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아파트 매물 천정부지 쌓이는데 신축 분양가만 치솟는 부산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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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매물 5만 5000건 넘어서
통계 작성 이래 최다 물량 기록
분양가는 평당 2060만 원 넘겨

수도권 아파트 건설 현장. 부산일보DB 수도권 아파트 건설 현장. 부산일보DB

부산 지역 아파트 매물이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고 쌓여만 간다. 아파트 매매시장에 봄은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데, 신축 아파트 분양가는 치솟으며 미분양도 늘어난다. 지금처럼 기축과 신축 아파트의 가격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부동산 침체기는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17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매매를 위해 내놓은 부산 아파트 매물 건수는 5만 5022건으로 1년 전(4만 3316건)에 비해 27% 증가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21년 4월 이후 매물량이 5만 5000건을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5만 200여 건을 유지하던 부동산 매매 물량은 지난달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한 달만에 4000건가량 쌓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남구 우암동의 매물이 478건으로 1년 전에 비해 392.7%나 증가했다. 뒤를 이어 기장군 일광읍(700건, 100.5%)과 강서구 지사동(173건, 86%), 동구 좌천동(158건, 85.8%), 부산진구 초읍동(447건, 80.2%) 등의 전년 대비 매물 증가율이 높았다.

아파트를 매도하려는 사람이 매수하려는 사람보다 많기에 매물이 시장에 쌓이는 것이다. 봄 이사철을 맞았거나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매도자는 기대감을 품고 매물을 던졌지만, 수요자는 매수 시점을 뒤로 미루면서 간극이 발생했다. 여기에는 당분간 집값이 오르지 않고 매매가가 보합 또는 하락할 것이란 심리도 깔려 있다.

실제 부산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0개월 연속 하락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부산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0.36%로 세종(-1.07%)과 대구(-0.54%)에 이어 하락폭이 컸다. 지난해 부산의 매매가격 누계 변동률은 -8.68%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로 집계됐다.

기축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길어지는데 신축 아파트 분양가는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기축과 신축의 가격 갭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이날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2월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부산의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당 623만 5000원으로 집계됐다. 이를 3.3㎡로 환산하면 2061만 2000원으로 지난해 5월 평당 2000만 원을 돌파한 이후 조금씩 상승하는 추세다.

분양가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면서 부산의 미분양 주택 물량은 3년 3개월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 1월 부산 지역 미분양 주택 물량은 3372가구로 전월보다 375가구(12.5%) 증가했다. 3000가구를 돌파한 수치인데, 이는 2019년 10월(4380가구) 이후 최대치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손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1월 부산 지역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1174가구로 전월 대비 292가구(33.1%) 늘었다. 전국적으로 준공 후 미분양이 발생하고 있지만, 부산은 그 중에서 가장 가파른 속도를 보이고 있다.

부산의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실수요자들의 외면에도 고금리 장기화와 공사비 상승 문제로 분양가를 이전보다 낮출 수 있는 단지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장기적으로는 신축이나 준신축 아파트들의 가격 상승을 통해 분양시장이 정상화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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