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1인 세대 1000만 시대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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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사람이 10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전국 1인 세대 수가 1002만 1413개로 사상 처음으로 1000만 개를 돌파했다. 이는 전체 세대의 41.8%로 다섯 세대 중 두 세대 이상이 혼자 사는 세대라는 이야기다. 2인 세대(24.6%)와 3인 세대(16.8%), 4인 세대(13%)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3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은 이미 먼 옛날이야기고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핵가족을 넘어서 ‘1인 가족’이 대세로 자리 잡은 것이다.

1970년 3.7%에 불과했던 1인 세대가 반세기 만에 대표 세대로 부상한 것은 급격한 고령화와 비혼주의 확산 때문이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도시화,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 디지털 혁명, 인간의 수명 연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싱글족’ ‘네오 싱글족’ ‘솔로족’ ‘코쿤족’ ‘홀로서기 족’ 등 세분화한 명칭도 특정 사회·경제적 영향을 반영한 결과다. 국회미래연구원의 ‘한국인 행복 조사’를 보면 1인 세대의 행복감은 평균에 비해 전체적으로 낮았지만 젊은 미혼 여성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중년 이혼 남성이 낮았다.

나 혼자 사는 인구의 증가는 주거와 일자리는 물론이고 소비와 여가 등 라이프스타일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혼술’ ‘혼밥’ ‘혼쇼’(쇼핑)에 혼자 명절을 지내는 ‘혼명족’을 위한 선물이 인기고 ‘1코노미’ 제품과 서비스가 대세인 시대다. 미국에서는 외롭고 지친 1인 세대를 방문해 따뜻한 포옹(cuddle)과 함께 외로움을 달래 주는 ‘커들리스트’ 회사까지 생겼다. 외로운 사람과 산책을 함께하며 대화를 나누는 ‘피플 워크’와 베이비 시터에 빗댄 ‘실버 시터’ ‘유품 정리인’ 같은 직업들이 속속 등장하는 중이다.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나만의 시간을 즐기며 느끼는 만족감이 쏠쏠할 수 있다. 경제적 여유를 갖춘 화려한 솔로도 적지 않다. 그러나 1인 세대의 증가는 결국 저출산과 고령화의 그림자다. 전체 1인 세대에서 60대 이상 노년층과 30~40대 청년층 비중이 느는 것도 그 때문이다. 노인과 청년 1인 세대의 빈곤과 취업난, 고독과 사회적 고립 등 경제·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영국은 2018년 세계 최초로 외로움부 장관을 임명했고 일본은 코로나19로 사회적 고립이 심각해지자 고독 문제를 담당할 장관직을 신설했다. 우리도 이제 1인 세대가 대세로 자리 잡은 이상 정책적 고민을 해야 할 때다.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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