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4·10 총선, '국립산박' 추진력 얻는 전환점 돼야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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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혁 사회부 동부경남울산본부 차장

대통령 공약이자 울산 숙원인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이하 ‘국립산박’) 건립이 4·10 총선에서 외면당하는 분위기다. 흔한 총선 공약 어디에도 국립산박 건립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울산 공약 1호로 산업수도 위상 구축을 내걸었다. 그 핵심 과제로 제시한 것이 국립산박 건립이다. 박근혜·문재인 대통령이 모두 울산공약으로 내세울 만큼 국가적 필요성이 강조된 사안이다.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도 명분이 뚜렷하다 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2013년 9월 13일 대한민국 근대화를 이끈 울산에 국립산업기술박물관 건립을 확정했다. 울산유치범시민운동본부가 발족해 30만 명 시민 서명을 받은 지 1년 7개월 만의 성과였다. 정부가 서울 용산에 1조 2000억 원을 들여 설립하려던 국립산박을 울산 시민의 힘으로 산업수도 울산에 유치한 것이다.

하지만 국립산박 건립은 어느덧 12년째 장기 표류하는 그저 이름뿐인 대선 공약으로 전락한 상태다. 규모나 시기 등 어느 것 하나 확실하게 결정된 것이 없다.

애초 세계 최대 규모 산업기술박물관을 목표로 1조 2000억 원에 달하던 사업비는 장기간 정부와 지자체의 ‘핑퐁 게임’에 휘둘리다 어느새 1386억 원까지 쪼그라들었다. 문제는 이 사업비조차 온전하지 않다는 점이다. ‘국립’이라는 이름이 민망할 수준이다. 수지타산에 치중하는 정부 태도가 원인으로 꼽히지만, 공공기관을 지을 때 항상 부딪히는 기본적인 문제다. 무엇보다 시민사회의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관심과 이를 정부에 전달하는 지역 정치권의 가교 역할이 절실한 시기다.

멀리 갈 것 없이 지난해 누적 관람객 1000만 명을 달성한 부산 영도구 국립해양박물관을 보라. 올해 개관 12주년을 맞은 이 박물관은 시민사회와 상공계, 언론, 정치권의 꾸준한 관심 속에 명실상부 국내 해양 문화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총선은 국립산박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을 환기하고 재충전의 씨앗을 퍼트릴 중요한 전환점이 돼야 한다. 국립산박을 원상회복하려는 정치권의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울산시도 국립산박 총선 공약화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약속한 것도 제대로 이뤄내지 못하는데 제아무리 거창한 사업을 계획한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국립산박은 장차 대한민국 성장 DNA를 전 세계에 알릴 국가적 자부심이자 미래 산업 발전의 요람이 될 것이다. 해외 주요 기술 선진국은 이미 100년, 200년 전부터 산업기술박물관을 세워 산업 역량과 기술 발전상을 대내외에 널리 알리고 국민적 자긍심도 고취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국립산박을 놓고 결자해지를 외치던 정치인들은 꿀먹은 벙어리마냥 조용하다. 4년이 흐른 지금 반성은커녕 제 살길 찾느라 애가 타는 모습이다. 언제까지 국립산박을 선거 들러리로 세워둘 것인가.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지 않도록 유권자들의 날카롭고 끊임없는 비판이 뒤따라야 한다. 110만 시민이 국립산박 건립을 매의 눈으로 지켜본다는 사실을 이번 총선에서 확실히 일깨워야 한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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