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왜 미술을 학창 시절에만 잠깐 했을까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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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미술 수업 / 유홍준 외


<세상의 모든 미술 수업> 표지. <세상의 모든 미술 수업> 표지.

몇 년 전 부산도시철도 시민문화예술강좌를 찾아가 미술 수업을 받은 적이 있다. 성인이 되고 나서 그림을 그린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두 시간 가량을 앉아 있으니 몸은 뒤틀리는 것 같았지만 머리는 개운해졌다. 분명히 같은 것을 보고 그렸는데도 사람마다 결과물이 달랐다. 나만의 색깔이 있다는 사실을 그때 깨달았다. 각자 다른 개성이었다. <세상의 모든 미술 수업>을 넘기며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이성 친구와 미술관에서 대화를 나누고 싶다.” 공대에서 열린 미술사 수업을 듣는 수강 목적을 쓰라고 했더니 한 한생이 적어 낸 솔직한 내용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미술을 학창 시절 잠깐 배우고 말았을까.

이 책은 다양한 미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들의 글 10편을 모았다. 가장 성공적인 미술 수업은 화가 김중석이 문해 교실 할머니들과 그림을 그렸던 경험인 것 같다. 못 그린다고 손사래를 치던 할머니들이 꾸준한 수업을 거쳐 마침내 자신의 그림책까지 만들게 된다. 도서관에서 북토크도 하고 심지어 미국에서까지 전시를 열게 되었단다. 글자를 몰라 세상과 단절되고 위축되어 있던 할머니들이 그림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는 모습이 흐뭇하게 그려진다.

다시 공대생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이성 친구가 생겨 미술관에 갔더라고 해도 작품을 앞에 두고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이미지와 영상을 비롯한 시각적 정보를 읽고 소통하려면 ‘비주얼 리터러시’가 필요하다. 시각 정보는 문자 또는 언어 정보로 쉽게 치환되지 않기에 ‘보는 방식’을 배워야 한다. 추상 미술은 칸딘스키가 거꾸로 걸린 자기 작품이 근사해 보이면서 시작했다고 한다. 따뜻한 그림 이야기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유홍준 외 9인 지음/창비교육/204쪽/1만 8000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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