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살인 났다”…112 허위신고 ‘껑충’ 경남경찰 한숨만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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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249건서 304건으로 22% 증가
“번화가 칼부림” 등 강력범죄 의심 내용
“위험하게 신고해 즉각 출동토록 하려고”
허위신고 지속, 솜방망이 처벌 한몫 지적

112 신고 이미지. 이미지투데이 제공 112 신고 이미지. 이미지투데이 제공

경남지역 경찰들이 늘어나는 112 허위신고에 번번이 경력을 낭비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처벌 강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9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6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한 주택에서 70대 남성이 “아내와 다툼이 있었는데…, 살인이 났다”며 112에 신고했다.

경찰은 최단시간 출동을 명하는 ‘코드제로’를 발령, 위치정보시스템(GPS)을 통해 순찰·파출소 대원과 형사 등 8명을 즉각 현장에 투입했다. 하지만 해당 노부부는 별다른 부상 없이 주거지에서 멀쩡히 경찰관을 맞이했다. 음주 문제로 서로 다투다가 홧김에 신고했다는 핑계를 댔다. 신고 남성은 즉결심판에 넘겨졌다.

또 지난 1월 7일 오전 11시 30분께 양산에서 술값 시비와 휴대전화 분실 민원을 해결해 주지 않은 것에 불만을 품고 “번화가에 칼부림하는 사람이 나타났다”며 112에 허위신고한 40대도 즉결심판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21일 오전 4시 47분 창녕에선 “사람이 흉기에 찔려 피를 흘린다. 빨리 출동해라”며 욕설과 폭언을 하는 등 100여 차례에 걸쳐 허위신고를 한 60대가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입건되기도 했다.

최근 3년간 경남의 112 허위신고는 △2021년 249건 △2022년 229건 △2023년 304건으로 나타났다. 2년 새 22%가 증가한 셈이다. 같은 기간 형사입건은 35명에서 47명, 즉결심판은 213명에서 257명으로 뛰었다.


특히 지난해는 일절 훈방 없이, 모든 허위 신고자를 입건하거나 즉결심판 등으로 처벌했다. 같은 해 7월 조선의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과 그다음 달 최원종의 ‘분당 흉기난동’까지 잇따르면서 SNS 등에 허위로 적은 살인 예고글이 나돌았고, 정부 차원에서 이에 적극 대응하면서 처벌 건수도 덩달아 오른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자들이 허위신고 내용을 상당히 위험하고 다급하게끔 해야 경찰이 즉각, 많이 출동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은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일단 신고 내용자체가 워낙 위급해 경찰이 적극 대응하지만 경찰력 허비가 비일비재하다.

통상 범행이 일회성에 그치면 즉결심판, 반복되면 형사입건된다. 즉결심판은 죄질이 약하고 사안이 명백한 사건을 대상으로 벌금 20만 원 이하·구류·과료 등을 부과한다.

특히 경찰이 2018년부터 중대한 허위·장난 신고에 대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며 엄정 대응하고 있지만 범죄는 되레 늘어났다. 이를 두곤 솜방망이 처벌이 허위신고 근절의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경남대학교 김도우 경찰학부 교수는 “허위신고 증가·지속 사유는 공권력 약화와 미비한 처벌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인다”면서 “지속적인 중복 신고는 사회에 대한 불만 표출의 일환이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개인적인 불만을 해소하려고 112에 허위신고 하면 정작 필요한 현장에 출동할 수 없다”며 “바꿔 말하면 우리 가족과 이웃이 제때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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