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고리 끊겠다" 부산항운노조, 채용·인사 추천권 포기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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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용부두 채용 추천권 46년 만에 내려놓기로
최근 문제 불거진 반장 임명 손 떼고 인력 조정
인사 비리로 금고 이상 실형 땐 복직 원천 차단

부산항 신항에서 컨테이너선에 수출입 화물을 하역하고 있다. 부산일보DB 부산항 신항에서 컨테이너선에 수출입 화물을 하역하고 있다. 부산일보DB

끊이지 않는 금품 비리로 자정 요구가 잇따랐던 부산항운노조가 막강한 권한인 ‘채용·인사 추천권’을 내려놓는다. 이와 함께 비리 연루자를 영구 제명하고 경찰과 상시 감시 체계도 구축해 비리의 고리를 끊겠다는 방침이다.

노조와 부산해양수산청, 부산고용노동청, 부산항만물류협회, 부산항만산업협회, 부산항만공사(BPA) 등 6개 기관·단체는 22일 BPA 1층 대강당에서 항만인력 공급 시스템 개선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이번 협약에 따라 노조는 1978년 국내 최초 컨테이너터미널인 자성대부두 개장 이후 독점적으로 행사했던 상용부두 채용 추천권을 46년 만에 내려놓기로 했다. 그간 비리 문제가 터질 때마다 제도를 개선했지만 추천권을 완전히 내려놓지는 않았다.

우선 노조는 항만 내 정규직 채용 때 노조 지부장의 추천 절차를 생략한다. 기존에는 6개월 이상 근무한 임시조합원 중 평점표에 기반해 지부장이 2배수를 터미널 운영사에 추천했다.

항만 내 일용직 도급 채용 심사에도 빠진다. 앞서 2019년 노조의 채용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노사정 6개 기관은 공개 채용 제도를 도입했다. 심사위원 9명 중 2명이 노조 몫이었는데, 이를 노조가 추천하는 외부 전문가로 대체된다. 노조는 또 냉동창고, 컨테이너 야적장 등 비항만 근로자를 채용할 때 제3의 기관을 통해 위탁 선발할 방침이다.

최근 잇따라 문제가 불거진 반장(현장 관리직 간부) 추천권도 없앤다. 반장 승진의 경우 5000만~1억 원이라는 암묵적 가격표까지 나돌기도 했으며, 승진 과정에 ‘체크카드 상납’까지 이뤄진 정황이 나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노조는 조직 진단을 벌여 적정 반장 규모를 산출하고 단계적으로 인력 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인사 비리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은 경우 복직도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지금까지는 비리로 제명된 이후 5년이 지나면 복권이 가능했다. 이와 함께 노조 내 독립된 감찰부서가 신설되고, 경찰과 협약을 통해 온라인 비리 제보 창구도 마련된다.

협약에 참여한 고용노동청은 매년 정기 지도 대상을 7개 지부에서 24개 전 지부로 확대하고, 부산해수청은 인력 수급 관리를 도울 예정이다.

류재형 부산해수청장은 “이번 기회에 노사정이 합심해 투명하고 공정한 항만 인력공급 시스템을 확고히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병근 부산항운노조 위원장은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노조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권리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데 내부 공감이 있었다”면서 “이러한 내용을 명문·제도화해 노조의 위상을 되찾고 상처 받은 조합원과 가족들의 명예를 되살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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