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악화? 설비 결함?… 제2해신호 전복 원인 ‘오리무중’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8일 사고 당시 통영 욕지도 인근 해상
강한 너울성 파도 어선 덮쳤을 가능성
다량의 밧줄 엉켜 추진기 고장 의혹도
수색 사흘째 실종 선원 5명 발견 못 해

제2해신호 추진기인 스크루 부분(빨간색 원)에 밧줄 뭉치가 감겨 있다. 오른쪽은 이 부분을 확대한 모습. 해경은 밧줄 때문에 스크루가 멈췄다면 기상 악화와 맞물려 전복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이 부분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통영해양경찰서 제공 제2해신호 추진기인 스크루 부분(빨간색 원)에 밧줄 뭉치가 감겨 있다. 오른쪽은 이 부분을 확대한 모습. 해경은 밧줄 때문에 스크루가 멈췄다면 기상 악화와 맞물려 전복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이 부분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통영해양경찰서 제공

속보=4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 상태인 제2해신호 전복 사고(부산일보 3월 11일 자 1면 등 보도)를 놓고 기상 악화에도 무리하게 조업을 강행한 게 원인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사고 발생 시점에 풍랑주의보가 내려졌고 외력으로 의심할 만한 흔적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추진기 고장 등 제3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추측도 있다.

11일 통영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제2해신호 전복 시점은 8일 오후 9시께로 추정된다. 경찰이 항적 기록을 조회한 결과, 제2해신호 위치 정보가 이날 오후 8시 55분 이후 사라졌기 때문에 이 같은 추정이 나왔다.

당시 남해안에는 풍랑주의보가 내려졌다. 풍랑주의보는 해상에서 초속 14m 이상의 강한 바람이 3시간 이상 지속되거나, 파고가 3m를 초과할 때 발효된다. 어선안전조업법 시행규칙에 따라 30t 미만 어선은 출항이 금지된다. 대신, 15t 이상 어선이 2척 이상 선단을 편성하고 어선 간 거리를 9.6km를 유지하면 조업에 나설 수 있다.

제2해신호는 20t이지만, 29t급 해신호와 선단을 이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진 않는다. 하지만 해경은 “(사고 당시) 상당히 기상이 나빴다”는 선단선 선장 진술을 토대로 순간적으로 치솟은 너울성 파도가 배를 덮쳤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이 경우 무리하게 조업을 강행했는지 여부를 밝히는 게 핵심이다.

설비 결함 여부도 쟁점이다. 바지선으로 인양된 제2해신호 추진기(스크루)에는 다량의 밧줄이 엉켜 있었다. 이로 인해 추진기가 멈췄다면 해류와 파도 흐름에 맞춰 선체를 조종할 수 없다. 바다에선 큰 파도가 칠 땐 뱃머리를 파도가 들치는 방향으로 틀어 맞서야 하는데, 추진기 고장으로 옴짝달싹 못 하는 사이 파도가 선체 옆부분을 때려 순식간에 뒤집힐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역 어선업계 관계자는 “공개된 모습만 봐선 스크루가 완전히 멈출 정도는 아닌 듯하다”면서 “여러 안 좋은 상황이 겹친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반면, 애초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추정된 외력에 의한 전복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해역은 수심이 100m 남짓으로 깊은 데다, 주변에 암초도 없다. 인양 선체에도 전복 사고로 이어질 만한 충돌 흔적은 없었다. 다만, 수만 t급 대형 화물선처럼 덩치가 큰 선박은 작은 충돌에도 뒤집힐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해경은 실제 사고 추정 시간을 전후해 사고 지점을 오간 선박들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다.

하지만 승선원 전부가 사망·실종 상태여서 당장 실체적 진실 규명이 쉽지 않아 보인다. 통영해양경찰서 이정석 수사과장은 “선체가 육지로 인양되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민간 전문기관, 선체 전문가 등과 합동 감식을 벌인 뒤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자동선박식별장치(AIS)와 선박자동입출항신고단말기(V-PASS) 등 재난 상황 발생 시 선박 위치와 구조 신호를 자동으로 발신해주는 먹통이 된 이유도 짚어야 할 부분이다. 사고 추정 시간과 구조 개시 시간이 11시간 가량 차이 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장비가 정상 작동했다면 더 신속한 구조작업이 가능했을 것이란 지적이다.

한편, 실종된 선원 5명의 행방은 사고 발생 사흘이 넘도록 오리무중이다. 해경 주도로 구조 세력이 총력전을 펴고 있지만 흔적조차 찾지 못했다. 11일 인양한 선체도 정밀 수색했지만 추가 실종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