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보수텃밭에서 진보 씨앗 키우는 경남

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김길수 중서부경남본부장
22대 총선에서 ‘국힘 13석, 민주 3석’ 유지
국민의힘, 낙동강벨트 양산을 탈환 고무적
민주당, ‘경남 정치1번지’ 창원성산에 씨앗
국회 개원하면 지역 현안 여야 ‘협치’ 기대

격렬했던 제22대 총선이 끝났다. 나라 곳곳에 게시됐던 선거 현수막도 철거되고, 다시 조용한 일상으로 돌아온 기분이다. 총선 결과에 대한 해석이 연이어 나오는 가운데 경남 선거 결과를 놓고도 다양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전국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하고 국민의힘은 참패했지만, 경남의 정치 지형은 외형상 ‘현상 유지’다. 여야의 숫자상 의석이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13석, 민주당 3석’이던 경남도 내 여야 의석이 이번에도 유지됐다. 민주당이 내건 ‘정권 심판’ 슬로건이 수도권 유권자를 움직였지만, 경남에는 제한적인 영향밖에 미치지 못한 결과다. 오히려 직전 총선과 비슷한 범야권 압승 분위기가 대구·경북, 부산과 함께 ‘보수 텃밭’으로 분류되는 경남에서 유권자들이 국민의힘 지역구 후보를 더 지지하게 만든 요인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현상 유지’라는 표현처럼 여야 모두 승리했다고 장담하기에는 애매한 성과를 낸 상황이다.

우선,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 그나마 “선방했다”는 분위기다. 21대 총선 때 국민의힘 전신 미래통합당은 경남 16곳 중 ‘낙동강 벨트’ 3곳(김해갑·김해을·양산을)과 공천을 받지 못해 탈당한 김태호 후보에게 내준 1곳(거창산청함양합천)을 제외한 12개 선거구에서 이겼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경남 16개 전 지역구를 석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목표 달성은 못 했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낙동강 벨트’ 양산시 지역구 2곳에서 모두 승리했다. 양산을 김태호 당선인은 지역구가 생긴 2016년 20대 총선 이후 국민의힘 후보로는 처음 승리했다. 양산갑 윤영석 당선인은 유세 도중 문 전 대통령을 향한 “문재인 직이야(죽여야) 돼”란 막말에도, 내리 4선에 성공했다. 험지로 차출된 김태호 당선인은 부산·울산·경남의 진보 바람 확산을 막는 혁혁한 역할을 한 공로로 당내 위상이 강화될 전망이다. 이처럼 국민의힘 입장에서 양산을 탈환은 1석을 빼앗았다는 의미 외에도 ‘보수의 텃밭’을 굳건히 지켜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 성과다.

반면, 민주당은 낙동강 벨트인 양산을에서 1석을 잃었지만, 대신 경남 수부도시인 창원시에서 귀중한 1석을 차지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민주당은 당초 낙동강 벨트를 발판으로 삼아 16곳 중 ‘8석+α’가 가능하리라 내심 기대했다. 김해갑·김해을·양산을 등 낙동강 벨트 교두보 3곳,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양산갑, 5개 의석이 걸린 창원시 등 경남 중동부권에서 의석 추가를 기대했다. 그러나 김해갑·김해을 수성에는 성공했지만, 양산을은 국민의힘에 내줘 낙동강 벨트 확장에 실패했다.

하지만 한 번도 민주당 당선인을 배출하지 못한 창원시 5개 지역구 중 한 곳에서 승리한 점에는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직전 창원시장을 지낸 허성무 당선인이 야권단일화 결렬을 극복하고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허 당선인은 2016년 제20대 총선 때 처음으로 성산구 국회의원 후보로 나섰지만, 당시에는 정의당 후보(고 노회찬 의원)와의 야권 단일화로 후보직을 사퇴함으로써 미완의 도전에 그쳤다. 이후 민선 7기 창원시정을 이끈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창원시장 재선에 도전했지만 실패하고, 다시금 국회 입성을 준비해왔다. 그는 이번 승리로 야권단일화 결렬을 극복하고 범진보 정당에 승리를 안긴 첫 주인공이 됐다. 경남 ‘정치 1번지’이자 ‘진보정치 1번지’로 불리는 창원 성산구에 민주당 씨앗을 심었다는 자체 평가다.

결과적으로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경남에서 당초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자만보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총선 결과 평가 관점도 다르다. 국민의힘 경남도당은 성명서를 통해 “이번 선거에서 동남풍을 일으켜 경제 재도약과 정치 대혁신을 이끌고자 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면서 “낙동강벨트에서 개헌 저지선을 확보해 대한민국 최후의 보루로써 소임을 했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 경남도당은 “도민 눈높이와 바닥 민심을 제대로 읽어내는 데 부족했다”면서 “당선자와 함께 윤석열 정권이 무너트린 민생·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고 ‘분열을 넘어 갈등을 넘어, 완전히 새로운 정치’를 통해 정책정당 가치를 실현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여소야대’로 기울어진 전국 정치 상황과 달리, 경남은 여전히 ‘여대야소’ 형국이다. 보수를 계속 지키겠다는 여당과 새로운 정치 씨앗을 심었다는 야당이 공존하는 상황이다. 여대야소로 협치가 화두가 된 상황에서 경남 상황에 맞는 협치 전략이 필요하다.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사천에 설립 예정인 우주항공청 후속 방안으로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지원 특별법’ 통과와 창원 의대 신설 등에 대한 도내 의원 16명의 협치를 기대해 본다.


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