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연휴가 불안한 의료현장… 전공의들 복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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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4일부터 사법 처리 절차 밟기로
대화 창구 만들어 협상 테이블 앉아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광주·전남지역본부 관계자들이 29일 오후 광주광역시청 앞에서 의사 진료 거부 사태 정상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광주·전남지역본부 관계자들이 29일 오후 광주광역시청 앞에서 의사 진료 거부 사태 정상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 집단행동이 11일째다. 정부가 집단 사직서를 내고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복귀하라고 최후통첩한 시한이 2월 29일까지였다. 하지만 1만 명 가까운 사직 전공의 가운데 294명만 복귀했고, 부산지역 상급종합병원에는 이렇다 할 움직임조차 없다고 한다. 정부는 명령불이행확인서를 받은 전공의 7854명에 대해 연휴가 끝나는 4일부터 면허정지, 고발, 수사, 기소 등 사법절차를 가시화하고 있다. 부산경찰청도 반부패수사대가 수사를 맡기로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강경투쟁 방침을 고수한 채 3일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를 열 계획이다. 출구 없는 강 대 강 대치 상황이 지속되면서 파국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의사들 집단행동 장기화로 인해 3·1절 연휴를 맞은 환자 및 일반 시민의 불편과 혼란은 증폭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의 원인이 됐던 ‘응급실 뺑뺑이’ 사태는 더욱 심각해져 119구급대가 환자를 수용할 응급실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신생아 환자가 수 시간 동안 응급실을 찾아 헤매다 간신히 치료받거나, 고령의 암환자가 며칠 동안 대학병원 여러 군데를 전전하다 겨우 입원했다고 한다. 애꿎은 환자만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셈이다. 이런 와중에 병원에 남은 PA(진료지원인력) 간호사를 비롯해 전임의와 교수 등은 과중한 업무에 허덕이고 있다고 한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오히려 “의사 증원이 필요하다”는 의대 정원 확대 논리를 견고하게 만드는 모양새다.

의사들은 환자의 생명을 인질로 삼은 ‘이권 투쟁’은 어떤 명분으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이번 사태의 와중에 서울대 의대 김정은 학장이 대학 졸업식에서 “지금 의료계는 국민에게 따가운 질책을 받고 있다”며 “의사가 사회적으로 숭고한 직업으로 인정받으려면 세상을 치료하는 의사, 받은 혜택을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뚜렷한 책임감을 가진 의사, 사회적 책무성을 위해 희생하는 의사가 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한 것은 매우 상징적이다. 의사가 환자 곁에서 세상을 치료하고, 희생할 때 국민으로부터 숭고한 직업으로 존경을 받을 수 있다. 전공의들은 의사의 직업 윤리를 지금이라도 각성하고, 병원으로 복귀해야 한다.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와 집단행동 엄정 대응 방침을 고수하면서도 당장의 의료 파국을 막아야 한다. 대치 상황이 악화돼 자칫 기존 의료진까지 집단행동에 동조한다면 의료 붕괴 사태를 피할 수 없다. 무고한 생명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정부는 대화 테이블을 마련해야 한다. 의사 집단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점점 싸늘해지고 있다. 의료계는 무책임한 집단행동이 아니라, 대표성 있는 창구를 만들어 정부와 협상에 나서야 한다. 국민의 건강권이 최우선 가치라고 생각한다면 대화는 쉽게 풀릴 수 있다. 어떤 경우라도 환자 곁을 지키는 것이 의사의 사회적 책무임을 인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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