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빼앗고 임금 떼먹고… 외국인 선원 인권 침해 막는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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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 추가 개선 방안 발표
보증금 명목 임금 차감 금지
여권도 개인 보관함에서 관리
계약 위반 선사 어획량 제한

올 1월 29일 부산 감천항에 정박한 선박 내 식당에서 외국인 선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 제공 올 1월 29일 부산 감천항에 정박한 선박 내 식당에서 외국인 선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 제공

국제적으로 어선원 노동 환경에 대한 감시가 강화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원양어선을 타는 외국인 선원 처우 개선에 속도를 낸다. 노사정(노동자·사용자·정부) 협의를 거쳐 임금 수준을 현실화하고, 인력 송출업체나 선사의 근로계약 위반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한다.

해양수산부는 국내 공익변호사 단체 ‘공익법센터 어필(APIL)’, 국제 비정부기구 환경정의재단(EJF), 원양산업계와 함께 마련한 ‘원양어선 외국인 어선원 근로조건 추가 개선 방안’을 26일 발표했다.

정부는 원양어선 외국인 선원의 노동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2020년 12월 노사 합의로 최소 임금 기준 적용, 송출 수수료 선사 부담 등의 방안을 시행했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에서는 여전히 현장에서 인권 침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추가 개선을 요구해 왔다.

발표에 따르면 그동안 국내외 인력 송출업체가 수수료, 보증금 등의 명목으로 선원 임금을 보관하거나 차감하는 행위를 전면 금지한다. 더불어 해수부는 선진 조업국의 임금 수준, 지급 방식을 참고해 임금기준 개선 방안을 올해 마련할 계획이다. 상여금 등 추가 수당 지급, 임금에 선원 경력 반영 등의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선장이나 인력 송출업체가 여권을 압수하거나 대리 보관하는 행위도 원천 차단한다. 지금도 대리 보관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현장에서 이행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따라 해수부는 식당, 휴게실 등 선내 공용장소에 개별 보관함을 설치하고, 선원이 개인 열쇠로 관리하도록 할 방침이다.

장기 조업하는 참치연승업은 선원 휴식을 위해 출항 후 1년 이내 인근 항만에 입항하는 것을 의무화한다. 최소 휴식시간(하루 10시간, 최소 6시간 연속)이 지켜지도록 하선 때 선원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진행한다. 초과 근무로 인한 보상 휴식은 근로계약서에 명시하도록 했다. 이를 위반한 선사는 어획량 제한 등의 제재를 받게 된다.

이와 함께 송출 수수료나 이탈 보증금 등의 음성적 비용 거래가 금지되고, 이를 위반한 인력 송출업체는 별도 제재를 받게 된다. 계약 해지와 함께 송출 정부에 명단이 통보된다. 해수부는 해당 송출업체와 계약 해지를 하지 않는 선사에 대해서도 불이익을 준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올 상반기에 온라인 익명 신고 플랫폼을 구축하고 SNS와 구글폼으로 근로 실태를 점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선원들의 인터넷 사용 시간대를 의무 지정하고 인터넷망도 단계적으로 최신화한다. 반복적으로 근로 문제가 제기된 선박에 대해서는 비정부기구와 함께 불시 점검에 나선다.

해수부 선원정책과 관계자는 “현장 확인이 어려운 원양어업 특성을 고려해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 요소를 최대한 차단하는 한편 위반 업체에 실질적인 제재를 가하고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분석에 따르면 미국이 불법·비보고·비규제(IUU) 어업 행위 기준을 강화하면서 우리나라 수산업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국은 IUU 어업국 지정에 있어 공해상 불법조업, 영해 침범, 해양생물자원 혼획을 넘어 최근 어선원 강제노동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어선원 노동 환경은 미 국무부의 인신매매 보고서에 2년 연속 지적되기도 했다.

강도형 해수부 장관은 “이번 개선책은 국제적인 선도사례로 정부와 비정부기구, 산업계가 처음으로 함께 소통하며 만든 대책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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