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보에 진심" 독창적 표지로 선보이는 색다른 사보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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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호 화승 그룹홍보실 실장

20년간 감각적 디자인 선보여
종이책의 친근한 감성 '호응'
"표지에 크리에이티브 혼 담아
사보는 회사 역사 담은 보물"

김병호 화승 그룹홍보실 실장이 그동안 나온 사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아래 사진 오른쪽은 복간 이전 발행된 화승 사보, 왼쪽은 복간 이후 발행된 사보다. 손호남 포토그래퍼 제공 김병호 화승 그룹홍보실 실장이 그동안 나온 사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아래 사진 오른쪽은 복간 이전 발행된 화승 사보, 왼쪽은 복간 이후 발행된 사보다. 손호남 포토그래퍼 제공

계절이 바뀔 때마다 찾아오는 화승의 사보는 표지부터 늘 경이로웠다. 표지에 거울을 붙여 자신을 바로 보라고 했고, 액자를 비워 두고 자신의 사진을 넣어 표지를 완성해 달라고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녹색 여권 모양의 표지에 담은 ‘떠나다’라는 주제였다. 그대로 단행본 여행책을 내도 좋을 표지 디자인이었다. 지역에서 어떻게 이런 감각적인 사보가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는지 이전부터 궁금했다. 그 사정을 알아보니 마음대로 만들어 보라는 경영진의 무한 신뢰 하에 사보에 진심인 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화승 그룹홍보실 한 부서에만 20년째 근무하면서 매번 독창적인 기획으로 ‘사보계의 나영석’으로까지 불리는 김병호 그룹홍보실 실장이다.

화승은 1981년 사외보적인 다양한 콘텐츠로 구성된 ‘人和(인화)’라는 제목의 사보를 창간해 발간하다 1998년에 폐간했다. 이후 2004년 계간 형태로 복간해 지금까지 매호 새로운 제호의 단행본 개념으로 나오고 있다. 김 실장은 사보가 복간되던 해 화승에 홍보 담당으로 들어왔다. 당시는 창사 50주년을 앞두고 정신없던 때였다. 입사 통보를 받고 1주일 후 나오라는 첫 출근 장소가 뜻밖에도 김해공항이었다. 급하게 중국 홍보영상 촬영이 있다는 것이었다. CF 촬영이라 생각하고 꽃무늬 남방과 반바지 차림으로 나갔는데 그때 동행한 부장님의 황당한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단다.

김 실장은 복간 이후 10년 동안 사보 표지에 크리에이티브의 혼을 담았다고 했다. 표지가 재미있으면 결국 펼쳐서 읽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보를 사보답지 않은 잡지로 만들고 싶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 결과 중 하나가 화승이 지난해 70주년을 맞이했지만 사사(社史)를 만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꺼운 사사를 제대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 호 한 호 쌓인 사보가 시간이 지나면 아카이빙 되어, 회사의 소중한 자산으로 만들어진다. 사보가 회사의 역사를 담은 보물인 것이다.

하지만 1980년대 활발했던 기업의 사보 발행도 비용 문제 등을 이유로 대부분 발행을 중단했거나 웹진 형태로 돌린 상태다. 김 실장은 이에 대해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해 보라. 웹진을 종이 사보보다 많이 보는지…”라고 일갈했다. 직원들이 인터넷을 많이 하니까 웹진으로 만들면 찾아서 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안 본다. 홈페이지에 그냥 의례적으로 올리는 것이다.

사보가 나오는 날이면 일제히 사보를 펼쳐 읽던 시절도 있었지만 직원들의 관심이 이전에 비해 떨어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도 사보가 도착하면 잘 읽었다고 연락이 오는 애독자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김 실장은 “동료들의 소식을 굳이 삭막한 온라인 속 웹으로 만나기보다 손에 만져지는 한 권의 책을 통한 친근한 감성이 더 낫다”라고 말했다. 그는 2002년 〈모르는 사람이 결혼하는 예식장에서〉라는 시집을 낸 시인이기도 하다. 올해 화승 사보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향한 의지를 직원들과 공유하는 개념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끝으로 홍보실은 사보만 만드는 부서가 아니라 사보도 만드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어쨌든 다음번 화승 사보는 또 어떻게 나올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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