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승현의 남북 MZ] 북한 붕괴론과 한국 소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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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신대 교양학부 교수(통일학·경영학)

북 경제 파탄, 남 저출산 위기에 직면
2030 미래세대 생존에 심각한 위협
분단 문제 해결이 근본적 대안일수도

한국에서 북한 붕괴론은 지난 30여 년 동안 5번 정도 거론됐었다. 첫 번째가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권이 붕괴하던 1990년대 초반이고 두 번째가 김일성이 사망한 1994년이다. 세 번째는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2008년이고 2011년 김정일 사망과 김정은 등극 시기에 또 한 번 북한 붕괴론이 등장했다. 다섯 번째는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는데 그즈음에 ‘통일 대박론’ 구호가 우리 사회를 휩쓸었고 통일 비용 계산과 통일 편익 산출 경쟁도 벌어졌다. 요즘 다시 북한 붕괴론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정작 국민들은 시큰둥해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북한이 붕괴한다면 우리에게 닥칠지 모를 알 수 없는 재앙을 경계하는 심정이라 해야 맞을 것이다.

작년부터 외신은 ‘한국 소멸론’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다 아는 것처럼 저출산이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은 소멸하나?(Is South Korea Disappearing?)’라는 제목으로 “한국의 출산율이 흑사병이 창궐했던 14세기 유럽의 인구 감소를 능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한국의 저출산 문제가 국가의 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CNN도 저출산에 따른 한국의 병역자원 부족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다. 한국이 50만 명의 병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이 한국군의 새로운 적(敵)으로 떠올랐다고 CNN은 분석했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한국이 병력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합계출산율(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이 한국보다 배로 높은 북한이 언젠가 남침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지난해 우리의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인구 유지에 필요한 2.1명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외신의 지적대로 한국 저출산의 속도와 지속 기간은 전 세계적으로도 비슷한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여서 유례없는, 역대 최저, 세계 꼴찌 등의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다. 올해 합계출산율은 지난해보다 더 떨어진 0.6명대로 예상한다. 북한의 출산율은 어떠한가. 유엔의 ‘2023 아시아태평양 인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합계출산율은 1.8명으로 집계됐는데 북한도 출산율 내림세에 있다. 다만 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 0.72명에 비교하면 북한은 그 배 이상 수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현재 북한 인구도 2616만 명(통일부 발표)으로 1990년대 말 ‘고난의 행군’ 시기 2400만 명 수준과 비교하면 인구 증가세를 이어 가고 있다.

정말 북한이 한반도에서 먼저 붕괴할 것인가. 한국이 지구상에서 먼저 소멸할까?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남북의 위험 경고음이 증폭되고 있다. 따지고 보면 북한 붕괴론과 한국 소멸론의 이면에는 분단과 경제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북한 붕괴론은 고립과 경제 파탄에서 기인하며 한국은 섬 같은 환경에서 지나친 경쟁, 청년들이 감당할 수 없는 집값과 사교육비 등이 초저출산을 초래했다. 그리고 이 중심에 있는 세대가 남북의 MZ세대이다. 북한에서 경제난 이후 태어나 성장한 세대를 ‘장마당 세대’라고 하는데 대규모 아사 사태를 목격한 M세대는 경제적 자유를 추구하고 있으며 ‘장마당’을 통해 성장한 Z세대는 시장과 한류의 영향을 받아 풍요로운 통일을 꿈꾼다. 반면 한국은 청년층이 겪어야 할 경쟁 압력과 취업과 주거, 사교육비 등의 냉혹한 현실로 서서히 가라앉는 배에 비유된다. 결국, 한반도 분단 상황에서 남북 MZ세대의 상황은 공통으로 녹록지 않은 것이다. 사실 북한 문제의 해결이든 한국 저출산 해법의 등장이든 전 국가적으로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도 10년이나 20년 이내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당사자들을 중심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향후 북한은 ‘장마당 세대’를 중심으로 사회·세대 구조가 재편될 것이고 한국에서 저출산의 당사자는 MZ세대이다. 남북 모두 필히 존폐가 달린 20~30년의 미래 개혁에 이들이 세워져야만 하는 것이다.

이 와중에 한국은 노동인구가 부족해 외국인 노동자의 대거 유입과 이민 활성화가 대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미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가 우리 사회 모든 영역에 깊숙이 들어와 있고 작년 출산율이 0.72명까지 추락했으니 인구문제는 우리가 원하든 아니든 바뀔 수밖에 없다. 5000년의 한민족·한 핏줄은 이제 남과 섞여 사는 것이 필요조건이 된 세기적·세계적 변화의 물결을 피할 수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더 회의적인 것은 난민과 이민노동자의 물결만으로 우리의 미래를 지켜 낼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붕괴와 소멸의 기로에서 한반도 분단 상황은 결국, 인구구조 재편을 포함하여 조만간 한반도에 닥칠 동시다발적이고 복합적인 쓰나미를 가속할 것이다. 저출산이든 경제나 안보 문제이든 남북이 분단 문제 해결로 대안을 찾아야 하는 생존의 경계선에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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