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값 못하는 에코델타, 지역 관통 평강천 수질 최악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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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생물측정망 운영 결과
공업용수 수준 4등급 수질 평가
예산 절감에 공법 간소화 여파
물길 개선 사업 준설부터 난항
친환경 생태도시 이미지 타격

친환경 수변도시를 내세운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아파트 입주가 이달 말 예정돼 있지만 일대를 관통하는 평강천 수질 개선이 지지부진하다. 사진은 지난해 평강천 전경. 부산일보 DB 친환경 수변도시를 내세운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아파트 입주가 이달 말 예정돼 있지만 일대를 관통하는 평강천 수질 개선이 지지부진하다. 사진은 지난해 평강천 전경. 부산일보 DB

‘친환경 수변도시’를 내세운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일대 하천 수질이 공업용수 수준인 평균 4등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장 이달 말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는데 에코델타시티를 관통하는 평강천 수질 문제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기본적인 수질 개선조차 이뤄지지 않으면서 부산시와 한국수자원공사가 공언했던 ‘친수·생태형 수변도시’는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5일 부산시 보건환경연구원 ‘2023년 생물측정망 운영 결과 보고’에 따르면 에코델타시티를 관통하는 평강천(울만교) 수생태계 건강성 등급이 제일 낮은 E등급(매우 나쁨)으로 나타났다. 수질 오염 정도도 매우 심각하다. 시 보건환경정보 공개시스템을 살펴보면 지난해 평강천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는 평균 3등급, 수질 단위 중 하나인 화학적 산소요구량(COD)는 공업용수 수준인 평균 4등급이었다.

평강천은 낙동강 본류와 서낙동강 사이 하천으로 맥도강과 함께 에코델타시티를 관통한다. 평강천과 서낙동강은 낙동강 본류에서 물이 제대로 유입되지 않고 유속이 빠르지 않아 수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시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평강천은 물 흐름이 원활하지 않는 정체된 구간으로 오염물질 등 유기물이 장기간 축적돼 수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며 “퇴적물 준설이나 하천 유속을 확보할 수 있는 조치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 에코델타시티는 ‘하천 중심 미래 지향적인 수변 생태도시’를 지향한다. 부산시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에코델타시티 일대 하천 수질 문제를 인식하고 사업 계획 단계부터 이 일대 수질을 2급수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물 순환사업 실증시험을, 낙동강유역환경청은 하천 물길 개선을 위한 정비 사업 등을 추진했지만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 10년이 넘도록 관계 기관 간 엇박자 속 하천 수질은 공업용수 수준인 평균 3~4등급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에코델타시티에 이달 말부터 입주가 시작되지만 평강천 일대 수질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친환경 생태도시를 내세운 에코델타시티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악취와 미관상 이유로 주민 민원도 우려된다. 더 큰 문제는 수질 개선 사업이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되고 있어 향후 수년간 상황이 개선되기도 어렵다.

평강천 수질 개선 사업이 더딘 이유는 사업 첫 단계로 꼽히는 준설부터 난항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에 따르면 2021년 12월 착공한 ‘평강천 평강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 공정률은 25%에 불과하다. 걸음마 수준인 셈이다. 평강지구 정비 사업은 약 80억 원을 투입해 부산 강서구 대저2동과 명지동 일대 평강천 하류 4.3km 구간 64만여㎥를 준설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예산 절감 등 문제로 각종 공법이 간소화되면서 공사는 더뎌졌다. 당초 환경청은 2024년을 준공 목표로 잡았지만 일정이 뒤로 밀리면서 2025년으로 목표 시기를 늦췄다. 현재 공정률을 보면 이마저도 가능할지 미지수다. 한국수자원공사 물 순환 시범운영 결과 도출부터 평강천 하리지구 정비 사업까지 과제가 산적해 있어 서낙동강 수질 개선 사업 전반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낙동강네트워크 강호열 공동대표는 “평강천 하천정비 사업 공법부터 서낙동강 하천 수질 문제 개선 등에 대해 지역주민과 시민사회, 전문가가 함께 모여 공론화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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