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필벌'로 위기 극복, ‘정용진표 개혁’ 스타트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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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토대로 임원진 인사 예고
4월부터 핵심성과지표 평가
CEO 수시 교체 가능성도 내포
건설·이커머스 등 해결과제 산적

정용진 신세계그룹 총괄부회장이 지난 8일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리더십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정 회장이 '스타필드 수원'이 개장하기 전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제공 정용진 신세계그룹 총괄부회장이 지난 8일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리더십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정 회장이 '스타필드 수원'이 개장하기 전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제공

‘정용진호’ 신세계가 본격 출범한 가운데 관련업계와 시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우선 업계에서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신임 회장이 강력한 리더십으로 경영혁신을 주도하며 경기불황과 실적부진의 파고를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반면 그동안 손댄 일부 신사업의 실패 등 부정적 이미지는 극복해야할 과제다.

■신상필벌 강조에 그룹 긴장감

정 회장은 18년만에 총괄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취임한 일성으로 성과에 맞는 공정한 보상을 기반으로 ‘신상필벌’을 내세워 눈길을 끈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내부적으로 마련한 핵심성과지표(KPI)를 토대로 이르면 다음 달부터 임원진 수시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KPI는 성과 측정의 정성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정량적인 지표를 중심으로 조직 또는 개인의 성과를 계량화한 것이다. 그룹 전통인 연말 정기 인사 체계의 틀을 벗어나 기대 실적에 못 미치거나 경영상 오류가 발생하면 최고경영자(CEO)라도 수시로 교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포한 제도다.

그러나 이는 반대로 말하면 사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엄격하게 묻겠다는 의미여서 뒷말이 무성하다. 지난해 이마트의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한 시점에서 승진한 정 회장 본인에게만 관대한 ‘내로남불’식 신상필벌로 비춰지는 탓이다. 신세계의 한 실무급 관계자는 “근본적인 체질개선 없이 단기 성과에 매달릴 가능성이 커져 젊은 직원들의 이탈이 우려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5년간 주가 반토막 “사과 먼저”

이마트는 지난해 신세계건설 대규모 손실 여파로 1993년 창립 이래 처음으로 연간 기준 영업손익이 적자 전환했다. 그동안 지속해온 외형 성장마저 한풀 꺾이며 연간 매출 규모(약 29조 4000억 원)가 쿠팡(약 31조 8000억 원)에 추월당했다.

그동안 정 회장이 주도적으로 추진한 사업은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는 평가다. 주요 성과로는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 간편가정식 피코크, 가성비 PB 노브랜드,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등이 꼽힌다.

반면 드럭스토어 분스, H&B(헬스앤뷰티)스토어 부츠, 가정간편식 매장 PK피코크, B급 감성 잡화점 삐에로쇼핑, 주류브랜드 제주소주, 영화제작사 일렉트로맨 등 실패사례도 수두룩하다. 최근에는 신세계 계열사 온·오프라인 통합 멤버십인 ‘신세계유니버스클럽’ 역시 출시 10개월이 지났지만 소비자에게 안착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정 회장의 승진발표 직후 발표한 논평에서 승진에 앞서 지난 5년간 ‘반토막’이 된 주가에 대해 이마트 주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마트 주가는 지난 5년, 10년간 각각 59%, 70% 하락했다. 코스피가 23%, 37% 상승한 것과 대조되는 수치다. 특히 차입금 축소 압박을 받는 신세계건설이 골프장 3곳이 포함된 레저부문을 자회사 조선호텔앤리조트에 매각한 것도 지적했다. 여기에 SNS로 대표되는 정 회장의 ‘오너리스크’도 위험요소다. 정 회장은 그동안 SNS에 일상을 올리는 등 격의 없는 행보로 ‘용진이형’이라는 온라인 팬덤을 만들었다. 그러나 ‘멸공 논란’ 등 거침없는 발언으로 직접 사과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본인에 대한 비판 기사에 ‘너나 잘하세요 별 XX놈 다 보겠네’ 라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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