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몇 대로 될까… 학장천 안전 대책 실효성 논란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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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집중호우 실종사고 여파
사상구 재발 방지 종합대책 추진
당장은 상황실 모니터링 수준
인력 배치 등 적극적 대처 요구

지난해 7월 부산 사상구 학장천에서 경찰과 소방 인력이 폭우로 학장천의 물이 불어나면서 실종된 60대 시민 수색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부산일보DB 지난해 7월 부산 사상구 학장천에서 경찰과 소방 인력이 폭우로 학장천의 물이 불어나면서 실종된 60대 시민 수색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부산일보DB

부산 사상구청이 지난해 7월 집중호우로 학장천에서 60대 실종자가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안전 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기적으로 수립한 안전 대책이 현장 위주 대응보다 상황실 모니터링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 인력을 늘리거나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등 사고 예방을 강화할 수 있는 적극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산 사상구청은 학장천과 삼락천 일대에 CCTV 10대를 설치하고 3대를 보강한다고 4일 밝혔다. 이달 CCTV 설치 장소를 살피고 실시설계 용역을 시작한 뒤 늦어도 오는 9월까지 설치를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다. 국지성 호우 등 기상재해 상황에 학장천과 삼락천의 급격한 수위 변화를 확인하고 재난사고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앞서 지난해 7월 운동을 하기 위해 학장천을 찾은 60대 여성(부산일보 2023년 7월 12일 자 10면 등 보도)이 집중호우로 갑자기 불어난 물살에 휩쓸려 실종됐다. 당시 하천 통제가 늦었다는 지적을 받은 구청은 사고 이후 학장천 일대에 93억 원을 투입해 안전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종합대책 수립에 나섰다. 지난달 재난안전상황실 개소와 CCTV 추가, 원격 통제 시스템 설치를 비롯해 △구덕천 일원 저류시설 조성 △사방댐 및 계류보전 사업 △우회 배수로 확보 등 학장천 유입 수량을 조절해 기습적인 폭우 시 급격한 수위 상승을 제한하는 사업도 장기적으로 세웠다.

그러나 구청이 단기적으로 수립한 CCTV 설치 등 안전 대책이 사고 재발을 막기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책이 모니터링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심하천은 대부분 폭이 좁고 하천 범람을 막기 위해 주위 벽이 높다. 이 때문에 도심 속 규모가 작은 중·소규모 하천은 상대적으로 범람에 취약하다. 많은 비가 갑자기 내리면 급류가 만들어지고 하천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다.

실제로 학장천 실종 사고가 발생한 지난해 7월 11일 오후 3시까지 최고 0.18m 수위를 유지했는데,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오후 3시 30분 1.14m, 오후 3시 40분 호우경보가 내려진 시점부터 1.9m까지 올라가며 수위가 급격히 상승했다. 최근 강수 패턴이 단기간에 몰리는 집중호우가 빈번해지면서 신속한 현장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관제실에 앉아 CCTV로 현장 상황을 지켜보다 급하게 대응하러 나설 땐 이미 늦을 수 있다. 장기적으로 추진하는 저류시설 조성이나 배수로 확보는 재원 확보부터 공사까지 난항이 예상돼 당장 오는 여름 유사한 사고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현장 위주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율방재단처럼 재난 상황에 투입할 수 있는 인원을 늘리거나 효율적으로 공무원 인력을 배치해 현장 접근 사전 차단 등 급류 발생 예상지역을 적극적으로 안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부산경상대 김만규 소방행정안전관리과 교수는 “집중호우 기간은 기상예보를 통해 예측이 가능하다. 이 기간에는 안전 교육을 받은 자율방재단 등을 투입해 사전에 현장 통제와 관리를 해야 한다. 장기적인 대책도 재원을 빨리 확보해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의대 류상일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부산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 수 없는 불투수면적 비율이 높은데, 이 때문에 하천 수위가 급격히 올라가는 경우도 많다. 불투수면적을 낮추기 위한 계획도 같이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상구청 안전총괄과 관계자는 “우수기 때 자율방재단을 사전에 투입해 계도활동을 하고 있는데, 인력을 늘리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며 “시민들이 즉각 대응할 수 있게 실시간 재난 알림 전자 전광판도 오는 5월 설치를 완료할 예정이다. 재원이 확보되면 구덕천 일원 저류시설도 조성해 하천 피해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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