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멀미 걱정에 고비용까지… 20% 못 넘는 전기 택시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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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법인 10%·개인 17% 수준
보조금 받아도 1000만 원 비싸
올해 정부·지자체 지원도 줄어
“확대 위해 적극적 정책 필요”

택시 기본요금 인상 첫날인 1일 오전 9시께 택시들이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역 인근에서 손님을 태우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부산일보DB 택시 기본요금 인상 첫날인 1일 오전 9시께 택시들이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역 인근에서 손님을 태우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부산일보DB

정부와 부산시가 전기차 택시 보급에 힘쓰고 있지만 정작 택시업계 호응은 미지근하다. 안전성, 비용 문제 등의 이유로 전기 택시 도입을 피하는 것인데, 차량을 많이 보유한 택시업계를 설득하지 못하면 전기차 보급 속도가 늦춰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부산시택시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이달 기준 조합에 등록된 부산 법인택시는 9729대다. 그 중 전기차 택시는 10% 수준인 982대로 확인됐다.

개인택시 상황도 법인택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부산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이날 기준 조합에 등록된 개인택시 1만 3800대 중 전기차 택시는 2356대(17%)라고 밝혔다. 부산에서 전기택시 보급률이 20%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택시업계가 전기 택시를 기피하는 이유로 크게 세 가지 문제가 지적된다. 배터리 화재 등 안전성과 비용 문제, 그리고 운전자와 탑승객이 모두 불편을 겪는 전기차 특유의 멀미 현상이다.

안전성은 택시업계가 제일 우려하는 문제다. 배터리 화재 사고 위험뿐 아니라 평상시 충전할 때도 배터리에 불이 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부산 법인택시 A사 대표는 “택시 회사 사이에서 배터리 내구성에 대한 불신이 크다. 제조업체 측은 8~10년을 타도 문제가 없다고 말하지만, 택시업계는 앞으로 5년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라며 “지난해 11월 연제구 연산교차로에서 전기차 택시가 건물을 들이받고 불이 난 일을 언급하는 법인택시 회사도 많다”고 말했다.

전기차 택시 도입을 위한 비용도 걸림돌이다. 정부 보조금을 받더라도 일반택시와 비교해서 1000만 원가량 가격이 비싸다. 법인택시 회사의 경우 한꺼번에 수십 대 택시를 바꾸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충전시간 1~2시간 동안 손님을 태울 수 없어 불편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운행 시간이 곧 수익으로 연결되는 택시업계에서는 민감한 사안이다.

일선 전기차 택시 기사들은 승차감 문제를 거론한다. 가속과 제동이 급격한 전기차 특성상 ‘꿀렁거리는 느낌’이 있다는 것이다. 멀미를 호소하는 승객도 나오면서 전기차 택시의 단점 중 하나로 지적된다. 결국 복합적 이유로 택시업계는 전기 택시 도입이 시기상조라고 판단한 것이다.

택시업계가 전기 택시에 대해 미온적 태도를 보이면서 부산시 고민도 깊어진다. 차량 보유량이 많은 법인택시 회사를 설득하지 못하면 친환경 정책 핵심인 전기차 보급 속도도 덩달아 늦춰지기 때문이다.

부산시에 따르면, 올해 부산시 전기 택시 보급 목표는 1300대다. 지난해 1200대보다 목표 대수를 100대 늘렸다.

그러나 지난 13일 기준 전기 택시 99대만 보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 추세를 토대로 단순히 계산하면 올해 전기택시 보급량은 495대가 된다. 애초 목표의 절반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정부 보조금마저 줄어들며 전기 택시 보급에 적신호가 켜졌다. 부산시는 올해 부산 지역 전기 택시 구입 보조금이 국비, 지방비를 모두 포함해 지난해보다 80만 원 감소한 900만 원이라고 전했다.

부산시 탄소중립정책과 관계자는 “지난해 총 1706대를 보급할 정도로 전기 택시 수요량이 많았는데, 올해 불경기 탓으로 뚝 떨어졌다”며 “전기차에 우호적인 환경을 구축하면 수요량이 증가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전기 택시 보급 속도는 결국 지자체 의지에 달려 있다며 시의 적극적인 자세를 요구했다.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김필수 교수는 “전기차 화재가 자주 보도되면서 전기차에 대한 공포감이 있다. 경기 침체로 법인택시 회사도 비싼 전기 택시를 구입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관할 지자체가 전기차에 대한 정보를 똑바로 전하고, 보조금을 늘리거나 충전 인프라를 확충하는 등 적극적으로 전기 택시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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