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철의 정가 뒷담화] '부산부심'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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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기자

부산인이라면 누구든 가슴 속에 ‘부산부심’이 있을 것이다. 때로는 ‘국밥부심’으로 때로는 ‘사투리부심’ 등으로 치부돼 조롱 당하기도 하지만 살아가는 터전에 대한 부산 사람들의 애착은 대한민국 어느 도시 못지 않게 강하다. 부산 출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은 조금의 과장을 보태자면 부산부심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났다. 이는 총선 결과에 대한 언급이 아니다.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역대 선거에서 여야의 공천관리위원회는 부산을 핵심 전략지라고 판단해 왔다. 부산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전투에서는 승리할 수 있었지만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는 까닭이다. 하지만 4·10 총선을 앞두고 ‘깃발만 꽂으면 된다’는 한 정당의 안일한 인식과 ‘내 사람만 챙긴다’는 다른 정당의 판단으로 시민 여론은 들끓었다.

특히 한 선거구에서는 전혀 연고가 없는 인사들이 여야 본선 후보로 나서면서 유권자들이 참담함을 말로 다할 수 없다며 토로하고 있다. 심지어 한 쪽은 다른 선거구 출마를 단행했다 당내 경선에서 패배한 재활용 카드다. 이는 많게는 몇 달, 적게는 몇 주간 사력을 다한 후보들을 향한 쓴소리가 아니다. 그들에게는 죄가 없다. 시스템 공천이라는 미명 하에 진행된 돌려막기와 낙하산 헛발 공천을 단행한 이들의 문제다.

만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다른 곳에서도 일찍이 지역에서 지지 기반을 다지며 유권자와 소통해 온 비주류 후보들을 확인도 되지 않는 경쟁력을 이유로 잘라내고 경선도 없이 상대적으로 힘 있는 후보를 밀어 넣기도 했다.

인사가 만사이듯 선거의 승리 공식은 곧 공천이다. 유권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좋은 후보를 적절한 지역구에 출마시키면 선거의 3대 요소 인물·구도·바람도 거뜬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기자의 이야기와는 달리 결국 한 쪽은 부산에서 압승을 다른 쪽은 참패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결국 차악을 선택해야만 하는 선거의 특징 때문이다. 어찌 됐든 국민의힘은 부산에서 18석 가운데 17석을 싹쓸이했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진보 정당에 한 석을 내준 이후 16년 만의 대승이다. 민주당은 부산에서는 비록 패했지만 전국에서 지역구 161석과 비례 14석 등 총 175석 그리고 여기에 더해 조국혁신당(12석)까지 확대하면 범야권이 187석 확보에 성공하면서 압승을 거뒀다.

민심의 준엄함을 증명하는 총선이 끝났다. 하지만 선거는 앞으로 계속된다. 부산의 심판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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