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특성화고, 틀을 깨자] 급변하는 산업 지형에 맞는 미래 인재 산실 돼야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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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초일류 고교로 변신해야
부산 특성화고 32곳·마이스터고 4곳
전체 고교 25% 차지, 학생 수급 난항
전문 인력 양성 위한 초일류 학교 필요
부산항공고 이어 항만물류고 개교 추진
“머스크사 운영 MISE 같은 기관 키워야”

급변하는 산업 체계에 대응하려면 미래 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특성화고 신설이 필요하다. 부산시교육청은 지난 4일 서부산공고를 재편한 부산항공고를 개교했다. 정대현 기자 jhyun@ 급변하는 산업 체계에 대응하려면 미래 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특성화고 신설이 필요하다. 부산시교육청은 지난 4일 서부산공고를 재편한 부산항공고를 개교했다. 정대현 기자 jhyun@

공업고등학교와 상업고등학교를 포함한 직업계 고등학교는 한국 산업화 시절 ‘인재 산실’로서 큰 역할을 했다. 직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각 산업 분야를 이끄는 핵심 인재로 성장했다. 그들은 한국 경제를 일으킨 역군으로 큰 활약을 했다. 시간이 흘러 직업계 고등학교는 물론 특성화고를 찾는 학생들의 발걸음은 줄어들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판도에 직업계고·특성화고 역할은 예전 같지 않다. 변화해야 한다. 기존 직업계고·특성화고의 틀을 깨야만 한다. 다시 한 번 한국 미래 인재 산실로서 역할을 하기 위한 변신을 시도할 때다.

부산 지역에는 총 32개의 특성화고등학교가 있다. 마이스터고 4곳(부산기계공고·부산자동차고·부산SW마이스터고·부산해사고)을 포함하면 36개 교에 이른다. 이는 부산 전체 고등학교 143개 중 25%에 해당하는 적지 않은 수다. 이들 특성화고는 현재까지 다양한 전공과 학과를 유지하고 있지만, 학령인구 감소와 산업 구조 변화에 따라 학생 수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학교는 전공·학과가 겹쳐 있어 특성화가 어렵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점차 다양해지고 특화돼 가고 있는 산업 분야의 변화에 따라가기 위해서는 이들 학교의 변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부산항만물류고, 2026년 3월 개교

부산시교육청은 지난 14일 부산항만물류고등학교(가칭)를 오는 2026년 3월 개교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시교육청은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배후부지에 부산항만물류고를 설치해 학생들이 부산신항 가까이서 항만·물류 분야 지식을 익힐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부산항만물류고는 △3개 학과 △18학급 △288명 규모로 문을 열 예정이다. 부산항만물류고에는 학생 기숙사와 실습실, 교사 동이 들어설 예정이다. 시교육청은 이달 중으로 부산 공·사립 특성화고를 대상으로 공모를 거쳐 전환 대상 학교를 선정할 예정이다.

시교육청은 오는 5월 항만물류고의 성공적인 설립을 위한 특별팀을 만들어 교육과정 편성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시교육청 배진아 특성화교육 장학관은 “각 분야 전문가들을 초청해 항만물류 분야에서 활약할 인재를 기를 수 있는 교육과정과 시설 구축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초일류’ 특성화고 첫 사례 돼야

시교육청이 부산항만물류고를 추진하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시교육청은 14년 전인 2010년 부산 남구 동명정보공업고등학교(사립)를 부산항만물류고로 전환했다. 하지만 학교 교내외 요소가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9년 만인 2019년 다시 동명공업고로 바꿨다. 당시 학생들에게 항만·물류 분야를 가르칠 교사가 부족했고 학생들의 실습시설로 사용돼야 할 항만이 국가보안시설인 탓에 원만한 현장 실습이 어려웠다.

부산항만물류고의 신설은 ‘해양수도’ 부산의 미래 핵심 성장 동력인 항만·물류 분야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일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부산에서는 2029년 가덕도신공항 개항과 부산항 신항 구축 완료 시기에 맞춰 다수의 전문 현장 인력 양성이 필요한 상황이다. 부산항만물류고는 그 역할을 맡을 인재를 키울 시설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부산항만물류고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는 ‘초일류’ 특성화고가 돼야 한다. 그동안의 특성화고 전환의 틀을 깨는 첫 사례가 돼야 한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항만물류 분야 전문 지식을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부산항만물류고는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이 공을 들이고 있는 청년들의 정주 체제 구축 사업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부산항만물류고가 항만물류분야에서 활약할 전문 인재 양성의 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계 1위 해운·물류업체인 덴마크의 머스크 사가 운영했던 ‘MISE(Maersk International Shipping Education)’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18년간 머스크에서 근무한 동명대 신석현 항만물류시스템학과 교수는 “MISE는 오랜 기간 머스크사의 성장을 이끈 핵심 인재 양성 기관이었다”며 “해운·물류는 물론 경영, 외국어 분야까지 섭렵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부산항만물류고에 도입한다면 해운·항만·물류 분야 전문가 양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성화고 변화 이어가야

시교육청은 올해 특성화고 체제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교육청은 기존 부산 사상구 덕포동 서부산공고를 부산항공고로 개편해 올해 3월 개교했다. 부산항공고는 △항공정비과 2개 학급 △항공기계과 2개 학급 △항공전기전자과 2개 학급 총 3개 학과, 6개 학급으로 구성됐다. 각 학급에는 16명씩 배정돼 총 96명이 교육을 받고 있다.

시교육청은 오는 29일 해군본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부산 해운대구 우동 해운대공고를 ‘부산해군과학기술고’로 재편한다. 부산해군과학기술고는 부산항공고와 마찬가지로 총 3개 학과, 6개 학급, 288명 규모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부산해군과학기술고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3년 교육과정을 거쳐 전원 해군부사관으로 진학할 수 있다.

시교육청은 부산해군과학기술고에 이어 금융 분야·관광 분야 전문 특성화고를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 ‘K팝 고등학교’와 라이프케어 분야 ‘부산스마트팜고’도 신설할 예정이다.

시교육청은 신입생 충원율, 취업률, 학업중단율이 열악한 학교를 우선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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