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오션 인텔리전스와 AI

백현충 기자 cho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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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충 해양산업국장·한국해양산업협회 사무총장

해운·수산·통관… AI 이미 우리 곁에
‘AI 전략 최고위’에 해수부 배제 아쉬워
AI 활용 늦어지면 해양강국 더 멀어져
WOF도 대주제 ‘오션 인텔리전스’ 선정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를 두고 여야는 “정권 심판” “야권 심판”의 증거라면서 ‘제 논에 물 대기’에 바쁘다. 선거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막말이 난무하고 ‘시대를 읽는’ 공약은 실종된 작금의 상황이 안타깝다.

선거 뉴스에 가려져서 주목받지 못했지만, 지난 5일 부산신항 7부두 개장은 부산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항만 역사에서 중요한 분수령이 됐다. 선박부터 컨테이너 이송 장비까지 모두 AI(인공지능)와 ICT 기술로 통제하는 스마트 항만이 국내에 첫선을 보인 것이다. ‘세계 9번째 스마트 항만’에 많은 언론이 방점을 찍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순위’가 아니라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기술의 강을 건넌 데 있다. ‘항만 AI’ 시대의 도래다.

선거 때문에 개장식이 미뤄졌지만 부산 기장군에 설립된 에코아쿠아팜의 양식 시설 완공도 ‘수산 AI’ 시대의 개막을 알린 사건으로 기록될 수 있다. 수온과 수질, 사료 등을 AI와 ICT로 자동 관리하는 기술이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인천 특송물류센터에서는 AI 기술을 활용해 수천만 장의 엑스레이 통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기술 시연회가 지난해 말에 열렸고, 국립수산과학원은 독도수산연구센터를 통해서 AI 기반의 수중영상 분석 기술을 곧 개발하겠다고 지난 2일 발표했다. 지난달 8일에는 국내 자율운항선박 각 세부 기술을 실증할 1800TEU급 컨테이너선 명명식이 울산 현대미포조선에서 열렸다. 이르면 오는 9월부터 국제항로에서 실증 작업이 시작된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자율운항선박 개발 및 상용화 촉진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이 시행될 내년부터는 해기사 자격증이 없어도 AI로 구축된 선박이라면 운전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법제처의 ‘자격, 면허 업무 영역에서의 AI 활용 가능성에 관한 연구’ 용역 결과도 흥미롭다. 사람이 없는 선박 운항뿐 아니라 도선과 같은 안전 면허도 AI로 대체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역량 면에서 사람 전문가와 AI의 격차가 크지 않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AI 챗봇이 변호사, 의사와 같은 전문직 자격증 시험을 통과했다는 기사는 더 이상 주목받지 못하는 시대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인간의 모든 자격 시험을 통과하는 AI가 5년 안에 등장할 것”이라고 했다.

인간의 창의력과 소통력을 두루 갖춘 이른바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각 국가는 비상이 걸렸다. 지난 1월 미국 CES(소비자 가전 전시회)는 AI가 산업을 넘어서 생활로 진입했음을 확인하는 축제였다.

지난 4일 출범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축의 ‘AI 전략 최고위 협의회’는 그래서 더 주목된다. 사회적 혼란과 막연한 우려에 매몰되지 말고 통합된 시각에서 국가 전체의 AI 혁신을 추진하자는 취지로 결성된 범정부 AI 거버넌스다. AI반도체, R&D, 법·제도, 윤리·안전, 인재, 정책 등 모두 6개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 23명과 과기정통부, 기재부, 산업부, 중기부, 교육부, 개보위, 방통위 등에서 고위직 공무원 7명이 참여했다. 민관 공동위원장 2명을 포함하면 모두 32명이 국가 AI 전략의 틀을 짜게 된다.

하지만 아쉽게도 해양수산부는 배제됐다. 해운, 항만, 조선, 수산은 물론이고 해양과학 분야 전문가도 포함되지 못했다. 해양과학은 수년 전 정부의 10대 국가(필수)전략기술에 당초 빠졌다가 뒤늦게 우주항공에 덧붙여 ‘우주항공·해양’으로 포함된 전례가 있다.

해양과학에 대한 국가 관심을 이끌어낼 주역 중 한 명인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원장이 공석이라고 해서 같은 실수를 허용할 수는 없다. 게다가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은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전임 원장이지 않은가. AI 바이오 분과가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 마지막 기회라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항만 AI, 수산 AI, 통관 AI 등이 구축되고 있는 시점이라서 더더욱 해양수산부와 해양산업계의 관심이 요구된다. AI 활용이 늦어지면 ‘해양강국’도 멀어진다. AI 활용에 대한 벽이 높을수록 AI 갈라파고스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귀 기울여야 한다.

오는 9월로 예정된 제18회 세계해양포럼(WOF)도 ‘오션 인텔리전스(Ocean Intelligence)’를 대주제로 선정했다. WOF가 해운, 항만, 수산, 조선, 해양과학 등 해양산업 전반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를 가늠하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논의하는 지식 축제와 네트워크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백현충 기자 cho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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