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서민, 모두 빚 갚을 능력이 없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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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부실채권 비율 상승
기업대출 한 달 새 8조 증가
햇살론 등 연체율 오르기도

높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약 5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진 13일 서울 시내 한 은행 앞에 대출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높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약 5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진 13일 서울 시내 한 은행 앞에 대출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길어지는 경기 불황에 기업들과 서민들의 빚 상환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회사들이 늘어나면서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부실에 따른 건전성 악화 우려마저 나온다. 당장 국민은행의 기업대출 중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원리금 상환 연체된 부실채권) 비율은 2022년 말 0.26%에서 지난해 말 0.42%로 0.16%포인트(P) 상승했다. 하나은행 역시 기업 부문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0.24%에서 0.29%로 올랐다. 특히 기업대출 건전성 악화는 최근 은행권 기업대출이 가계대출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상황이라 은행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 기업대출은 2022년 말 1170조 3000억 원에서 지난해 말 1247조 7000억 원으로 6.6%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은 3.5% 늘었다.

고금리·고물가 충격으로 서민들의 대출 상환 능력도 크게 떨어지면서 빚 부담이 가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정부가 서민들을 돕기 위해 공급하는 서민 금융상품의 연체율이 지난해 일제히 급등했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개혁신당 양정숙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민 정책금융상품(햇살론15)의 지난해 대위변제율은 21.3%로 집계됐다. 전년(15.5%) 대비 5.8%P 급등한 것이다. 햇살론15 대위변제율은 2020년 5.5%에서 2021년 14.0% 등으로 상승 추세를 보여왔으나 20%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이번 정부의 핵심 정책금융상품으로 꼽히는 소액생계비대출과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상품의 연체율도 심상치 않다. 급전이 필요한 취약계층에 최대 100만원(금리 연 15.9%)을 당일 빌려주는 소액생계비대출의 연체율은 11.7%로 집계됐다. 소액생계비대출은 대부업조차 이용이 어려운 저신용자가 불법 사금융으로 빠지지 않도록 막겠다는 목적으로 작년 3월 도입된 정책금융 상품이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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