온 뒤였다. 시교육청은 2022년 12월 이화중 정문 출입로 쪽에 있는 공공토지 2필지 43㎡와 97㎡를 묶어 공매로 팔았다. 앞서 이화중은 2021년 5월 이 토지를 주차장으로 정비해 달라고 시교육청에 요청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현재 이 학교는 정문 쪽 진입로에 통학버스 운행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워 실외 농구장까지 철거한 상황이다. 2년 전 시교육청의 성급한 판단으로 통학 대책에 활용할 유용한 선택지 하나가 사라진 것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토지는 대형 버스 한 대를 델까 말까 한 조그만 땅이다. 지대가 낮아 도로와 높이 차가 꽤 난다”며 “(이화중 요청대로) 주차장으로 만들려면 투자 대비 효과가 낮다고 봤다. 그 뒤 이화중에서 관리하기 어렵다며 매각 요청이 들어와 공매로 넘긴 것이다. 야외 농구장도 실내 농구장이 따로 있어 잘 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화중 측 설명은 다르다. 당시 이화중 교장을 지낸 퇴직 인사는 “내가 수차례 주차장으로 정비해 달라고 했는데 (시교육청에서) 토목 비용으로 1억 원 이상 들어서 안 된다고 했다. 매번 수학여행 버스조차 돌릴 공간이 없어 (학교로 들어오지 못하고) 도로가에 세워두기 일쑤였다”며 “당연히 그 땅은 좁지만, 주차장으로 만들었다면 기존 도로 부지와 연결돼 지금 (학생들 통학) 문제도 훨씬 완화됐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

울산시의회 문석주 의원은 “학생들 원거리 배정이 뻔히 보이는데 적절한 통학대책 하나 없이 있는 땅도 팔아버리는 게 말이 되느냐”며 “백년지대계는커녕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교육 행정을 보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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