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물 방불케 하는 거제공공도서관 아동 성교육 도서…어떻길래?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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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의회, 도서관 분석 결과
외설 변태적 성행위 표현 과다
간행물윤리위 심사 대상 될 듯

거제시의회 김선민 의원이 지역 공공도서관에 비치된 아동 성교육 교제 중 외설적 내용이 포함된 유해 도서가 상당수 있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사무국 제공 거제시의회 김선민 의원이 지역 공공도서관에 비치된 아동 성교육 교제 중 외설적 내용이 포함된 유해 도서가 상당수 있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사무국 제공

“놀랄 것 없어. 말 그대로 입으로 하기야. 입이나 혀에 민감하게 반응해. 너도 짐작하겠지만 아주 기분이 좋아. 아기를 원한다면 ○에 □□을 삽입해야지. ○ 안으로 들락거리며 문질러야만 해. 그래야 오르가슴을 느낄 수가 있어. ◇◇ ◇◇를 하고 싶다면 윤활제가 필요할 거야. ◇◇ ◇◇로는 아기를 가질 수가 없어.”

‘청소년 관람 불가’ 일명 19금 딱지가 붙은 성인물이 아니다. 경남 거제시립도서관에서 누구나 열람, 대출할 수 있는 ‘아동 성교육 도서’ 내용 중 일부다.

거제지역 공공도서관에 비치된 아동 성교육 도서를 놓고 유해성 논란이 일고 있다. 외설적 성행위를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노골적인 삽화까지 곁들인 탓에 음란물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함께 학교에서는 음란물 예방 교육을 하는데 정작 도서관에는 음란물을 뿌리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거제시의회 김선민 의원에 따르면 거제시립도서관(아주, 수양, 장평, 옥포, 하청) 5곳과 경상남도교육청 거제도서관, 아파트 작은 도서관 등 7개 도서관에서 아동성교육도서로 분류한 책 30권을 분석한 결과, 상당수 책에 외설스럽고 변태적인 성행위가 여과 없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김 의원이 발췌한 내용을 보면 이들 책에는 여성과 남성 생식기 삽화와 성관계 장면, 쾌락을 지나치게 상세히 표현하고 있다. 성인이 보기에도 눈살 찌푸려지고 거부 반응이 일어나는 내용이 다수라는 게 김 의원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아동용 교제로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김종훈 경상국립대학교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아이들에게 잘못된 성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정서 발달은 물론, 인권 문제도 있어 보인다”면서 “아이들이 접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짚었다.

거제대학교 유아교육과 이종향 교수 역시 “성과 관련된 도서는 유아, 어린이, 청소년 등 각 연령수준에 맞춘 내용으로 구성되고 인간발달 측면으로 순차적인 개념으로 제공돼야 한다”면서 “인증 과정을 통해 관리하고 도서 담당자들이 내용을 검토해 선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성에 대한 인지와 경험 나이가 빠른 속도로 낮아지고 있어 과거와 같은 추상적 성 인지 교육은 실효성이 낮다”면서 “보다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학부모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초등학교 2학년, 5학년 자녀를 둔 김은수 씨는 “읽는 순간 눈을 의심할 만큼 충격적이고 역겹다는 느낌까지 든다”면서 “어떻게 이런 책을 다른 곳도 아닌 공공도서관에 둘 수 있나”고 언성을 높였다.

현행 청소년보호법은 △음란한 자태를 지나치게 묘사하거나 △성행위와 관련해 방법‧감정‧음성 등을 지나치게 표현한 것 △변태 성행위 등 사회 통념상 허용되지 아니한 성관계를 조장할 경우 청소년유해매체로 지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이고 변태적 성행위가 기술된 <소년이 된다는 것>은 초등 3~6학년 권장 도서로 분류돼 있다. 심지어 출판사는 서평에서 “어쩌면 어른들이 보기에 자극적이고 외설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고 적었다. 그럼에도 버젓이 아동성교육 교제로 공공도서관 한쪽에 자리했다.

김 의원은 “성교육 교재라는 가면을 쓴 외설 도서들이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장소에서 무방비로 노출되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며 즉각적인 실태 조사와 수거‧폐기,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거제시는 “문제가 제기된 도서 140종 모두에 대해 간행물윤리위원회 심사를 의뢰하고 결과에 따라 조처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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