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日 의대 80곳 중 71곳 지역정원제… 졸업자 95.3% 지역 정착 [지역의료 해법 '지역의사제']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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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탄탄한 일본 지역의료, 왜?

전체 의대 정원의 19.1%가 해당
그 중 47%는 임시 정원 탄력 선발
41곳은 진료과까지 지정해 입학
지역정원제 통해 의대 입학한 뒤
다른 지역 가면 전문의 자격 박탈

일본 규슈지방 사가현에 있는 국립 사가대학교 의학부 전경. 사가대 의대는 2023년도 의대 입학정원 103명 중 23명을 지역의사제로 선발했다. 23명 중 5명은 임시정원(정원 외) 전형이다. 서일본신문 제공 일본 규슈지방 사가현에 있는 국립 사가대학교 의학부 전경. 사가대 의대는 2023년도 의대 입학정원 103명 중 23명을 지역의사제로 선발했다. 23명 중 5명은 임시정원(정원 외) 전형이다. 서일본신문 제공

2021년 일본 지역정원제로 의과대학을 졸업한 의사의 지역 정착률은 95.3%에 달했다. 일본 전체 80개 의과대학 중 71개 대학이 지역정원제를 도입했는데, 지역정원제 출신 졸업생의 의사 국가고시 합격률도 더 높았다. 〈부산일보〉는 일본 자매지 서일본신문과 공동으로 일본 문부과학성에 일본 의대 지역정원제 도입 현황을 의뢰, 자료를 바탕으로 그 결과를 분석했다.

■지역정원제 늘리는 일본

지역정원제란 의대 입학생을 선발하는 제도 중 하나로 크게 ‘지역정원’과 ‘지역인재정원’으로 나뉜다. 지역정원은 일본 각 지자체(도도부현) 사정에 따라 정원 내 선발과 임시 정원(정원 외) 선발로 나뉘고, 장학금을 제공하는 대신 의무로 지역 의료기관에 근무해야 하는 조건이 붙는다. 지역인재정원은 한국 지역인재전형과 마찬가지로 지역 고등학교 출신 인재를 선발하는데, 지역 의료기관 의무 근무 조건은 없다.

24일 일본 문부과학성이 제공한 2021년도 졸업자 취업 상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역정원제로 입학한 1609명 중 95.3%인 1534명이 일본 각 현 내 의료기관에 취업했다. 지역정원제가 아닌 일반 입시로 입학 후 졸업한 7488명의 경우 38.4%에 해당하는 2876명만 지역에 정착했고, 절반이 넘는 4081명(54.5%)이 다른 지역 의료기관에 취업했다. 지역정원제의 효과를 알 수 있는 수치다.

의사 국가고시 합격률도 지역정원제 의사가 더 높았다. 의사 국가고시에 응하지 않거나 불합격한 사람 수가 지역정원제의 경우 6명(0.4%)이었지만, 일반 졸업자의 경우는 318명(4.2%)에 달했다.

한국이 대학 정원 증원과 지역의사제를 반대하는 동안, 일본은 지역정원제 비율을 꾸준히 높여 왔다. 일본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2007년만 해도 20개 대학에서 지역정원제로 173명의 학생을 뽑았는데, 2010년에는 65개 대학이 1186명을 지역정원제로 선발했다. 2016년 들어서는 70개 대학에서 1639명을 같은 제도로 뽑았다. 일본 문부과학성 의학교육과 관계자는 “전국적인 의사 편중지수는 완전히 개선되지 않았지만 점차 지역에서 종사하는 의사들이 늘어나고 있어 일정 부분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2023년도의 경우 일본 의대 정원 9261명 중 1770명이 지역정원제로 입학했다. 전체의 19.1% 수준이다. 1770명 중 47.0%에 해당하는 938명은 임시 정원 지역정원제로 입학한 사람의 숫자다. 임시 정원 지역정원제는 지역 의사 확보를 위해 기간 한정으로 증원한 입학 정원을 뜻한다. 일본 역시 위기에 처한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 한국으로 치면 정원 외 입학 정원을 임시로 늘려서까지 의사의 지역 정착을 장려하는 셈이다.

■필수의료 함께 가는 지역정원제

일본 지역정원제 핵심은 보상과 패널티다. 입학금 면제를 비롯해, 의대에 다니는 6년 동안 매달 장학금을 지원하는 대신 지역 내 의사가 부족한 벽지의 의료기관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한다. 의무 기간을 채우지 않고 지역을 벗어나는 의사는 전문의 자격을 박탈하는 등 패널티가 있다. 일본에서는 전문의 자격 없는 개원이나 취직이 쉽지 않아 사실상 의사 자격 박탈과 다름없다는 설명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 역시 필수의료과는 인기가 없다. 저출산으로 수요가 별로 없지만, 위험도가 높고 언제 분만이 있을지 몰라 24시간 당직 대기를 해야하는 산부인과가 대표적이다. 이에 진료과를 선정해 지역정원제를 실시하는 대학도 있다.

일본에선 지역정원제를 도입한 71개 대학 중 41개 대학이 진료과 선정 지역정원제를 도입하고 있다. 국립대 16곳, 공립대 6곳, 사립대 19곳이 입학 때부터 진료과를 지정한다. 2023년도 전체 지역의사제 정원 1770명 중 406명이 진료과 선정 지역정원제로 대학에 들어왔다. 이들은 비인기과지만 필수 의료과인 소위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에 우선 배정된다.

의사가 부족한 인근 지자체와 협약을 맺고 해당 지자체에 근무할 의사를 배출하는 대학도 있다. 규슈 사가현 국립 사가대학이 대표적이다. 사가대에 따르면 2024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 중 23명을 지역정원제로 선발했다.

이 중 18명을 사가 출신 인재로 선발해, 의대 졸업 후 수련을 사가현에서 실시하는 조건으로 뽑았다. 4명은 사가현 추천 입학 특별 선발로 의대에 다니는 6년 동안 장학금을 제공하고, 향후 9년 동안 사가현 내 병원에서 일하는 조건이다. 1명은 인근 지자체인 나가사키현과 협약을 맺고, 나가사키현 출신을 뽑아 장학금을 지원하고 졸업 후 9년 동안 나가사키현에서 일하도록 하는 조건으로 선발했다.

사가대학교 관계자는 “특별 선발과 나가사키현 지역정원 1명의 경우 임시 정원 선발인데 젊은 의사 감소가 문제가 되면서 가능한 사가현에서 젊은 의사들이 근무할 수 있도록 이 같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영미·손희문 기자·서일본신문 이와사키 사야카 기자 mia3@busan.com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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