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개 앞둔 구례 산수유꽃, 주말엔 얼마나 아름다울까

남태우 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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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7일 전남 구례 산동면 산수유축제
서시천 풍경길 계곡 노랗게 물드는 중
졸졸 개울물 따라 꽃은 춤추듯 하늘하늘

반곡마을 꽃담길 “무릉도원 따로 없네”
꽃 덮인 나무덱·징검다리 한 폭의 그림
축제 행사장엔 손님맞이 분주한 손길

한 청춘 남녀가 전남 구례군 산동면 반곡마을 산수유꽃담길 앞을 흐르는 징검다리를 건너고 있다. 남태우 기자 한 청춘 남녀가 전남 구례군 산동면 반곡마을 산수유꽃담길 앞을 흐르는 징검다리를 건너고 있다. 남태우 기자

오는 9~17일 전남 구례군 산동면에서 제25회 산수유축제가 열린다. 구례군에는 산수유꽃길 여섯 갈래가 있는데 그중에서 풍경길과 꽃담길을 둘러보고 산수유축제장 준비 상황을 미리 살펴봤다. 산수유꽃은 60~70% 정도 핀 상태였는데 축제가 열리는 이번 주말에는 만개할 것으로 보인다.


■상위·하위마을 풍경길

부산에서 출발할 때는 물론 전남 순천시 일대를 지날 때만 해도 봄비가 마치 여름 장맛비처럼 쏟아져 걱정이 많았다. 산수유꽃 구경은커녕 차에서 내리기도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남해고속도로에서 벗어나 순천완주고속도로로 갈아타 산동면으로 나가는 출구인 구례화엄사IC 인근에 갔을 때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다.

풍경길이 있는 상위마을과 하위마을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날씨는 상당히 흐렸지만 비는 거의 보슬비 수준으로 내리는 듯 마는 듯해서 산수유꽃 구경은 물론 사진을 찍는 데에도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

상위마을과 하위마을 사이 각시계곡에 산수유가 활짝 피었다. 남태우 기자 상위마을과 하위마을 사이 각시계곡에 산수유가 활짝 피었다. 남태우 기자

상위마을 서시천을 따라 이어진 각시계곡에는 산수유꽃이 활짝 피어 나무 덱을 따라 걷는 여행객들의 얼굴에 미소가 활짝 피게 만들었다. 산유정과 북카페에서 내려다본 하위마을에는 군락을 이룬 산수유나무에 꽃이 만개한 상태였다. 겨우내 얼었다 녹은 서시천을 따라 졸졸 흐르는 개울물은 새봄을 알리는 팡파르 연주였고, 서서히 온 산을 노랗게 물들이는 산수유꽃은 음악 소리에 맞춰 하늘거리듯 춤추는 무희 같은 느낌을 주었다.

각시계곡의 산수유 군락지 산책로에 설치된 나무 덱을 따라 걸어 하위마을로 내려왔다. 마을 안쪽 짧은 돌담길 사이에 피어난 산수유꽃은 외지인이 낯선지 담장 사이에 숨어 고개만 빼꼼 내밀었다. 돌담길 끝의 민박집 앞 장독대를 가득 메운 장독들은 축 늘어진 가지에 매달린 어린 산수유꽃과 새봄이면 찾아올 손님이 어떤 사람인지 수군대며 킥킥거렸다.

하위마을 민박집 장독대에 핀 산수유꽃이 정다워 보인다. 남태우 기자 하위마을 민박집 장독대에 핀 산수유꽃이 정다워 보인다. 남태우 기자

■반곡·평촌마을 꽃담길

하위마을에서 1~2분만 아래로 내려가면 반곡마을이 나타난다. 산수유꽃담길이라는 글이 적힌 낡은 간판과 반곡회관도 보였다. 회관 앞으로 난 좁은 길을 따라가면 그야말로 산수유 ‘무릉도원’이 나타나는데, 산동면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수유 산책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여행객들이 반곡마을 인근 서시천을 따라 산수유꽃이 활짝 핀 나무 덱을 걷고 있다. 남태우 기자 여행객들이 반곡마을 인근 서시천을 따라 산수유꽃이 활짝 핀 나무 덱을 걷고 있다. 남태우 기자

산수유 꽃담길은 산수유나무가 하늘을 가릴 듯이 나무 덱과 그 옆을 따라 흘러내리는 한가로운 서시천으로 이뤄진 산책로다. 지금 산수유꽃이 100% 만개한 상황이 아닌데도 산책로는 꽃 천국이나 한 폭의 그림처럼 보였는데, 날씨가 조금 화창해져서 꽃이 더 활짝 필 경우 풍경이 얼마나 더 아름다울지 상상이 가질 않는다.

산수유꽃으로 뒤덮인 반곡마을 산책길 나무 덱. 달콤한 봄 향기가 보슬비에 섞여 날아다니는 듯하다. 남태우 기자 산수유꽃으로 뒤덮인 반곡마을 산책길 나무 덱. 달콤한 봄 향기가 보슬비에 섞여 날아다니는 듯하다. 남태우 기자

한 청춘 남녀는 즐거운 듯 깔깔대며 서시천을 가로지르는 징검다리를 건넜고, 다른 중년 부부는 나무 덱을 따라 평촌마을 쪽으로 걸어갔다. 서시천 바닥 바위에는 사진작가 여러 명이 드러누워 겨울을 뚫고 졸졸 흐르는 서시천 물줄기를 카메라에 담으려고 열심히 작업을 하는 중이었다.

징검다리를 건너면 곧바로 평촌마을이 나타난다. 차를 몰고 와서 산수유 꽃담길을 구경할 경우 반곡마을보다는 평촌길을 따라 올라가 평촌마을 뒤편에 주차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마침 산수유꽃이 화사하게 핀 시골집 돌담길 옆으로 할머니 한 명이 보행기를 밀고 나들이에 나섰다. 할머니에게도 한때는 산수유꽃보다 아름답고 싱그러웠던 청춘이 있었을 것이다.

한 할머니가 평촌마을 담장에 핀 산수유꽃 옆으로 걸어가고 있다. 남태우 기자 한 할머니가 평촌마을 담장에 핀 산수유꽃 옆으로 걸어가고 있다. 남태우 기자

■산수유축제 행사장

반곡마을에서 조금만 더 내려오면 산수유문화관과 산수유사랑공원이 나타난다. 맞은편은 초대형 주차장을 갖춘 산수유축제 메인 행사장이다. 많은 사람이 축제를 앞두고 행사 준비를 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벌써 커피와 빵을 판매하는 푸드트럭 두 대가 자리를 잡아 축제가 눈앞에 닥쳤음을 알려 주었다.

구례산수유축제가 열리는 행사장 인근의 산수유문화관. 남태우 기자 구례산수유축제가 열리는 행사장 인근의 산수유문화관. 남태우 기자

사실 산수유문화관과 산수유사랑공원에는 뚜렷하게 볼 만한 게 없다. 다만 인근 상관마을과 하관마을이 산수유 군락지이기 때문에 앞으로 봄이 더 깊어 가면 산수유사랑공원에서 내려다보는 전망이 좋을 듯하다.



남태우 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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