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만 명 추정 고립·은둔 청소년, 첫 지원책 나왔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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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경남 등서 시범사업
전국 12개 꿈드림센터 중심
전문 상담·치료기관 연계도
경제적 위기 땐 생활비 지원

정부서울청사 내 여성가족부. 연합뉴스 정부서울청사 내 여성가족부. 연합뉴스

전국에 14만 명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고립·은둔 청소년에 대한 첫 지원책이 나왔다. 고립·은둔 청년의 23.8%가 10대부터 고립·은둔을 시작했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있는 만큼, 고립과 은둔의 늪에 빠져있는 청소년에게 도움이 될 전망이다.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는 이달부터 전국 12개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꿈드림센터)에서 고립·은둔 청소년 지원을 위한 시범사업을 시작한다고 6일 밝혔다. 고립·은둔 수준 진단부터 상담과 치유, 학습, 가족관계 회복에 이르는 전 과정을 청소년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3 고립·은둔 청년 심층조사’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은 대인관계(27.1%), 가족관계(18.4%), 폭력이나 괴롭힘 경험(15.4%) 등으로 고립·은둔을 시작하게 됐다고 답했다. 여가부는 한 번 발생하면 반복되고 장기화하기 쉬운 고립·은둔의 특성상 ‘선제적 개입’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청소년 특화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부산연구원 박주홍 책임연구위원은 “사실상 지원 사각지대에 있었던 고립·은둔청년에 대한 첫 지원책이 나와 환영한다”며 “10대 청소년기에 고립·은둔에 들어가면, 장기간 고립·은둔할 확률이 높은 만큼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었다”고 말했다.

박 책임연구위원은 지난 1월 부산시 은둔형 외톨이 지원 기본계획 수립 연구를 수행했고, 부산에 은둔형 외톨이 거점센터 유치가 필요(2024년 1월 10일 자 10면 보도)하다고 강조해왔다.

시범사업 대상 지역은 시도 중에서는 경남, 시군구 단위에서는 서울 노원·도봉·성북·송파구, 대구 동구·달서구·달성군, 경기 수원·성남, 경북 포항, 전남 여수가 선정됐다. 나머지 지역은 기존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을 활용해 심리 상담 중심으로 우선 지원하기로 했다.

우선 학업을 중단한 이후 지역 꿈드림센터로 정보가 연계됐지만, 3개월 이상 센터에 등록하지 않거나 센터를 이용하지 않는 청소년이 대상이다. 2022년 기준 약 1만 6000명의 청소년이 해당한다. 이들 청소년이 고립되거나 은둔에 들어갔다면 전담 상담사가 시범사업 프로그램과 연계해 돕는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의무교육 과정인 초등·중학교에 다니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고등학교를 중퇴한 청소년 정보가 지난달부터 꿈드림센터로 자동으로 연계된다.

꿈드림센터는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에서 지난해 개발한 ‘은둔 청소년 스크리닝 척도’를 활용해 개인별로 고립과 은둔 수준을 구체적으로 진단한다. 이후 전담 사례 관리사가 가정방문 등을 통해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고 전문적 상담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만약 고립·은둔 상태에서 자살이나 자해 위험이 감지된다면, 거주지 인근의 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집중심리클리닉과 연계해 전문 상담을 제공하고 치료기관과 연결도 한다. 가족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부모를 대상으로 자녀 이해 교육, 상담, 자조모임 등을 운영해 가족관계 회복을 돕는다.

사후관리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고립·은둔에서 회복했더라도 다시 고립·은둔 상태에 빠질 수 있어 최소 3개월 이상 사후 지원하기로 했다. 경제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은 ‘위기청소년 특별 지원’ 사업과 연계할 예정이다.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위기 청소년에게는 생활비 월 64만 원 이하, 치료비 연 200만 원 이하 등을 지원한다.

여가부는 9~24세 고립·은둔 경험이 있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오는 5월 전국 단위 실태조사를 처음으로 시작한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고립·은둔 청소년이 가장 필요로 하는 정책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여가부 신영숙 차관은 “고립·은둔 청소년 규모가 14만 명으로 추정되는 만큼 고립·은둔이 장기화하지 않도록 청소년기에 조기에 찾아내 지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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