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 “주 52시간만 근무”… 빈자리 커지는 의료 현장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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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집단 사직서 제출’ D데이
충북대 의대 학장 5명 보직 사퇴
법정 근로시간 맞춰 진료 줄여
강경파 의협 새 회장 선출도 변수
정부 “진료 현장 지켜달라” 호소
공보의·군의관 200명 추가 투입

25일부터 전국 의대 교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는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22일 미복귀 전공의의 의사 면허 자격정지를 진행한다고 밝혔다(위에서부터). 24일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한 소아환자 옆으로 의료진이 지나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4일 의대 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제5차 회의를 열었다. 연합뉴스 25일부터 전국 의대 교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는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22일 미복귀 전공의의 의사 면허 자격정지를 진행한다고 밝혔다(위에서부터). 24일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한 소아환자 옆으로 의료진이 지나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4일 의대 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제5차 회의를 열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발한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일이 다가왔다. 전국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처럼 아예 병원 출근을 하지 않는 극단적인 방식은 아니지만, 사직서 제출 이후 근무 시간을 줄이고 수술과 진료 등 환자 수용도 최소화하기로 해 의료 현장 혼란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정부는 25일부터 추가로 공중보건의사(공보의)·군의관 200명을 전국 상급종합병원에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전국 의료 현장 혼란 커질 듯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국의대교수 비대위)는 지난 22일 온라인 회의를 열고 25일부터 19개 대학별 사직서 제출 계획을 재확인했다.

부산대 의대 교수들 역시 “지역의료를 살리는 정책이 의대 증원보다 선행해야 한다”며 25일부터 자발적인 사직서 제출에 동참하기로 했다. 앞서 부산대 의대 교수협의회가 교수 555명에게 설문한 결과 참여자 356명 중 79.5%가 자발적 사직 의사를 밝힌 상태다. 동아대 의대와 인제대 의대 역시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

충북대 의대에서는 학장단 5명 전원이 보직을 내려놓고 사직서를 던졌다. 충북대병원·의대 비대위는 최근 입장문에서 “총장은 의대 교수들과 한차례 제대로 된 협의 없이 현 정원(49명)의 4배 규모로 증원을 신청해 결국 200명의 정원이 확정됐다”며 크게 반발했다.

의대 교수들은 집단 사직 시점에 맞춰 법정 근로시간인 주 52시간에 맞춰 입원 진료와 수술 등 근무 시간을 줄이고, 다음 달부터는 외래 진료도 최소화할 예정이다. 이미 혼란한 의료 현장에도 과부하가 예상된다. 전공의가 떠난 의료 현장은 교수진과 간호사의 노력으로 일부나마 유지돼 왔다. 하지만 교수들이 근무 시간을 줄인다면 이미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상급종합병원 적자 폭은 더 커지고 병동 축소 운영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재 교수 10명 중 8명 꼴로 사직서 제출 의사를 밝힌 연세대 원주의대는 병원 병상과 병동 축소 운영까지 고려하고 있다. 부산대병원은 교수들의 사직서를 처리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으나, 일부 의대 교수가 사직서를 내고 진료를 거부할 경우 병원 운영이 걷잡을 수 없는 더 큰 혼란에 빠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공보의·군의관 200명 추가 투입

정부는 미복귀 전공의 면허 정지 처분이 25일부터 순차적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재확인하고 복귀를 촉구하는 한편, 25일부터 한 달간 공보의와 군의관 200명을 추가로 전국 상급종합병원에 투입하기로 했다. 이들은 26일까지 각 의료기관에서 교육받은 뒤 오는 27일부터 실제 근무에 들어간다.

지난 22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다음 주부터 실제 미복귀 전공의의 의사 면허 자격정지 처분이 나갈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중대본 브리핑에서 “업무개시명령 위반에 대해 다음 주부터 처분이 이뤄질 예정인데, 처분이 이뤄지기 전 의견 제출 과정에서 복귀와 근무 의사를 표명하는 경우 처분 시 충분히 고려하겠다”며 “한시라도 빨리 환자 곁으로 돌아와 의사의 소명을 다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대본은 의대 교수들에게는 조건 없는 대화를 요청했다. 앞서 만남을 제안했고, 교수들 측에서 검토 후 회신을 줄 계획이라는 게 중대본의 설명이다. 중대본은 교수들의 주 52시간 축소 근무 방침은 진료 현장을 떠나는 것이 아닌 만큼 행정명령 대상은 아니지만 진료 현장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이미 면허 정지 사례가 나온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새 회장 선출을 계기로 투쟁 기조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회장 선거 결선에 나선 두 후보 모두 강경파로 꼽혀 향후 개원의 집단 휴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졌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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