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 로컬업체 표절 피해 논란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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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푸드 ‘영도소반’ 제작자
‘똑 닮은 음식 출현’ SNS 게시
“창작자 노력 존중해야” 강조
상대업체 “모방 의도 전혀 없어” 해명
현행 저작권법 음식 보호 안 돼

영도소반(위)과 이 음식을 개발한 부산 영도구 소재 ‘무명일기’. 페이스북 캡처·부산일보DB 영도소반(위)과 이 음식을 개발한 부산 영도구 소재 ‘무명일기’. 페이스북 캡처·부산일보DB

부산 지역 업체가 개발한 음식을 모방한 음식이 나왔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인다. 책, 사진과 달리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음식, 조리법 등에 대해서도 저작권 윤리의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 로컬푸드 ‘영도소반’ 제작자 오재민 씨는 지난 12일 본인의 SNS를 통해 “영도소반과 똑 닮은 지역관광상품이 나타났다”는 글을 게시했다.

영도소반은 영도 소재 기업 무명일기가 2020년 개발한 음식이다. 나무 소재를 이용한 원형 도시락에 주먹밥, 샐러드, 크로켓 등이 담긴 한식 브런치 메뉴다. 조내기 고구마 등 지역 특산물을 사용하고 봉래산 할매, 피난민, 깡깡이 아지매 등 영도 역사와 문화를 음식에 녹여냈기에 음식 이상의 ‘로컬 콘텐츠’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최근 다른 지역에서 ‘OO소반’(이하 OO소반)이란 음식이 만들어지면서 영도소반을 둘러싼 저작권 논란이 촉발됐다.

취재진과 통화에서 오 씨는 이번 사례가 참고가 아닌 모방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오 씨는 “제주 동고량 도시락 등 과거에도 도시락에 음식을 담는 형태는 있었다. 단순히 그런 점에 대해 모방이라고 표현한 게 아니다”며 “소반이란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것부터 음식에 지역 이야기를 담는 방식, 흰색 면 보자기에 도시락을 싸는 포장 방법 등 음식 외적인 요소들의 유사성을 지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 씨는 “이번 영도소반뿐만 아니라 창작품을 모방하는 사례가 상당히 많다”며 “창작자 노력을 존중하기 위해서라도 모두가 최소한의 도덕적 선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OO소반을 판매하고 있는 B업체는 영도소반을 모방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음식을 담는 그릇도 원래 B 업체에서 사용하던 그릇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라고 전했다.

B업체 대표는 “영도소반을 베끼려는 의도가 없었는데 현재 상황에 속상하다”며 “그릇은 애초 다른 소재를 사용할 계획이었지만, 예산과 시간 문제로 원래 가게에서 사용하던 대바구니를 사용한 것이다. 지난해부터 그릇을 바꾸려고 준비 중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영도소반 이외에도 음식 베끼기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덮밥과 죽을 합친 ‘덮죽’이란 음식을 개발한 포항의 모 업체가 방송에 출연하고서 한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가 덮죽을 판매하는 유사한 업체를 만든 사례가 대표적이다.

일각에서는 음식과 조리법이 저작권 보호를 받기 어렵다는 제도적 문제를 지적한다. 현행 저작권법은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물체, 물질 등 실체가 있어야 저작권을 보호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음식과 조리법 등 아이디어 차원의 창작물은 저작권 보호가 어렵다는 게 한국저작권위원회 관계자 설명이다.

다만 한국저작권위원회 측은 상표권 등록을 할 경우에는 상표법으로 어느 정도 보호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 소속 박애란 변호사는 “음식을 촬영한 사진이나 동영상은 저작권이 있어도 음식 그 자체는 저작권으로 보호하기 어렵다”며 “부정경쟁방지법, 상표법 등 다른 법리로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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