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울경 메가시티가 답이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박금열 전 (주)해피락 대표

국토 면적 12%에 51%의 인구가 몰려 사는 곳이 우리나라의 수도권이다. 머리통은 절반 이상이고 몸과 팔다리는 힘없이 빈약한 극히 기형적인 가분수인 외계인 ET와 같은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서울과 경기, 인천은 수십 년 동안 경쟁과 협력을 수없이 반복해 왔다. 그러는 동안 서울은 수도권을 먹여 살리고, 수도권은 서울을 먹여 살리며 거대한 글로벌 메가시티의 경제공동체로 변모했다. 24개의 지하철 노선은 수도권 구석구석에 거미줄같이 촘촘히 뻗어 있어 티켓 하나로 수도권 어디에도 닿을 수 있다. 수도권 전체가 일일생활권이 됐다. 2500만 명이 밀집해 사는 이 어마어마한 인적 파워는 전국의 모든 산업 인프라와 에너지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어 버렸다.

여기에 가장 큰 피해자는 다름 아닌 국토 제일 남단에 위치한 부산·울산·경남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지역 소멸에 심각한 위기를 느낀 부울경의 시장과 도지사들은 주민들의 큰 호응을 받으며 지난 2020년 부울경 메가시티 프로젝트를 국내 최초로 추진했다. 그러나 시장과 도지사의 교체와 함께 지역 이기주의가 더해져 각자도생으로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아직 불씨는 남아 있지만, 부울경 특별연합이냐 행정통합이냐를 놓고 용어 정리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다.

메가시티는 세계적 화두이며, 성공한 사례들도 해외에 많이 있다. 수도권 쏠림 현상에 대해 지방 도시들의 방어책은 그 지역의 사활이 걸려 있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수도권의 쓰나미와 같은 거대한 물결은 어느 한 지역의 힘으로 절대 막을 수가 없다. 그래서 미래 도시형 상징인 부울경 메가시티가 답일 수밖에 없다. 복어는 물에서 적을 만나면 자기 몸무게의 네 배의 물을 마셔 몸의 부피를 최대한 팽창시켜 대항한다고 한다. 촛불이 횃불의 힘을 이길 수가 없다. 그러나 세 개의 촛불이 모이면 하나의 횃불이 될 수 있다.

부울경은 메가시티 건설에 최적의 천혜 조건을 가지고 있다. 이 지역은 한반도 군사분계선에서 가장 먼 최남단이자 태평양의 출발점이며, 세계 5대항 중 하나인 부산 신항이 있다. 2029년 개항을 준비 중인 가덕도 신공항과 낙동강의 풍부한 수원, 국내 최고의 전력 생산지 고리원전이 있다. 북쪽으로는 2500만 명이 넘는 무한한 소비처인 수도권과 남쪽 근접한 곳에는 세계 2위 경제대국 일본이 있다. 이같이 우리의 무한한 상상력의 퍼즐들이 널려 있는 곳이 부울경이다.

메가시티는 부울경 3개 지역이 협의체를 만들고 센터 건물을 세우고, 실무자들이 수시로 만나 의논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 헛소리요, 말장난이요, 면피성 정책에 불과할 뿐이다. 수도권의 대척점에 있는 남부지역에 강력한 도시국가 하나를 건국한다는 신념이 아니면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지방 소멸 문제에 대한 절박함과 이에 대한 강력한 의지 그리고 상호 지역간의 희생과 양보만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이번 22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부울경 국회의원 후보들이 메가시티 재추진을 공약으로 내어놓는 것을 볼 때 꺼져가는 불씨를 다시 살리는 것 같아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다.

오는 10일 치러지는 총선에서 국회의원 선택의 의미는 너무나 자명하다. 부울경 메가시티를 성공적으로 이루어 낼 수 있는 후보만이 선택되어야 한다. 이 무한한 상상력의 퍼즐들을 꼼꼼히 맞추어 10년, 20년, 50년, 100년 대계의 꿈을 우리 후손에게 물려 줄 수 있는 인물을 이번 총선에서 찾아야 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