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짓기 참 힘들다” 잦은 비에 농민·소비자 모두 ‘울상’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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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봄 잦은 비로 일조량 부족 ‘심각’
지난해 대비 강수량 2배 이상 ‘폭등’
수정·착과 등 불량에 곰팡이병까지
생산량 감소에 가격 급등…서민 울상

경남의 한 시설하우스. 비 오는 날이 계속되면서 작물 재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현우 기자 경남의 한 시설하우스. 비 오는 날이 계속되면서 작물 재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현우 기자

잦은 비와 일조량 부족 탓에 시설하우스 농산물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례적으로 곰팡이 등 병해충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물론이고 착과율도 떨어져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5일 경남도농업기술원과 지역 농민 등에 따르면 최근 경남 진주지역 시설하우스 농작물 생산량이 급감했다. 지역 대표 신선농산물 가운데 하나인 쥬키니호박은 지난해 대비 생산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토마토와 고추, 딸기도 각각 30~40% 정도 줄었다.

비교적 생산량이 안정적인 시설하우스에서 이처럼 작물 생산량이 뚝 떨어진 건 드문 일이다. 수확을 하려고 해도 딸 열매가 없다 보니 농민들은 그저 한숨만 내쉬고 있다.

진주에서 쥬키니호박 농사를 짓고 있는 전주환 씨는 “원래대로라면 하우스 1개동에서 하루 100kg 정도가 수확됐다. 하지만 올해는 하루 20kg도 채 수확하기 어렵다. 1/5로 줄어들었는데, 당장 시설하우스 운영조차 못할 정도”라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쥬키니호박에 수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끝부분에 곰팡이가 피었다. 김현우 기자 쥬키니호박에 수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끝부분에 곰팡이가 피었다. 김현우 기자

사정이 이렇게 된 건 ‘잦은 비’로 인한 ‘일조량 부족’ 현상 탓이다.

기상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3개월 동안 경남 진주시 총 일조시간은 514.9시간으로, 한달 평균으로 보면 171.6시간 정도다. 전년 같은 기간 627.4시간, 한달 평균 209.1시간에 비해 20% 가까이 줄었다.

여기에 올해 일조율은 50%를 겨우 넘는 수치며, 특히 2월의 경우 합계 일조시간이 127.2시간으로 일조율이 40.18%에 불과하다.

비가 내린 일수로 보면 심각성을 더 잘 알 수 있다. 해당 기간 진주시는 총 91일 가운데 30일 동안 비가 내렸다. 전년도에는 16일 동안 비가 왔는데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진주 뿐만 아니라 부울경 지역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부울경 11개 지점에서 측정된 강수량은 263.2mm다. 전년 강수량 100.4mm나 1991년부터 2020년까지 30년 평균값 102.1mm와 비교하면 이례적일 정도로 많은 비가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현재까지 조사된 바로는 적어도 2배 이상 비가 많이 내린 것으로 보인다. 특정 지역만 그런 게 아니라 전반적인 현상이다. 기상청에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양고추 시설하우스 내부 모습. 원래는 하얀 꽃이 가득해야 하지만 악천후 탓에 꽃이 거의 피질 않고 있다. 김현우 기자 청양고추 시설하우스 내부 모습. 원래는 하얀 꽃이 가득해야 하지만 악천후 탓에 꽃이 거의 피질 않고 있다. 김현우 기자

일조량이 평년보다 줄고 시설하우스 내 습도가 높아지면서 농작물 생산량은 크게 타격을 입었다. 생육기에 일조시간이 대폭 감소하면서 수정·착과·과실비대 불량이 잇따랐다.

수정 자체가 이뤄지지 않아 열매가 맺히질 않는데다 겨우 열매가 달리더라도 광합성이 안돼 이마저도 어느 순간 떨어져 버린다. 애지중지 키워 놓으면 이번에는 잿빛곰팡이병 등 병해충 피해까지 입고 있다. 시설하우스 작물 전반적으로 전체 출하량이 감소했으며, 특히 특품 출하량은 전년 대비 70~80% 정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의 한 시설하우스 농민은 “지난해 늦가을까지 더웠던 데다 겨울철 갑자기 한파가 오면서 작물 생육상태가 좋지 않았다. 여기에 12월부터 한달에 3~4일씩 서너번 비가 오니 농사를 지을 수가 없다. 수정도 안 되고 광합성도 안 되니 농민이 할 수 있는 게 사실상 없는 상태”라고 토로했다.

겨울철 대표 과일 딸기도 곰팡이 피해를 피해가지 못했다. 김현우 기자 겨울철 대표 과일 딸기도 곰팡이 피해를 피해가지 못했다. 김현우 기자

수확량이 급감한 일부 작물은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데다 당분간 가격 상승세는 더욱 가파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쥬키니호박은 10kg 한 상자에 6만 원 안팎으로 지난해 대비 5배 이상 올랐고 청양고추 역시 10kg 한 상자가 20만 원에 육박한 상태다. 서민들로선 먹고 싶어도 선뜻 손이 가질 않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 된 것이다.

마트에서 만난 한 시민은 “대다수 작물 가격이 상상도 못할 정도로 올랐다. 장을 보러 왔는데 살 게 없는 게 아니라 살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농사를 직접 지어서 먹어야 하는 건지 답답한 마음이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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