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억 전세 사기 방조” 공인중개사 등 엄벌 촉구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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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시민단체, 법원 앞 집회
“위험성 알고 고지 안 해” 주장
부산선 처벌 사례 1건도 없어
“지자체 감시·감독 강화해야”

부산 지역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등이 지난 15일 강서구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앞에서 “전세 사기를 방조한 혐의가 있다”며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의 엄벌을 촉구했다. 대책위 제공 부산 지역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등이 지난 15일 강서구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앞에서 “전세 사기를 방조한 혐의가 있다”며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의 엄벌을 촉구했다. 대책위 제공

전세 사기 피해자들과 시민단체가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의 말을 믿고 계약을 체결한 오피스텔에서 전세 사기 피해(부산일보 2023년 5월 3일 자 6면 등 보도)를 봤다며 이들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전세 사기 피해가 계속되며 공인중개사에 대한 책임론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관리·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 지역 전세 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와 ‘전세 사기·깡통 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부산 지역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지난 15일 오전 10시 부산 강서구 부산지법 서부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성을 알고도 알리지 않아 전세 사기를 방조한 의혹이 크다”며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부산 180억 원대 전세 사기’ 사건 피해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계약 당시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이 두 차례 미끼 물건을 보여준 뒤 계획된 건물을 보여줬다”며 “‘임대인이 부자라서 괜찮다’ ‘근저당이 많이 잡혀도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등 근거 없는 말로 세입자들을 안심시키고 계약을 진행했다”며 전세 사기 피해에 이들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공인중개사 A 씨 등 4명에 대한 첫 재판이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3단독(김수홍 판사) 심리로 열렸다. A 씨 등은 혐의에 대해 모두 부인했다. 부산 지역 전세 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신상헌 공동위원장은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사기 방조 혐의를 빼고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만 적용했다"며 "피해자들이 증인으로 참석해 피해를 증언하는 등 피해 사실을 법원에 호소할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같은 사건의 집주인 B 씨에 대해 지난 1월 열린 1심 재판에서 재판부는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B 씨에게 검찰 구형보다 2년 많은 징역 15년을 선고한 바 있다.

전세 사기 사건에서 공인중개사들이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지만 공범으로 인정받아 처벌 대상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의회 서지연 의원에 따르면 전세 사기 사건에서 공인중개사가 처벌받은 경우는 1건에 불과하다. 부산 지역에선 단 1건도 없다.

전세 사기 사건이 계속되며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의 책임을 주장하는 피해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지자체 차원에서 이들을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 의원은 “그간 부산에서 많은 전세 사기 사건이 일어났지만 공인중개사·중개보조원은 처벌받지 않는 사각지대에 있었다”며 “전세 계약 시 이들의 말 한마디가 세입자들의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부산시가 먼저 나서 공인중개사협회와 협의체를 구성해 감시·감독을 강화하고, 피해 예방에 힘쓰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B 씨는 2020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약 3년 동안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담보 채무 현황과 실제 임대차 현황 등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계약을 체결한 뒤 전세금을 반환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들은 이 과정에서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인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을 알면서도 이를 충분히 알리지 않고 전세 계약을 종용했다고 주장한다. 피해자는 229명에 달하며 이들은 180억 원 상당을 돌려받지 못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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