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 “25일 사직” vs 정부 “증원 불변”… 병 키우는 고래 싸움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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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 의대서 사직서 제출 결의
부산대·동아대 의대도 곧 결정
정부 “잘못된 집단행동 되풀이”
이탈 전공의 강경 대응 재확인
전공의 이탈 부산대병원 경영난
하루 5억 손실에 무급휴가 접수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 결정에 반발하며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뜻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17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연구동에 한 의료 관계자가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 결정에 반발하며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뜻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17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연구동에 한 의료 관계자가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이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 방침 철회를 요구하며 사직 결의에 나섰다. 전국 총 16곳 의대 교수들이 오는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겠다는 의향을 밝히고 나선 만큼, 이날을 기점으로 향후 의대 교수 사직 사태가 연쇄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정부는 증원 수치에 대해서는 물러설 수 없다는 뜻을 보이고 있어 ‘강 대 강’ 대치가 지속될 전망이다.

■정부·의료계, 여전히 팽팽한 입장 차

17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20개 의과대학 교수 공동 비상대책위원회(전국의대교수 비대위)는 오는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서울대 의대를 비롯한 16개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에 참여하기로 했다. 4개 의대 교수들은 이번 주 설문조사를 진행한 뒤 동참 여부를 결정한다. 비대위는 “정부가 먼저 2000명 의대 증원 방침을 풀어주셔야 합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 지역 의대 교수들도 사직을 예고했다. 부산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이번 주 설문조사를 통해 교수 개개인에게 사직 여부를 묻는 동시에 구체적인 사직 시일과 방식 등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동아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현재 사직 여부를 묻는 자체 설문조사를 진행 중이다.

반면 정부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방침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17일 오후 YTN 뉴스 인터뷰를 통해 “(2000년, 2020년 의사 집단행동 당시와 비교하면) 전공의들이 먼저 집단행동을 하고 교수들이 제자들을 건드리지 말라고 집단행동을 하는 것이 똑같은 패턴”이라며 “정부는 이번에 이 같은 의사들의 잘못된 집단행동 문화의 고리를 반드시 끊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교수들이 진료현장까지 떠나는 경우 진료유지명령, 업무개시명령 등을 내릴 수 있다”고 언급하며 교수들이 집단사직서를 제출하더라도 실제 수리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정부는 또 이탈 전공의에 대한 강경 대응 입장을 재확인했다. 최근 정부는 ‘사직 전공의’의 병원 개원에 대해 허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전공의들에 대한 사직 효력은 여전히 발생하지 않았다”며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업무개시명령을 받는 한 겸직 금지 원칙에 따라 몇 년이 지나도 일반의로서 개원이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5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통해 “현재 진료유지명령을 받은 전공의 중 10명이 다른 의료기관에 중복으로 인력 신고가 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사례에 대해선 엄정 조치하겠다”며 경고했다

■부산 지역 병원, 경영난 현실화

전공의 집단 이탈 장기화로 부산 지역 대학병원은 경영난도 현실화하고 있다. 전공의 이탈로 대학·종합병원이 환자를 대폭 줄이면서 비상 경영체제에 들어가는 경우도 생겼다.

의료계에 따르면 부산대병원은 500억∼600억 원 규모의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기로 했다. 부산대병원 정성운 원장은 “전공의 집단 이탈 이후 하루 5억∼6억 원가량 손해가 발생했고, 지금까지 손실액은 100억∼150억 원으로 추산된다”고 토로했다.

부산대병원은 지난주부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수술이 크게 줄고 병상가동률도 40~50% 이하로 떨어지면서 이번달만 100억 원대 적자가 예상된다. 부산대병원은 지난 14일 무급휴가 신청을 받는다는 내용의 공문을 직원들에게 보냈다.

동아대병원도 지난 12일부터 의사를 제외한 간호사 등 전 직원 2200여 명에 대해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다. 현재 120여 명이 신청했다. 동아대병원 관계자는 “병원 경영이 어려워진 데다 환자 수와 수술 건수가 급격히 줄어 무급 휴가를 시행하고 있다”며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병원 경영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동아대병원은 전공의 약 80%가 사직서를 냈다. 인제대 백병원은 지난주부터 무급휴가를 실시하고 있으며, 정확한 신청자 수는 집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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