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청 과장 직업이 주부?…농지법 위반 등 비위 적발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간부 공문원 등 9명 농지법 위반
중징계 2명, 훈계·주의 7명 처분
영농계획서 면밀히 검토 등 통보
“투기 정황 등 미확인, 고발 못해”

경남 창원시청 청사 전경. 부산일보DB 경남 창원시청 청사 전경. 부산일보DB

경남 창원시청 공무원들이 법을 어기고 농지를 사들였다가 종합감사에 무더기 적발됐다. 직업을 ‘주부’라 속이고, 본인이 직접 농사를 짓겠다는 허위 계획서를 제출하는 등 잇단 비위행위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24일 경남도 감사위원회에 따르면 창원시청 한 간부공무원 A(5급·과장) 씨는 2008년 5월부터 현재까지 총 15필지, 1만 4581㎡(공부면적 2만 4219㎡)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축구장(7140㎡)의 2배가 넘는 규모다.

A 씨는 농업경영계획서에 직업을 ‘주부’라 쓰고 노동력 확보 방안에 ‘자기노동력’을 적은 뒤 벼·고추 등을 재배하겠다고 했다. 이 계획서를 통해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발급받은 후 농지를 취득해 1만 844㎡ 농지를 임대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농업경영에 이용할 사람이 아니면 농지를 소유할 수 없으며, 법령에서 정하는 예외를 제외하고는 임대차·사용대차 및 위탁경영을 해서도 안 된다.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이 적용되는 것이다. 이는 농지 이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농지 투기화도 막기 위해 마련됐다.

농지법 위반 사례는 A 씨뿐만이 아니었다. B 구청 직원 C 씨는 2009년 11월부터 지금까지 총 12필지, 6945㎡(공부면적 8439㎡) 농지를 소유하는 과정에서 영농계획서에 직업을 미기재하거나 ‘자기노동력’을 적어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발급받은 뒤 정작 본인이 경작하지 않고 임대를 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2020년 12월 농지를 매매할 때는 직업란에 ‘공무원’이라고 쓰기도 했다.

지방공무원 복무규정상 공무원이 스스로 경영해 영리를 추구하는 업무를 금지하고 있으며, 영리업무에 해당하지 않는 다른 직무를 겸직하는 경우 단체장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즉 이들은 모두 농업을 경영하겠다는 계획서를 제출하면서 영리 업무에 제한받는 공무원 신분이 고려되지 않은 셈이다.

도 감사위는 최근 내부 정보를 이용한 농지 투기 등에 대한 비판이 높아짐에 따라 관련 내용을 주의 깊게 살펴보다 개인 비위 사실까지 확인하게 됐다. A 씨와 C 씨에게 농지법·지방공무원법 위반에 따른 ‘중징계’ 처분을 요구했다. 그 외 농지법이나 지방공무원 복무규정 등을 위반한 6명에게는 ‘훈계’, 1명은 ‘주의’ 처분했다.

또 창원시에 농지취득자격증명 발급 심사 시 농업경영계획서와 첨부서류 등을 면밀히 검토할 것과 매년 농지이용실태 조사 시 임야화 된 농지가 원상복구계획대로 이뤄졌는지 누락되는 일이 없도록 자체 계획을 수립할 것도 통보했다.

도 감사위 관계자는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기 등 악의적인 의도로 농지를 산 게 명확하다면 A 씨 등을 고발했겠지만, 그렇게 판단할 정황을 찾진 못했다”면서 “창원시 농지관리 부서에서 자세한 경위를 파악하는 등 청문 절차를 거쳐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적절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도 감사위는 2020년 8월부터 2023년 9월까지 창원시가 수행한 업무를 대상으로 조직·인사 전반, 예산 편성과 집행 등 기관 운영의 적정 여부 점검을 위한 감사를 벌여 총 106건의 위법·부당사항을 적발하고, 11명 징계·103명 훈계·202명 주의 처분을 요청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