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 없었다… 영화 ‘오펜하이머’ 아카데미 7관왕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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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감독·남우주연산 등 수상
한국계 감독들 작품 수상 고배
전쟁 비극 다룬 작품들 트로피

영화 ‘오펜하이머’의 감독과 배우, 제작진이 11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수상작에 호명된 후 무대에 올라 소감을 말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영화 ‘오펜하이머’의 감독과 배우, 제작진이 11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수상작에 호명된 후 무대에 올라 소감을 말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펜하이머’가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상)에서 7개 부문을 석권했다. 후보에 올라 주목받았던 한국계 감독들의 작품은 아쉽게도 수상작에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11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작품상 수상작에 ‘오펜하이머’를 선정했다. 당초 올해 최다 부문인 13개 후보에 올랐던 이 영화는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촬영상, 편집상, 음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등을 수상해 7관왕에 올랐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감독상 수상자로 호명된 후 무대에 올라 시상자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포옹했다. 할리우드의 이전 세대와 현재를 대표하는 두 감독이 한 무대에 서자 좌중은 환호했다. 놀런 감독은 “각 분야의 사람들이 놀라운 여정을 영화업계에서 함께하고 있다”며 “거의 100년 가까이 되는 전통을 가진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게 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킬리언 머피는 이 작품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는 “20년간의 배우 생활 동안 가장 창의적이고 만족스러웠던 작품”이라고 말한 뒤 “우리는 원자폭탄을 개발한 사람이 만든 세계에서 살고 있지만, 이 땅에 평화가 오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말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이 작품으로 생애 첫 아카데미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오펜하이머’를 만든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AP연합뉴스 ‘오펜하이머’를 만든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AP연합뉴스

여우주연상은 ‘가여운 것들’의 에마 스톤이 수상했다. 스톤은 무대에 올라 요르고스 감독을 향해 “벨라로 살게 해줘 고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여우조연상은 ‘바튼 아카데미’의 데이바인 조이 랜돌프가 받았다. 랜돌프는 눈물을 흘리며 “영화배우의 길을 걸을 줄 몰랐다”며 “이 길을 알게 해준 어머니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후보에 올랐던 한국계 감독들의 작품은 고배를 마셨다.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는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올해 각본상은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영화 ‘추락의 해부’가 수상했다. 피터 손 감독이 만든 ‘엘리멘탈’도 장편 애니메이션 후보에 올랐지만, 이 부문 트로피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차지했다.

올해 시상식에서는 참혹한 전쟁의 현실을 기록한 작품 두 편이 트로피를 거머쥐어 주목을 받았다. 이날 국제장편영화상은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전쟁의 비극성을 다룬 ‘존 오브 인터레스트’가 받았다.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은 소감에서 “이 영화는 우리의 과거뿐 아니라 현재를 보여주고 있다”며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진 이스라엘과 가자 지구의 상황을 보면 너무나 비인간적인 비극이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은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다.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두고 벌어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기록한다. 미스티슬라브 체르노프 감독은 “이 상을 공격 없는 역사와 맞바꿀 수 있다면 교환하고 싶다”며 “영화는 기억을 만들고 기억은 역사를 형성한다. 역사를 바르게 기록해 목숨을 잃은 자들이 절대 잊히지 않게 할 수 있다”고 말해 기립박수를 받았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배우 이선균 추모 영상. OCN 방송화면 캡처 지난해 세상을 떠난 배우 이선균 추모 영상. OCN 방송화면 캡처

시상식 중간에 진행된 영화인 추모 무대에서는 지난해 말 세상을 떠난 배우 이선균이 영상에 등장해 영화인들의 추모를 받았다. ‘타임 투 세이 굿바이’ 추모 영상에는 제인 버킨, 매튜 페리 등이 나왔고, 노래가 끝날 때쯤 이선균의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우며 이름이 새겨졌다. 이선균은 2020년 아카데미시상식에서 ‘기생충’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을 수상하면서 시상식 무대에 오른 바 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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