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그라들지만 계속 보고 싶어” [OTT 씹어 먹기 ‘오도독’]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넷플릭스 ‘Eye Love You’

일본 강타한 K-로맨스 드라마
스윗한 ‘횹사마’ 매력에 풍덩
국가간 문화협업 사례 드러내

드라마 'Eye Love you' 스틸컷. TBS 제공 드라마 'Eye Love you' 스틸컷. TBS 제공

봐야 할 게 너무 많은 시대다. 넷플릭스부터 왓챠, 티빙, 디즈니 플러스에 이르기까지 콘텐츠의 파도는 끝없이 밀려온다. 아무것도 안 보자니 유행에 뒤처지는 것 같고, 이것저것 다 들여다볼 시간은 없다. ‘OTT 씹어 먹기 오도독’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볼 만한 콘텐츠를 찾아 떠먹여 주는 코너다. 최근 화제가 된 프로그램을 분석하고, 왜 이 프로그램을 추천하는지 소화하기 쉽도록 꼭꼭 씹어 설명한다. 콘텐츠의 바다에서 표류하는 당신, ‘오도독’만 제대로 챙겨봐도 뭘 볼지 고민하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진돗개’, ‘삽살개’에 이어 새로운 ‘K-멍멍이’가 탄생했다. 진짜 강아지는 아니고, 드라마 ‘아이 러브 유’(Eye Love You)의 ‘윤태오’(채종협 분) 이야기다. 대형견 같은 ‘멍뭉미’를 자랑하는 연하남 태오는 거침없는 돌직구 고백과 로맨틱한 모습으로 일본 시청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일본 넷플릭스에서 시청 순위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이고, 티켓값이 11만 원에 육박했던 팬 행사는 2회차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욘사마’(배용준)의 후계자로 당당히 자리매김한 ‘횹사마’는 서울과 일본에서 데뷔 이후 첫 단독 팬 미팅을 개최한다.

‘아이 러브 유’는 상대방의 눈을 보면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일본인 여주인공과 한국인 태오가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의 로맨스 드라마다. 알고 싶지 않은 것도 저절로 알게 되는 초능력으로 인해 이성을 쉽게 만나지 못했던 여주인공은, 언어의 장벽 탓에 마음을 읽을 수 없는 태오에게 흥미를 느낀다. 환한 웃음으로 무장한 태오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그녀에게 다가가고,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진다.

줄거리도 줄거리지만 이 드라마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제작진이 태오를 표현하는 방식에 있다. 여주인공에게 “오다 주웠다”며 꽃을 건네고, 자신의 셀카가 담긴 안부 메시지를 수시로 보내는 태오는 일본인의 눈에 비친 ‘스윗한 한국 남자 판타지’를 그대로 반영한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미지에 국내 시청자들이 묘한 기분을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손발을 오그라들게 만드는 태오의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는 드라마를 계속 보게 만드는 이유로 작동하기도 한다. 마치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공포영화를 보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일종의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인 셈이다.

원래 아는 맛이 더 무서운 법. 드라마 ‘아이 러브 유’의 또 다른 매력은 클리셰에 있다. 10여 년 전 방송됐던 국내 드라마를 다시 감상하듯 유치한 감이 없진 않지만, 자칫 뻔할 수 있는 전개에 일본 문화가 적절히 섞여 있어 익숙하면서도 낯선 분위기를 자아낸다. 번역 앱을 사용해 대화하는 모습이나, 한국어로 표현되는 태오의 속마음에 자막을 달지 않는 방식으로 시청자의 호기심을 유도하는 연출 등도 보는 맛을 더한다.

‘횹사마’의 탄생은 단순히 드라마의 인기를 넘어 최근 한일 관계와 콘텐츠 제작 문화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인의 눈에 비친 한국인의 이미지와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여러 국가의 문화가 어떻게 섞이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작품이다.

10부작인 ‘아이 러브 유’는 오는 2일 국내 넷플릭스에서 마지막 방송을 볼 수 있다. 결말까지 한 번에 보지 못하면 답답함을 느끼는 ‘몰아보기’ 타입 시청자들에게는 절호의 기회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