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북항에 이순신 장군과 부산대첩의 역사를 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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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도 동의과학대학교 총장

지금 부산항 북항은 개항 이래 천지개벽이 이루어지고 있다. 북항 기능을 부산신항으로 이전한 후 북항 앞바다를 매립하여 상업·업무지구, IT·영상·전시지구, 복합도심지구, 해양문화지구, 항만시설, 복합항만지구, 광장, 환승센터, 공원·녹지, 마리나시설 등 북항 1단계 재개발사업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올해 연말이면 거의 마무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시설이 들어서는 북항 1단계 재개발사업 부지에 다양한 콘텐츠를 넣어 시민들의 즐길거리, 볼거리, 먹거리를 충족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출 필요가 있다는 데는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북항 재개발사업 부지에 미래지향적 인프라나 활용 방안에 대해 고민할 때, 북항의 역사적 사실과 연계한 콘텐츠를 접목해 랜드마크화 하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 본다.

부산항 북항 일대는 1592년 10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적선 500여 척과 6만~7만여 명이 주둔하던 본진을 격파하여 육상으로의 보급로를 차단하고 제해권을 완전히 장악함으로써 우리나라를 지켜낸 역사적 전투 현장이다. 이순신 연합함대는 10월 3일 밤 부산 가덕도 천성포구에 도착해 하룻밤을 지내고 4일 낙동강 하구에서 적선 6척을 불태운 뒤 가덕북쪽 동매산 아래서 1박하며 전략을 토의했다. 10월 5일 새벽에 출진하여 부산포로 진격하던 중 화준구미(다대동 화손대 북측의 내만)에서 적선 5척, 다대포에서 8척, 서평포에서 9척, 영도에서 2척을 순차로 격파한 뒤 부산포에 이르러 적선 100여 척을 격파했다. 그날 밤 다시 가덕으로 돌아가 1박한 뒤 부산을 떠나 전라좌수영으로 돌아갔다. 이러한 전투들 중 중심이 되는 부산포승첩에다 부산포로 진격하기까지 5차례에 걸쳐 적선 30척을 깬 나머지 전투를 통틀어 ‘부산대첩’이라 한다.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전라수군은 전쟁 첫해에 4차례 경상 바다로 출진하여 모두 승리를 거두는데 첫 번째 출진이 옥포승첩, 두 번째 출진이 당포승첩, 세 번째 출진이 한산대첩, 그리고 네 번째 출진이 부산대첩이다. 임진년 4대 승첩 중 한 번이라도 패전했더라면 제해권을 장악할 수가 없었다. 이 부산대첩의 격전지가 지금 부산진성 앞쪽에서 북항 쪽에 이르는 곳이고 부산 북항 터는 왜적의 해로 침략을 종결적으로 봉쇄한 국토수호의 성지라 할 수 있다.

부산시는 손재식 시장 재임 시에 부산시민의 날을 제정하고자 각계 여론을 수렴한 결과 동래부사 송상현공 순절일(5월 25일), 부산대첩 승전일(10월 5일), 부산항 근대 개항일(2월 27일), 부산부에서 부산시로 승격일(8월 15일), 부산시민헌장 제정일(8월 1일), 부산직할시 승격일(1월 1일) 등 6개 안이 제시되었다. 이들 중에서 시민들의 제의가 가장 많았던 부산대첩 승전일을 부산시민의 날로 결정해 1980년 9월 10일 확정·공포하여 오늘날까지 이어오고 있으나 대다수 시민은 제정 취지나 유래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 이제 부산시민들은 부산시민의 날이 왜적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켜낸 자랑스러운 날임을 알아야 한다. 그날을 기념하면서 부산대첩의 역사적 의의를 되새겨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산대첩의 역사적인 현장인 북항 재개발 지역의 친수공원 명칭을 ‘부산대첩기념공원’으로 정하고 부산대첩의 역사적 의미를 교육하고 전시할 기념관을 건립한다면 우리 부산이 호국·문화도시로의 면모를 갖출 것이다.

때마침 지난 1월 31일에는 북항재개발 지역의 주 간선도로인 이순신대로가 개통됐다. 부산대첩기념공원과 기념관이 조성된다면 UN평화기념공원과 더불어 ‘전쟁과 평화’의 역사적 연결 고리를 통해 세계에 ‘평화’를 알리는 부산의 확실한 랜드마크가 될 것이다. 남해안 시대를 새롭게 열어갈 북항에 부산대첩의 역사를 심고 2029년 개항 예정인 가덕신공항이 이순신공항으로 명명된다면 부산의 기운이 웅비하여 세계로 뻗어 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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