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필품 가격 급등·고물가에 장바구니 ‘한숨 가득’
306개 상품 중 167개 판매가 상승
곡물가공품·과자 등 평균 9% 올라
국제유가·환율 들썩 3%대 물가
유통업계 물량 확보 할인 등 나서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상당수 생활필수품의 판매가가 올라 장바구니 부담이 가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재정 투입으로 농수산물값 강세는 주춤하지만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까지 들썩거리면서 3%대 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유통업계는 공급가격이 떨어진 품목의 소매가를 낮추고, 올 가을 사과 가격을 잡기 위한 사전 물량 확보에도 나섰다.
■167개 상품 인상, 생활용품 값 ‘껑충’
31일 한국소비자원의 생필품 가격 보고서에 따르면 이달 말 기준 생필품 11개 품목 306개 상품 가운데 지난해 같은 달보다 판매가가 뛴 상품은 167개였다.
가격이 낮아진 상품은 126개, 가격 변동이 없는 것은 13개였다. 전체적으로는 평균 1.5% 오르는 데 그쳤으나 가격이 오른 상품의 평균 상승률은 9.0%에 이른다. 품목별로 보면 곡물가공품 54개 상품 가운데 28개가 지난해보다 더 비싸졌다. 시리얼, 즉석 덮밥, 소면, 밀가루, 부침가루 등의 가격이 많이 올랐다. 28개 제품 평균 상승률은 4.4%였다.
과자·빙과류는 24개 상품 중 17개, 수산물 가공품은 11개 중 8개, 양념·소스류는 38개 중 27개의 판매가가 상승했다. 가격이 오른 상품의 평균 상승률은 과자·빙과류 7.1%, 수산물 가공품 9.1%, 양념·소스류 9.8%였다. 일반 생활용품으로 분류되는 가사·위생용품은 77개 중 45개 판매가가 올랐다. 평균 상승률은 8.8%였다. 특히 마스크와 비누, 생리대, 종이 기저귀 등 가격이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수산물의 경우 고등어와 오징어는 판매가가 하향 안정세를 보인 반면에 갈치 가격은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갈치 냉동(100g)은 2910원에서 3227원으로 10.9%, 갈치 생물(100g)은 4063원에서 4875원으로 20.0% 각각 상승했다.
■환율·유가 상승, 3% 물가 상승 전망
시장에서는 3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대 초반’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날 현재 8개 증권사(NH투자·교보·메리츠·DB금융투자·상상인·신영·하나·하이투자) 리서치센터는 3월 물가 상승률로 평균 3.2%를 전망하고 있다.
지난 1월 2.8%로 ‘반짝’ 2%대로 떨어졌다가, 2월 3.1%로 고점을 높인 물가 상승률이 3%대를 이어간다는 얘기다. 정부도 ‘2%대 인플레이션’ 진입 시점을 4월 이후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우선 국제유가가 들썩이고 있다.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달 28일 배럴당 83달러에 거래됐다. 2월 초(72~73달러)와 비교하면 15% 안팎 올랐다.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와 주요 산유국의 감산 연장이 유가를 밀어올리고 있다. 환율도 수입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원·달러 환율은 1347.20원에 마감했다. 올해 첫 개장일(1300.4원)과 비교하면 50원 안팎 올랐다. 각국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취하면서 상대적으로 미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낸 탓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수입물가지수가 작년 11~12월 두 달 연속 떨어졌다가 올해 1~2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한 것도 이런 대외변수와 맞물려 있다.
■마트·편의점, 가격 낮추기 총력
한편 국내 유통업계가 고물가 잡기에 팔을 걷어 붙였다. 국내 대형마트는 올 가을 사과 가격 안정을 위해 강원도까지 사전 물량 확보에 나섰고, 편의점은 밀가루와 같은 생활필수품과 주요 신선식품 가격을 일제히 인하한다.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가 지금 판매하는 사과는 작년 10∼11월 수확해 저장한 물량이다. 올해 사과 농사는 현재까지 겨울 냉해 등 특별한 문제는 없었고 개화 시기인 4월 이후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난해처럼 꽃필 무렵 냉해가 발생할 수 있고 여름철 우천 영향도 있을 수 있어서다. 대형마트 3사는 추석 이후 사과·배 가격 안정을 위해 신규 산지 개발과 사전 물량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과는 경북 중심 산지에서 강원도까지 공급처를 확대해 가고 있다. 보조개 사과 등 상품성이 떨어지는 B급 사과·배 매입도 함께 진행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장단기 비축으로 시세 상승에 대응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편의점 업계 역시 밀가루, 과일, 채소 등 공급가 또는 시세 하락 등으로 소매가 인하 여지가 발생하자 발 빠르게 가격을 조정에 나섰다. CU는 4월 1일부로 CJ 백설 중력밀가루(1kg) 판매가를 2600원에서 2500원으로 100원(3.8%) 내린다. 제조사의 공급가 인하에 따른 가격 조정이다. 과일의 경우 설향딸기(500g)가 1만 1500원에서 9500원으로, 오렌지(2입)가 4000원에서 3200원으로 각각 낮춘다. GS25도 CU와 마찬가지로CJ 백설 중력 밀가루를 100원 인하하기로 했다. 또 한 달간 못난이감자, 꼬맹이고구마, 깐마늘 등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