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회 전국서도민전] “대가처럼 나만의 서체를 갖고 싶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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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수상자 이종화 씨 인터뷰

현직 치과의사, 10년째 정진
평생 취미, 집중력에 큰 도움

제44회 전국서도민전 대상 수상자인 이종화 씨. 정대현 기자 jhyun@ 제44회 전국서도민전 대상 수상자인 이종화 씨. 정대현 기자 jhyun@

“서도민전은 1차 심사에 제출할 작품을 내고 다시 현장에서 즉석에서 과제를 받아 휘호를 쓰게 됩니다. 서예대회 중 가장 공정하고 까다롭고 어렵기로 유명합니다. 이렇게 권위 있는 큰 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는 게 얼떨떨합니다. 평생 제가 글씨를 쓰라는 의미인 듯 해서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제44회 전국서도민전 대상 수상자인 이종화 씨는 대상 수상자로 확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직 치과의사인 이 씨는 10년 전인 40대 후반에 문득 평생 가져갈 취미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공부도 되고 오래도록 이어갈 수 있는 취미가 무엇일지 고민하다가 멋진 서예 작품을 발견한다. 현재까지 스승으로 삼고 배우는 시강 하연송 선생의 글이었다. 서실로 직접 찾아가 직장인이니 퇴근 후 밤에 올 수 있는데 글씨를 배우고 싶다고 부탁했다.

“처음 1년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서실을 찾아 연습했습니다. 선생님이 깜짝 놀랄 정도였죠. 이런 사람은 처음이라며 일은 제대로 하는지 걱정하실 정도였죠. 그만큼 푹 빠졌습니다. 여러 획이 조화를 이루고 자형이 만들어지는 게 너무 아름답더라고요. 한문을 알아가는 재미도 있고 글을 쓰면 거기에 몰입해 아무 생각도 안 날 정도였죠. 그게 참 좋았습니다.”

그렇게 3년 정도 공부를 한 후 스승이 먼저 대회를 나가보라고 권했고 입선을 비롯해 큰 상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자신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한다. 한문에서도 한석봉체, 추사체가 있는 것처럼 이 씨도 나만의 확실한 서체가 나올 때까지 멀리 보고 계속 수련을 하겠다고 한다.

“정신 수양에도 좋고 집중력도 굉장히 좋아지는 걸 느낍니다. 집에서 아내가 먹을 갈고 제가 글을 쓰면 그 시간이 너무 행복합니다. 여러 서체 중 행서를 가장 좋아하는데 붓이 꺾이고 다시 살아나듯이 쓰는 것이 마치 인생의 굴곡과 닮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대상 수상작도 이 씨가 가장 좋아하는 행서로 쓴 시였다고 한다. 심사위원들은 이 씨의 작품은 행초서의 모든 걸 다 갖추고 거기에 노련한 필력까지 더해져 뛰어난 수작이라고 칭찬했다. 고민하지 않고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에 선정할 만큼 뛰어난 작품이라고 인정받았다.

“한 서체를 익히는 데 2년은 걸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0년에 걸쳐 5개의 서체를 모두 익혔으니 이제 시작인 셈입니다. 기본을 튼튼히 했으니 이제 발전해야 할 때이죠. 서예의 좋은 점은 나이에 따라, 힘이 떨어져도 그 매력이 서체에 드러난다는 사실이죠. 그래서 저는 나이가 들면서 쓸 글씨들이 기대됩니다.”

서예를 통해 자연스럽게 한문을 익히며 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재미도 생겼다. 국내 곳곳을 여행하며 만나는 비석이나 현판의 글씨체를 감상하는 재미가 남다르다고 한다. 투박하지만 정감 있는 광개토대왕비 서체를 개인적으로 좋아해서 따로 공부하고 있다는 말도 한다.

“물방울이 돌을 뚫는다는 뜻의 ‘수적석천’이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제 좌우명이기도 합니다. 꾸준히 조금씩 노력하면 큰일을 이룰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제 서예 공부도 저의 좌우명처럼 그렇게 꾸준히 이어질 것입니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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