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도 안전 취약계층으로 지원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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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래구의회, 전국 첫 조례 개정
피해 주택 지자체 관리 근거 담아
소방 등 관계기관 지원 요청 가능

부산 동래구청 전경 부산 동래구청 전경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관리자도 없이 임대 주택에 거주하며 이중고(부산일보 2월 29일 자 10면 보도)를 겪자 부산 동래구의회가 피해자 건물 관리를 지원하는 조례를 마련했다.

동래구의회는 제327회 임시회를 열고 천병준 의원이 발의한 ‘부산시 동래구 재난취약계층 주거환경 안전관리 및 지원에 관한 전부개정조례안’을 통과시켰다고 4일 밝혔다. 재난 취약계층을 상위법에 맞게 안전 취약계층으로 변경하며 지원 대상 범위를 확대했다. 특히 해당 조례에 전세사기 피해자를 대상자로 명문화한 것은 동래구가 전국에서 처음이다.

조례안은 건물 관리 책임까지 떠안아야 했던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지원책과 함께 피해 주택을 지자체가 관리할 수 있게 하는 근거 조항을 담았다. 그동안 민간 주택은 소유자가 관리하는 게 원칙이었지만,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임대인이 잠적한 경우가 많아 관리 문제까지 떠안고 있었다.

천 의원이 발의한 동래구의회 조례안에는 전세사기 피해자 등 안전 취약 계층에 대한 △소방·가스·전기 등 안전시설 개선 방안 마련 △안전한 생활환경 조성을 위한 행정적·재정적 기반 마련 △기초조사·현황 파악 △관할 소방서장에 지원 요청 등이 담겼다. 임대인이 유치장에 있거나 연락이 두절되면 건물에 필요한 시설을 설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세사기를 당한 경우 조례를 통해 소방 등 관련 기관과 협의해 관리하면 어려움을 덜 수 있다는 게 천 의원의 설명이다.

앞서 지난달 27일 여당 의원 퇴장과 야당 의원 찬성 속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된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해당 법안은 전세사기 피해주택 관리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지자체장이 실태 조사를 거쳐 최장 2년간 위탁 관리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사각지대 보완책과 함께 담긴 ‘선구제 후회수’ 방식 피해자 지원책에 정부·여당이 반대하면서 특별법 논의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여야 합의 없이 직회부됐기 때문에 30일 숙려 기간이 필요하다. 이 기간에 합의되지 않으면 30일이 지나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서 상정 여부를 결정하는 무기명 투표가 이뤄진다.

천 의원은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특별법 개정만을 손 놓고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전세사기는 동래구만의 일이 아닌 만큼 부산시와 타 지자체도 자체 조례 개정에 적극 동참해 피해자 고통을 덜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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