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허쉬혼 “공감하게 만드는 것, 그게 예술이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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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작가 토마스 허쉬혼
첫 내한, 부산현대미술관 작업
시대 꿰뚫는 메시지로 유명해

지난 16일 부산현대미술관에서 개막한 ‘능수능란한 관종’전은 현대사회에서 주변의 관심을 추구하는 행위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본질적인 부분을 탐색하는 것임을 예술을 통해 드러낸다. 국내외 23개 팀, 36명의 작가가 참여했는데, 참여하는 작가들 면면도 여러모로 화제가 되는 이들이다. 튀는 작품, 튀는 행위, 튀는 메시지로 유명한 이들이 참여하며 이 전시를 미리부터 소문이 나기도 했다.


부산현대미술관을 찾은 세계적인 작가 토마스 허쉬혼. 김효정 기자 부산현대미술관을 찾은 세계적인 작가 토마스 허쉬혼. 김효정 기자

이번 참여작가 중 유독 관심을 끈 작가가 있다. 이미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랐고 특히 미술 작가와 평론가들, 미술관 관계자들 사이에선 유명한 이름, 스위스 출신 토마스 허쉬혼이다. 설치 작품을 통해 현대 사회의 폐해와 모순을 예리하게 고발하는 그는 이번 부산 현대미술관 전시를 위해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토마스 허쉬혼은 부산현대미술관에 머물며 지난 며칠간 직접 작품을 만들고 설치했다. 토마스 허쉬혼이 온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그를 직접 보기 위해 서울서 유명 작가가 현대미술관을 방문할 정도로 그는 ‘작가들의 작가’이기도 하다.

개막 당일까지 분주하게 작품을 점검하는 토마스 허쉬혼을 직접 만나 그의 작품 세계와 이번 부산 전시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부산현대미술관이 제안한 전시 주제와 접근법, 해석이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몇 번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이번에는 한국에 와서 작업을 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이야기했던 메시지와 통하는 부분도 있었고요.”

전 세계 유명 미술관을 비롯해 현대미술의 중심지로 통하는 미국 뉴욕 대형 갤러리에서 꾸준히 전시할 정도로 바쁜 몸이지만, 그를 부산으로 이끈 건 작가로서의 열정인 셈이다.

토마스 허쉬혼은 부산현대미술관에 머물며 직접 설치 작업을 했다. 그는 부산현대미술관의 큐레이터를 비롯해 스태프들의 프로페셔널한 면모가 놀랐다고 했다. 인터뷰를 하면서도 기사에도 그 말을 꼭 넣어주기를 따로 부탁할 정도로 부산현대미술관의 매력에 푹 빠진 듯했다.


부산현대미술관을 찾은 세계적인 작가 토마스 허쉬혼. 김효정 기자 부산현대미술관을 찾은 세계적인 작가 토마스 허쉬혼. 김효정 기자

토마스 허쉬혼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박스 테이프, 종이 박스, 골판지, 알루미늄 호일 등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일상적이고 싼 재료를 이용해 대형 설치 작품을 제작한다는 점이다. 엘리트 위주의 예술 행위를 거부하고 누구에게나 친근한 재료를 통해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그는 전쟁과 폭력, 인종 문제, 환경, 소비주의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해 비판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유쾌해 보이지만, 정작 그 속에 숨은 메시지는 날카롭게 시대를 꿰뚫고 있다.

한국의 미술 전문지에선 ‘한국도 토마스 허쉬혼 같은 작가가 빨리 등장하길 기대한다’는 칼럼을 실은 적도 있다. 당시 정치인의 비리 사건이 터졌을 때 ‘토마스 허쉬혼이라면 지금의 상황을 작품으로 표현했을 것’이라며 ‘한국의 예술가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시대와 소통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실 정치적이라는 말은 자칫 작가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토마스 허쉬혼은 “그런 건 생각하지 않는다. 어떻게 전달할까, 어떻게 공감하게 할까,를 생각한다. 예술은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이다. 사실(fact)이 아니라 진실(true)에 다가가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직접 설치 작업을 하고 있는 토마스 허쉬혼.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직접 설치 작업을 하고 있는 토마스 허쉬혼.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토마스 허쉬혼 전시 전경.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토마스 허쉬혼 전시 전경.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이번 부산 전시에선 3개의 시리즈를 선보인다. 우선 대표작 중 하나인 인플루언서 시리즈이다. 소셜 미디어의 발전과 그 의미 그리고 그것의 총체적인 중요성과 미학에 관심을 두고 제작한 작품이다. 작품 속 글들은 작가가 얻은 경험과 성찰, 확신을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부산 전시를 위해 인플루언서 시리즈에 나온 영어 문장을 일일이 한글로 다시 번역했다. 그만큼 한국인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교감하겠다는 작가의 진심이 느껴진다.

요즘 SNS에서 자주 보는 형태인 사진과 간단한 문장으로 구성한 포스트 시리즈도 인상적이다. 전시장 중간에 설치된 2대의 자동차도 눈길을 끈다. 가장 저렴한 한국의 중고 소형차에 작가가 박스테이프와 종이박스, 마킹펜으로 꾸며 대형차로 변신시켰다. 규모가 커진 자동차는 고가 승용차인 포르쉐와 메르세데스 마크가 그려져 있다. ‘카 리치(CAR-RICH)’라는 이 작품은 허세를 부리는 현대인의 모습을 꼬집고 있다.

토마스 허쉬혼이 함께한 부산현대미술관의 ‘능수능란한 관종’ 전은 7월 7일까지 부산현대미술관 2·3전시실에서 열린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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