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출 고등어 ‘싹쓸이’ 아프리카, 최대 교역국 등극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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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 등 3개국 60% 이상 사 가
액수로는 지난해 6474만 달러

우크라이나 전쟁·오염수 영향
씨알 작고 가성비도 좋아 인기
기후 변화·남획 등은 해결 과제

부산 서구 공동어시장에서 어시장 관계자들이 배에서 내린 고등어를 경매에 부치기 위해 나무상자에 옮겨담아 정리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 서구 공동어시장에서 어시장 관계자들이 배에서 내린 고등어를 경매에 부치기 위해 나무상자에 옮겨담아 정리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지난해 국내에서 수출한 고등어 대부분을 아프리카에서 ‘싹쓸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덕분에 역대급 풍어로 가격 급락을 우려했던 어민들도 시름을 덜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아프리카 내 고등어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국내 시장이 반사 효과를 누린 것으로 풀이된다.

3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외시장분석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냉동 고등어 수출액은 약 1억 666만 달러(약 1425억 원)로 전년(약 6547만 달러) 대비 63%가량 급증했다. 국내 고등어 80%를 위판하는 부산공동어시장은 이같은 수출 실적을 등에 업고 지난해 약 3215억 원의 위판 매출을 올리며 7년 만에 최고치를 달성했다.

국내에서 수출한 고등어가 가장 많이 향한 곳은 바로 아프리카다. 지난해 4분기(10~12월) 냉동 고등어 수출 현황을 보면 아프리카에 있는 가나(1105만 달러), 나이지리아(1081만 달러), 코트디부아르(886만 달러) 3개국이 전체 수출액의 70.5%를 차지했다. 지난해 연간으로 범위를 넓혀도 이들 3개국이 국내 수출 고등어의 60% 이상 쓸어갔다.

공동어시장 관계자는 “지난해는 태풍이 적어 조업일수가 많고 어황도 평년보다 좋아 고등어가 많이 잡혔다”면서 “자칫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떨어질 수 있었지만 아프리카에서 수요를 탄탄히 받쳐주면서 좋은 실적을 거둬 어민들이 한숨 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는 2019년 국내산 고등어를 다량 수입하며 주요 교역국으로 각광받았다. 다만 당시 수출액이 2284만 달러로 지난해 대비 3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았고 이마저 2020년 코로나19 유행으로 739만 달러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이듬해부터 폭발적으로 수출 규모가 늘면서 마침내 우리나라의 압도적인 최대 교역국으로 자리 잡았다. 수산업계에 따르면 아프리카가 국내 고등어를 선호하게 된 것은 대외 환경 때문이다. 본래 아프리카는 러시아와 일본에서 수산물을 많이 수입했다. 특히 러시아 오호츠크해에서 잡히는 청어와 정어리를 즐겨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의 무역 제재가 심해졌고, 일본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뒤 어선 출항을 줄여 수산물 수입이 크게 줄었다.

이런 상황 속 국내산 고등어가 뛰어난 가성비를 앞세워 아프리카를 사로잡았다. 수산물 수출 업체인 ‘프레스코’ 강석환 대표는 “아프리카는 자체 조업 기술이 부족해 주로 수산물을 수입한다”면서 “러시아나 일본 등 기존 주요 수출 국가가 대외 환경으로 자리를 비운 틈을 값싼 국내 고등어가 잘 파고 들어갔다”고 말했다.

국내 연근해에서 잡히는 고등어 중 3분의 2는 씨알이 작은 ‘망치고등어’다. 우리나라는 구이나 찌개를 선호하기 때문에 노르웨이에서 수입한 대형 고등어를 즐겨 찾고, 망치고등어는 주로 사료용으로 처리된다. 하지만 아프리카는 생선 훈제 요리가 발달한 덕분에 작고 가격이 저렴한 국내산 망치고등어가 인기를 얻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수산물 수출 다각화가 어민에게 도움이 된다면서도 장기적인 연근해 어업 대책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KMI 해외시장분석센터 관계자는 “국내에서 주로 사료용으로 쓸 수밖에 없던 작은 고등어를 아프리카에 대거 수출하며 어민들 수익에 도움이 된 건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이면에는 국내 연근해에서 잡히는 고등어의 크기가 계속 작아지는 현상이 있기 때문에 기후 변화나 남획 등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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