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예방·대응 보안관 역할 ‘AI ’ 가 ‘척척’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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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지능형 CCTV 속속 도입
학생 행동 패턴 알고리즘 학습 활용
일반적 교내 활동·폭력 상황 구분
교실·운동장 등 상황 인지·통보
외부인 출입·사각지대 감시 효과도

학교폭력 상황을 스스로 판단해 알려주는 인공지능 CCTV가 부산 지역 초중고에 도입되고 있다. 부산의 한 학교에 AI CCTV가 설치된 모습(위)과 AI CCTV가 폭력으로 인식하는 장면. 에스원 제공 학교폭력 상황을 스스로 판단해 알려주는 인공지능 CCTV가 부산 지역 초중고에 도입되고 있다. 부산의 한 학교에 AI CCTV가 설치된 모습(위)과 AI CCTV가 폭력으로 인식하는 장면. 에스원 제공

학교폭력 상황을 스스로 알아채는 인공지능형(AI) CCTV가 교내 ‘보안관’으로 등장했다. 학생들의 다양한 행동 패턴 알고리즘을 딥러닝 기술로 익힌 CCTV가 교실과 복도, 운동장 등을 감시하며 폭력 상황을 인지해 자동으로 알려주는 기술이 고도화되면서다.

기존 교내 CCTV가 사건 발생 이후 증거 자료로 주로 활용됐다면, AI CCTV는 예방 효과는 물론 즉각 대응을 통해 큰 사고로 번지는 위험성을 크게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교내 사각지대도 줄여준다.

AI CCTV는 이미 부산·울산·경남 지역 초중고에 속속 달리고 있다. 부산의 서명초·삼어초·대연중·사직중·부산대사대부고·부산전자공고를 비롯해 김해 율하중 등에 설치됐다. ‘세콤’으로 잘 알려진 보안업체 에스원이 딥러닝 학습을 통해 일반적인 교내 활동과 폭력 상황을 구분해 내는 학교폭력 알고리즘을 설계했다. 침입, 싸움, 쓰러짐, 화재·연기, 배회자, 카메라 무력화 등을 99.9% 잡아낸다.

에스원은 관련 기술로 2016년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장영실상을 보안업계 최초로 받았고, 2021년에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서 공식 기술 인증을 받았다. KISA 관계자는 “AI CCTV로 월 평균 1건 정도의 범죄를 예방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경찰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방범 서비스와 연계해 상황 발생 시 긴급 출동 서비스도 제공한다. 요청이 있을 경우 ‘세콤’이 학교로 직접 출동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부산시교육청의 지난해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보면 지역 초중고생 3947명이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했다. 교실 안에서 폭력을 겪었다는 응답이 28.4%로 가장 많았고, 복도(19.5%), 운동장(12.2%) 등 교내에서 사고가 주로(71.1%) 일어났다. 쉬는 시간(31.5%)이나 점심 시간(19.5%), 하교 시간 이후(13.9%) 교사 등의 관리가 소홀한 시간에 집중해서 문제가 생겼는데 AI CCTV가 구원투수로 나선 셈이다. 실제 에스원의 관련 매출은 지난해 50% 급성장했다.

AI CCTV가 달린 부산의 고등학교 관계자는 “아이들의 학폭이나 이탈 등 이상 상황을 CCTV가 스스로 감지해서 알려주니 안심이 되고 실제로 방과 후 시간에 학교 건물 뒤편에서 싸우고 있는 학생들을 발견해 조치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AI CCTV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부산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부모들이 외부인 무단 침입이나 안전사고에 대한 관심이 많은 편인데 CCTV가 실시간 상황을 감지해주니 아이들의 교내 생활지도가 한결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AI CCTV는 ‘출입금지 구역 설정’을 하면 학생 등 학교 구성원이 옥상이나 외진 곳 등 위험한 장소에 출입할 때 알려주는 기능도 있다. 아울러 에스원은 ‘얼굴인식 리더 2.0’ 시스템을 통해 사전에 등록된 사진과 다른 외부인의 얼굴을 인식하는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교내 출입구 곳곳에 설치한 장비를 통해 사전 등록된 사진과 다른 외부인을 구별한다.

인식 시간을 종전 1초에서 최근 0.6초로 크게 단축해 등하교 시간 인원이 붐비는 시간대에 리더기 앞에서 학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부담을 줄인 것이 장점이다. 에스원 측은 “출입관리 인원을 5만 명까지로 확대해 초중고는 물론 대규모 대학 캠퍼스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부산의 한 고교에 학부모가 들어와 수업 중이던 교실로 들어가 책상에 앉아 있던 학생을 폭행한 사건이 있었는데, 이 시스템이 있었다면 예방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부산에선 양성초·하단중·주감중·여명중·사직고·대연고·부산공고 등 30여 곳이 관련 서비스를 이미 활용 중이다. 부산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 지도를 담당하는 교사는 “보안카드를 출입에 사용하면 분실 시 재발급 받아야 하고 잃어버릴 위험이 있지만, 얼굴인식 리더를 이용하면 보안도 강화할 수 있고 간편해 학생과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전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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