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지 7곳 순손실 최소 1820억… "적자 감당하느니 폐업"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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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건설사 줄도산 위기

업체당 수십억 원 부담할 위기
공사비 상승분 전액 보전 불가
"분양 수익에도 기업 고통 외면”
명확한 보전 규정·근거 없어
정부도 상당 부분 재정적 책임

공사비 급등으로 인해 부산지역 민관합동 주택사업에 참여한 건설사들이 공사비 현실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4일 오후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18블록) 푸르지오 센터파크 공사현장. 정대현 기자 jhyun@ 공사비 급등으로 인해 부산지역 민관합동 주택사업에 참여한 건설사들이 공사비 현실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4일 오후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18블록) 푸르지오 센터파크 공사현장. 정대현 기자 jhyun@

최근 2~3년간 천재지변에 가까운 물가 상승으로 부산지역 민관합동 주택사업에 참여한 건설사들이 공사비 현실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역 건설사는 물론 하도급을 맡은 전문건설업체들까지 고려하면 파장이 지역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 하지만 부산도시공사는 지침의 부재와 배임의 우려 등 여러 이유로 난색을 표한다.

■수십억 적자 감당 못 해

5일 지역 건설업계에 따르면 부산도시공사가 시행자인 민관합동 사업지는 에코델타시티 18·19·20블록과 부산시청 행복주택 1·2단지, 아미4 행복주택, 환경공단 부지 행복주택 등 모두 7곳이다. 참여 업체들은 7곳에서 최소 1820억 원의 순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예컨대 한 사업장에서 400억 원의 적자가 발생한다면 컨소시엄에 참여한 비율대로 이를 나누게 된다. 참여 비율이 10%인 지역 업체는 40억 원을 부담하는 셈이다.

에코델타시티 공공주택 사업에 참여 중인 부산 A 건설업체 임원은 “지금 같은 건설 침체기에 중소 건설사는 수십억 원의 적자를 감당을 할 수 없다”며 “도의적으로 부적절하나, 폐업을 한 뒤 업체를 다시 차리는 게 여러모로 수월할 정도”라고 말했다.

B 건설업체 고위 임원은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지역 업체를 대거 참여시켰던 정책이 지금은 독이 됐다”며 “건설 현장에 하도급으로 딸려 있는 수많은 소규모 지역 전문건설업체들까지 고려한다면 공사비 현실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체들의 주장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권고안대로 공사비 상승분의 100%를 반영하더라도 1820억 원이 아닌 1400억 원가량만 공공이 부담한다. 국토부가 설정한 몇 가지 조건을 대입하면 당초 업체들이 요구한 공사비 상승분에서 일부 비용이 제외된다는 주장이다.

C 건설업체 소장은 “부산도시공사가 공사비 보전 비율을 50%로 적용한다면 7개 현장에서 1100억 원에 달하는 순손실이 발생할 것이다. 보전 비율이 그보다 낮아진다면 그야말로 절망적”이라며 “에코델타시티 18·19·20블록은 분양에서 ‘완판’을 거두며 부산도시공사가 큰 분양 수익을 챙길 수 있었다. 민간 브랜드로 분양 수익은 극대화하면서 민간 업체의 고통은 나 몰라라 한다”고 말했다.

D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국토부가 중재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부산도시공사는 요지부동”이라며 “굵직한 설비 공사가 끝났으니, 이번 달부터는 3억~4억 원씩 돈을 뱉어내야 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비용 보전 기준도 없어

부산도시공사는 건설사들의 어려움을 이해하지만, 명확한 규정과 근거가 없어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당초 계약을 할 때 추후 물가인상률을 미리 반영했던 사업들인데, 뒤늦게 과소하게 계산됐다며 계약 내용과 달리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부산도시공사 관계자는 “물가 급등으로 인한 업체들의 애로사항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공사비를 보전할 법적 근거나 보상 기준 따위가 마련돼 있지 않다”며 “국토부 권고안은 단순한 가이드라인일 뿐이다. 비용을 언제부터, 얼마나, 어떻게 산출해 협의하라는 지침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민 주거 복지를 위해 써야 할 공사의 자금을 일부 업체들에게 준다면 배임에 걸릴 소지가 있다”며 “계획되지 않았던 공사의 손실액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제외하는 등 수반되는 여러 문제점을 해결할 보완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리스크 분배의 문제를 한쪽의 시각에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익 분배형이 아닌 단순 도급형 사업은 반대로 미분양 사태가 발생할 경우 도시공사가 손실을 모두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방도시공사에만 공사비 인상 문제를 떠맡겨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코델타시티 등 분양형 주택은 차치하더라도, 임대형 주택에 대해서는 정부가 상당 부분 재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도시공사는 다른 지역의 도시공사 등과 논의를 진행하며 건설사들과 순차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부산만의 문제는 아니기에 타 시도 도시공사와 어느 정도 접점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 국토부는 조정 권고안을 하달하면서 ‘오는 29일까지 (건설사들과의) 동의 여부와 사유에 대해 조정위원회에 회신하라’고 명시했기에 이달부터 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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