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행복과 정치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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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만족도’ OECD 평균 미달
경제 대비 행복 수준 낮은 한국
팍팍한 현실 개선할 정치 ‘실종’
국민 행복 위해 뛸 일꾼 뽑아야

‘행복하냐’는 질문에 대한 우리의 답은 무엇일까.

지난 20일은 ‘국제 행복의 날’이었다. 국제연합은 2012년 ‘행복은 인간의 목적이다’라고 규정하며 매년 3월 20일을 국제 행복의 날로 정했다.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는 이날을 맞아 각국의 국민 행복도를 조사한 세계행복보고서를 발표한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자료를 기반으로 한 올해 세계행복보고서 1위를 차지한 나라는 핀란드이다. 7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가 된 핀란드의 점수는 7.741점이다. 한국은 행복도 점수 6.058점으로 52위이다. 2021년 62위, 2022년 57위로 조금씩 순위가 올라가는 상황이지만 현실로는 체감이 되지 않는 것 같다. 행복이라는 주관적 감정을 점수화하는 것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행복은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것이다. 세계행복보고서는 삶의 만족도를 조사해 1인당 국내총생산, 사회적 지원, 기대수명, 선택의 자유, 관용, 부정부패 인식 등 항목을 기준으로 행복지수를 산출한다.

지난달 통계청 통계개발원은 국민 삶의 질 2023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민 삶의 질 보고서는 건강, 고용·임금, 주관적 웰빙, 소득·소비·자산, 시민 참여, 안전, 환경, 여가, 교육, 가족·공동체, 주거라는 11개 영역 71개 지표로 삶의 질적인 측면을 진단한다. 한국인이 현재 삶에 어느 정도 만족하는가를 보여주는 ‘삶의 만족도’는 2022년 기준 6.5점이다. 10년간 꾸준히 점수가 올랐다고 하지만 여전히 OECD 회원국 평균을 밑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 삶의 만족도 평균값이 5.95점으로, OECD 38개 국가 중 꼴찌에서 네 번째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회미래연구원에서도 한국인의 행복을 조사한다. 2023년 행복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인은 ‘전반적 행복감’ 부문에서 10점 만점에 6.56점을 받았다.

이렇게 다양한 형태로 행복도 조사를 진행하는 이유는 삶의 질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국회미래연구원은 행복조사 보고서에서 ‘한국은 높은 경제 수준에도 불구하고 낮은 행복 수준을 보이는 대표적인 나라일 뿐만 아니라 국가 내 행복 격차도 큰 나라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한국인은 왜 행복하지 않을까. 올 초 미국 작가 마크 맨슨이 유튜브에 올린 한국 방문 영상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국가를 여행했다’가 화제를 모았다. 맨슨은 영상에서 유교 문화의 나쁜 점과 자본주의 단점을 극대화한 결과로 한국인들이 깊은 우울증과 외로움을 앓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동체의 붕괴, 경쟁적 사회 분위기, 양극화 심화에 경기 침체까지 더해지며 정신적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상황이다. 인생역전을 꿈꾸며 사람들이 지난해 복권 구입에 쓴 돈이 무려 6조 7507억 원에 달한다는 사실에서도 팍팍한 현실을 읽어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작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게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고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역할을 해야 하는 정치는 보이지 않는다. 정당 간 적대적 대립으로 대화와 타협이 사라졌다. 건강한 정책 논쟁 대신 서로를 향한 비난이나 막말만 오간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실시한 조사에 응한 국회의원 보좌진의 약 80%가 ‘정치 양극화로 인해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로 인해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더 커진다.

삶의 질 지표 중 시민 참여 영역에 ‘정치적 역량감’이라는 것이 있다. ‘나와 같은 사람들은 정부가 하는 일에 어떠한 영향도 미칠 수 없다’ ‘정부는 나와 같은 사람들의 생각이나 의견에 관심이 없다’ 항목을 통해 시민 정치 참여의 잠재적 수준을 판단한다. 스스로 정치적 역량감이 있다고 생각하는 인구 비율은 2022년 15.2%로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시민이 정치와 정책 과정에 적극 참여하고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여러 의미를 가진다. 건강한 시민사회의 작동은 민주주의 발전으로 이어진다.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올라가고 사회 발전에 동참하는 개인의 만족도도 높아진다.

25일 〈부산일보〉에 보도된 유권자가 제안하는 총선 공통 공약을 보면 정치권이 소리쳐 외치는 이념과는 거리가 멀다. 살기 좋은 동네, 지역 경제와 문화·예술 활성화, 조속한 현안 처리 등 정책 선거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 책 〈괜찮은 정치인 되는 법〉에 정치인은 자신을 찾는 주민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그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정치인은 국민이 준 권력을 좋은 목적을 위해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국민의 행복을 위하는 것이 정치인이 해야 할 일이며, 그런 정치인을 뽑는 것이 선거이다. 우리의 한 표가 더 많은 사람의 행복과 더 나은 내일을 일구는 씨앗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오금아 콘텐츠관리팀 선임기자 chris@busan.com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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